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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행된 대한애국당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연단 가운데 회색 양복을 입은 인물이 홍 의원이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행된 대한애국당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했다. 연단 가운데 회색 양복을 입은 인물이 홍 의원이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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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모르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분명 배움이 부족한 이들이 아닌데도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청원하면서 "나치 아우슈비츠와 다를 바 없다"라고 한 국회의원들(자유한국당 67명, 대한애국당 1명, 무소속 2명)은 아우슈비츠가 감옥이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우슈비츠'는 감옥이 아니다. 나치 정권이 유대인 절멸을 목적으로 폴란드에 세운 수용소다. 수용소는 법을 어긴 사람을 교화시키는 곳이 아니다. 인권 침해를 전제한다. 당시 독일인에게 유대인은 인간의 범주에 속해 있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 따위는 아예 말살된 곳이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레모 레비가 쓴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어보라. 박근혜씨의 수감소가 궁전인 이유를 알 수 있다.

프레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일을 증언하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을 쓴다"라고 했다. 인간의 한계 어디까지 떨어졌기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을까?

살다 보면, 삶이 늘 승승장구의 기록이 아니라면,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처절하게 겪은 모멸의 감정 한두 조각쯤은 있을 것이다. 내 자존을 지키지 못해 절치부심한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낸 이라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것이 무엇일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프레모 레비는 수용소의 밤이 너무 짧았다고 했다. 잠 못 이루는 절치부심조차도 아우슈비츠에선 사치였다는 말이다. 박근혜씨의 긴 밤이 아우슈비츠의 어디에 해당하는지, 홍문종 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청원에 이름을 올린 70명의 의원들은 이를 먼저 밝혀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박근혜가 아우슈비츠 유대인과 어떤 연관이 있나

박근혜씨는 탄핵당한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 직을 엄중하게 지키지 못한 자가 국민으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이 탄핵이다. 탄핵당한 대통령은 무고하게 끌려가 수용당한 유대인이 아니다. 그런 박근혜씨가 도대체 아우슈비츠의 유대인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단 한 번도 유대인과 같은 소수자성을 가져본 적이 없다. 유대인처럼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받고 정체성을 부정당한 적이 단 한순간이라도 있는가? 그녀는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고이고이 자랐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도 '대통령 영애'라는 지위가 흔들린 적이 없다. 대한민국의 어느 누가 이만한 호사를 누렸다는 말인가? 그런 그녀가 어떻게 유대인의 소수자성과 비교될 수 있을까? 이런 언어도단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 생활을 하고 계신다. 아프시고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것을 고려해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발언이다. 언제부터 남성 정치인이 '여성의 몸'을 그리 걱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몸'으로 오랜 구금 생활을 하는 이가 어디 박근혜씨 뿐인가? 오랜 구금 생활로 아픈 수감인 여성은 박근혜씨만이 아니다.

박근혜씨의 독거실을 보자. 약 3평 정도다. 냉장고나 세탁기 없는 원룸 정도의 규모인데, 이 정도면 쪽방이나 고시텔의 방 규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 원룸이나 고시텔, 쪽방 등은 구치소가 아니다. 엄연히 비수인이 사는 삶의 공간이다.

박근혜씨의 독거실은 고시텔에 비하면 면적이나 시설물에서 훨씬 안락하지 않은가? 비수감인이면서도 겨우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삶을 꾸리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국회의원들은 알기나 하는 건지.

"여성의 몸"이라고? 

'여자의 몸'으로 구치소 생활을 하는 다른 여성들은 어떨까? 그들의 삶에는, 비록 갇힌 몸일지라도, 과연 몇 평의 독립된 공간이 허락될까? 단 한 평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씨의 3평 넘는 구치소가 투덜거림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그녀의 3평이 불만이 되려면, 전체 수감자의 독립 공간부터 허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게 이치에 닿는다. 그게 국회의원이 할 일이다. 수감인도 국민이다. 3평이 박근혜씨가 석방될 이유가 될 수 있다면, 모든 수감인들을 석방하라. 질병이 박근혜씨의 석방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면, 아픈 수감인들을 모두 석방하라. 

'여성의 몸'으로 수감됐다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과거의 수많은 '여성들의 몸'이 영화 <항거>에 있다. 그녀들은 여성이 아니란 말인가? 과거의 여성들만이 아니다. 현재 1평도 허락되지 않는 좁은구치소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여성들도 많다. 이들은 '여성의 몸'이 아니란 말인가? 황교안 대표는 이것부터 답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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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를 좋아하고 그에 관한 글쓰기를 합니다. 세상을 낯설고 예민하게 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익숙함에 길들여지지 않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