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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달 앱 반값 할인 혹은 공짜 이벤트가 연일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반색하고 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배달 앱 시장의 가격 경쟁이 불붙은 덕분이다. 행사 첫 날 두 앱 모두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음식을 주문한 네티즌들의 경험담이 쇄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 앱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 원에서 지난해 3조 원으로 5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배달 앱 이용자 역시 같은 기간 87만 명에서 2500만 명으로 29배나 폭증했다.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성장세 덕분에 현실적으로 배달기사를 고용하기 힘든 업체들도 배달 대행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배달 대행서비스 업체는 현재 약 1000여 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배달기사에게 있어 시간은 곧 돈이다. 휴대전화에 깔린 앱을 통해 '콜'(주문)을 잡고 실제로 배달한 건수대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콜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따라 그날의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다. 패널티도 있다.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 후 일정 시간 내에 배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비용을 배달기사가 온전히 물어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배달기사들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단축시키기 위해 도로 위를 맹렬히 질주한다. 중앙선 침범과 신호 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인도와 차도를 마구 넘나드는 곡예운전도 마다 않는다.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패널티 없이 가능한 많은 주문을 소화해야 능력 있는 배달기사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는 수입으로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장면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장면
ⓒ 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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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의 일이다. 인도 위를 걷던 도중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달리던 자전거 한 대가 반대편에서 쏜살같이 달려온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이를 피하려다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전거 운전자는 얼굴 부위가 바닥에 먼저 닿는 바람에 찰과상을 입었고 다리까지 다쳤다. 

사실 배달 앱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인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보행자에게 늘 위협적인 존재였다. 비단 이번처럼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도 인도 위를 아슬아슬하게 곡예운전하는 오토바이를 그동안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제 인도는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오토바이가 마음껏 질주하는 것도 모자라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비롯한 자전거 무리들 하며, 전동 킥보드에 스몸비족까지, 어느덧 장애물 천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나 경찰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기술 발달이 더해지고 플랫폼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아울러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 특징인 '빨리빨리' 문화가 해당 서비스와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배달 시장의 규모가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배달 오토바이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됐으며, 서비스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재촉이 더해지고, 그에 부응하기 위함이자 수입을 늘리려는 배달기사의 폭주가 합쳐지면서 불법주행의 빈도도 훨씬 늘어나게 됐다. 보행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 것이다.

기술 발달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집안에 앉아 배달기사에게 서비스 속도가 느리다며 투덜거리거나 '빨리빨리'를 소리 지르며 음식을 주문하고 서비스 받지만, 그것도 업체들간의 가격 경쟁 덕분에 값싸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볼 때 우리의 보행 안전을 헐값에 내어준 꼴과 진배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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