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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 선생 무위당 장일순 선생
▲ 장일순 선생 무위당 장일순 선생
ⓒ 무위당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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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매스컴이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것은 언론의 속성이기도 하다. 신문ㆍ잡지ㆍ주간지 등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TV 방송국도 놓치지 않았다.

1992년 6월 12일 방영된 MBC TV <현장인터뷰ㅡ이 사람> 프로는 전 동국대 철학과 교수 황필호를 대담자로 내세워 1시간 동안 방영하였다. 이 TV 방송은 전국적으로 장일순의 생애와 사상, 실상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장일순은 1991년 6월 위암진단을 받고 치료중이었다. 원주 봉산동 토담집에서 MBC와 TV 대담이 진행되고 농부들과 들녘에서 직접 대화하는 모습도 담겼다. 몇 대목을 골랐다.

황필호 : 그런데 선생님, 요즈음 병환중이라고 그렇게 들었는데요.
장일순 : 작년 6월에 위암으로 수술을 했었습니다.
 
황필호 : 수술을 받으셨습니까?
장일순 : 네, 네. 그래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황필호 : 그런데 환자 같지 않으세요!
장일순 : 아유 저, 글쎄올시다. 우리말에 앓으면 벼슬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병을 앓으면, 이 암이 시대의 병 아닙니까?
 
황필호 : 하하하, 그래서요.
장일순 : 그러니까 자연도, 지구도 암을 앓고 있고, 자연 전체가 암을 앓고 있는데 사람도 자연의 하나인데 사람이라고 왜 암에 안 걸리겠어요. 그러니까 큰 것을 나한테 가르쳐주느라고, 결국은 지금 뭐냐하면 너 좀 앓아봐라 하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황필호 : 그래서 앓는 것을 벼슬한다 그렇게 이야길 합니까?
장일순 :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 모시고 가지요. 
 
황필호 : 특별히 선생님, 옛날에, 정치운동이라고 하면 선생님이 싫어하십니다만, 그래도 사회운동을 하셨는데 그런 일을 하시다가 풀 한포기를 가꾸는, 이렇게 변하셨다고 할까, 그렇게 되신 동기는 어디 있습니까?
장일순 : 기본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까, 이 산업문명 자체가 계속 자연을 파괴해가고, 우리가 살아가는 땅마저도 망가뜨려가고 또 그 속에서 생산되는 우리들의 농산물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질병을 가져오고 이렇게 되니까, 이래 가지고는 아무 의미가 없지 않느냐. 땅이 죽고 사람이 병들고 그러면 끝나는 게 아닙니까? 자연이, 생태계가 전부 파괴되고, 그것은 정치 이전의 문제요 근원적인 사람의 문제다. 이  말씀이야. 그러니까 오늘날의 정치라든가 경제라든가 이런 것은 경륜이 없는 거라,  살아가는 길이 없는 거예요. 막힌 짓들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살아가는 길을 틔워주는 방향에서 우리가 서로 이야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저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황필호 : 이거 실례되는 질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선생님 연세도 많으시니까, 선생님의 생사관을 듣고 싶습니다.
장일순 : 글쎄요, 단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겠네요. 그러나 사는 동안에는 건강하게 살아야 되겠구나. 또 최소한도 자기를 속이지 않는 삶을 살다 가면 지극히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맨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속이는 생활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넘어지지요. 넘어지고 난 다음에는 "아이구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서고, 그런 꼬라지예요.
 
황필호 : 죽은 다음에 천당가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까?
장일순 : 그런 거 생각 안 해요. 천당이고 지옥이고가 다 여기 있으니까, 잘못하면 잘못한 만큼 또 보상을 하고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세상이 불공평해서 재미가 없지요. 예수님께서는 나는 죄진 자를 위해서 세상에 왔다고 하니까 지옥을 자청했고, 또 부처님께서도 다 극락에 가지 못한다면 나는 지옥에 남겠다고 말씀을 했는데.

황필호 : 선생님,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을 위해서,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마디 해주시면 좋겠네요.
장일순 : 어차피 어떤 한 시대가 가고 변화하는 시대가 아니라, 문명 자체가 지금 종말을 고하는 세상이고, 지구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그런 시대니까,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되는가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결단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하는 위기에 왔다고 하는 것을 한마디 드리고 싶어요. 이것은 기복신앙이라든가 미신신앙에 있어서 어떤 극락에 가야 하겠다든가, 언제 지구가 망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인간이 저지른 과오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과 인간끼리의 영성이 다 파괴됐는데 이것을 회복해야 하는 중요한 국면에 놓여있다고 하는 것만은 명심해야 되겠다 하는 얘깁니다. (주석 1)

주석
1> 앞의 책, 149`16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무위당 장일순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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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