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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 송골 최시형 추모비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 송골 최시형 추모비
▲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 송골 최시형 추모비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고산리 송골 최시형 추모비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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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은 제막식 행사를 끝내고, 이날 우천 관계나 또는 행사를 알지 못하여 참석하지 못한 이들에게 해월 선생 추모비를 세운 이유와 제막식 준비 과정 그리고 자신이 추모비에 쓴 비문 등을 편지에 담아 보냈다.

장일순의 편지 

해월 최시형 선생님의 추모비를 세운데 대하여 몇자 적어주기를 부탁해서 몇 마디 적어 보냅니다.

원주에 계시는 치악고미술동우회 회원님들이 모두 22명이에요. 금년 4월엔가 봅니다. 모임에서 해월 최시형 선생님의 추모비를 세우는 것을 회원들에게 제언했습니다.
 
원주군 호저면 고산리 송골 원진녀 씨 집에서 경병에게 체포되신지 금년이 92년 됩니다. 선생께서 동학에 입도하시고 체포되어 순도하시기까지 만 37년이나 되는데 파란만장한 일생을 끝내게 되는 원주군 호저면 고산리 송골 동구에다가 선생님의 거룩한 일생을 기리는 비를 세우고 싶었던 것이에요. 그래서 동우회 회원님들이 각자 염출해서 세우게 됐는데 바쁜 중에도 몸으로 거들어야 할 흙일과 환경작업 등 고마웠어요. 
 
더욱 회원 각자는 천도교 신도가 아니라 천주교 신자, 기독교 신자, 불교 신자, 유교를 받드는 사람도 있어요. 요(要)는 예수님이 기독교만의 예수님이 아니라 모든 이의 예수님이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든 중생의 부처님이지 불신도만의 부처님이 아닌 것처럼, 우리 해월 최시형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모든 이의 선생님이시더란 말이예요.
 
그래서 이번 선생님의 추모비 건립이 지난 4월 12일에 있기까지 잘 진척이 되었어요. 더욱이나 원주군수 이돈섭 님, 원주군 번영회장 배자옥 씨, 부회장 이영철 씨, 그리고 호조면장 장학성 씨, 그리고 고산리 이장님, 동리 사시는 여러분들이 협조적이었지요. 참 고마운 일이지요.
 
이 겨레와 가난하고 어려웠던 농민들에게 신명을 바쳐 거룩한 일생을 보내신 선생님을 기리는 일에 누구하나 기억하는 이가 없었다는 것은 얼찐 생각하기에는 당연하다 하겠으나 거룩했던 선생님의 일생의 하신 일에 죄명을 씌워 죽였던 일을 생각하면 세월의 변화를 알게 되지요. 
 
지난 4월 12일 추모비 제막식에 오셨던 분들은 아시는 일이지만 못 오셨던 분들을 위해서 몇마디 적습니다. 비석의 본면(本面)이 되는 맨 위의 비면(碑面)은 가로가 4척(尺) 5촌(寸) 세로가 2척(尺) 5촌(寸) 입니다. 앞면은 경사 15도 각으로 되었고 뒷면은 수직입니다. 
 
옆에서 보면 뾰족한 삼각형인데 오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면에는 "모든 이웃의 벗 최보따리 선생님을 기리며"라고 씌여 음각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해월 선생은 삼경(三敬)을 설파하셨어요.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의 이치를 볼 때에 인간과 천지만물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한울님으로 섬기고 공경하시고 가셨기에 모든 이웃이라는 말로 하였고, 벗이란 말은 삼경의 도리로 볼 때에 선생님께서는 도덕의 극치를 행하셨기 때문에 일체와의 관계가 동심원적 자리, 절대적 자리에 서계셨기 때문에 벗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보따리라는 말은 방방곡곡 어디를 가시나 지극히 간단한 행장으로 보따리를 매시고 다니셨기에 일행을 지긋이 한자리에 머무실 수 없이 설법하고 민중들과 같이 하셨으므로 최(崔)보따리라고 했습니다. 
 
뒷면에는 선생님의 생년과 나신 장소, 동학에 입도하시고 도통을 수운(水雲)님으로부터 이어받은 날짜, 체포되신 날짜와 장소, 그리고 순도하신 일자와 곳, 끝으로 간단한 선생님의 일생을 말하는 몇 마디가 있습니다. 옆면에는 김대호 글 짓고 장일순 쓰다, 치악고미술동우회 세움, 건립일자가 각(刻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석비 밑으로 중태(中台)가 5촌(寸) 두께의 화강암으로 되어 놓여 있으며 하태(下台)는 6톤 무게 나가는 크기의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데 넓이가 6척 2촌 5분이고 높이가 2척 2촌입니다. 이 하태 전면에는 "천지즉부모요 부모즉 천지니 천지부모는 일체야(天地卽父母 父母卽天地 天地父母一體也)니라 해월 선생님 법설에서"라고 각되어 있습니다.
 
이 한마디 법설에는 해월 삼경(三敬)의 일체의 도리가 다 들어있고 이렇게 하태(下台) 전면에 쓰게 된 것은 산업문명에서 탈출하여 앞으로의 지구 나아가서 우주의 일체의 존재가 공생할 수 있는 도리가 여기에 있음으로 이렇게 써서 각했습니다.
 
이번 추모비 제막식에는 해월 선생님의 증손자인 최정간 씨가 하동에서 오셔서 참석해 주어서 각별한 기쁨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선생님을 기려 주셔서 고마웠어요. 

1990년 4월 17일 장일순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무위당 장일순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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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