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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폰서 검사를 다룬 PD수첩의 한 장면
 스폰서 검사를 다룬 PD수첩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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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나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현재 구속집행정지로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검사 스폰서' 정아무개씨의 목소리에는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수개월에 걸친 검찰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 조사로 지친 그의 앞에 또다시 저인망 검찰수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0여 년간 검사들에게 향응과 촌지를 제공해 왔다"고 폭로해 검찰조직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정씨는 "명백한 보복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지검측은 "고소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수사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스폰서 사건' 언론취재 이루어지던 때 "검찰로 송치하라" 지시

정씨는 지난 2월 골프장 예정부지 명의이전을 둘러싸고 지인인 조아무개씨로부터 '사기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장은 부산지검에 제출됐고, 부산지검은 금정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그런데 경찰이 고소사건을 수사하기 전 조씨가 고소를 취하했다. 정씨가 명의이전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부산지검과 금정경찰서에 모두 고소취하장를 제출했다. 이에 금정경찰서는 "고소취하장이 들어와서 조사받으러 올 필요가 없다, '혐의없음'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라고 통보해 왔다고 정씨는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부산지검에서 "정씨 관련 고소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최초 고소사건을 맡았던 금정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기도 전에 검찰로부터 '우리가 처리할 테니까 사건종결하고 검찰로 바로 송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씨가 고소당한 사건은 지난 3월 18일 부산지검 형사3부로 송치됐다(송치번호 '2010-1816'). 정씨가 검사 스폰서 사건을 <오마이뉴스>와 MBC 'PD수첩',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제보해 언론의 취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던 때였다.

이미 정씨는 지난 2월 초 부산지검(당시 검사장 박기준)에 검사 접대와 관련된 '진정서'를 접수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진정서에 포함된 부산지검 고위간부들이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각도로 설득과 압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고소취하된 사건이 검찰 송치 5개월 만에 '부활'했다. 검찰이 지난 8월 2일 고소사건을 부산지검 특수부에 다시 배당한 것이다. 부산지검 홈페이지에 따르면, 특수부는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이나 "공직비리, 기업비리, 법조비리, 첨단범죄"를 수사하는 곳이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진상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공식 출범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 관계자들이 현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진상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공식 출범한 지난 8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 관계자들이 현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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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보면 일반 고소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특수부 배당'은 '검사 등의 불법자금 및 향응수수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일명 '스폰서 특검')이 공식 출범하기 3일 전에 전격 이루어졌다. 

이후 검찰은 정씨와 그의 주변을 대상으로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다. 정씨가 대표로 재직했던 남한건설 전직 직원을 두 차례 소환조사했고, 고소사건과 관련이 없는 모친의 친구와 자녀의 초등학교 선생에게도 정씨와의 돈거래를 캐물었다.

정씨는 "제가 15년 전 자식들의 은사님인 박씨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린 적이 있다"며 "그런데 검찰은 공소시효도 지난 건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자신의 접대 의혹들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런데 15년 전 돈거래를 문제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박씨가 2주 전에 전화를 걸어와 '당분간 병문안도 못가고 전화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치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종결하는 것이 원칙이고 관례"라며 "일반 고소사건을 처음(3월)도 아닌 중간(8월)에, 게다가 특수부에 재배당 하는 것은 검찰수사의 상식과 관례를 벗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검찰이 스폰서 사건을 폭로한 것을 보복하기 위한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   

검찰은 고소인(조씨)과 피고소인(정씨)이 합의를 통해 고소를 취하한 사건을 12월 현재까지 종결 시키지 않고 있다. 부산지검에 최초 고소장이 접수된 지 10개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지 9개월, 특수부에 사건을 재배당한 지 4개월이 지난 셈이다.

정씨는 "검찰에서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당사자가 고소를 취하한 사건을 무려 9개월이나 종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만약 우리 일반인들이 이런 일에 처했을 때 사건이 송치된 후 합의를 하기 위해서나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사건처분을 연기해 달라고 검사에게 간청해도 이렇게 연기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검찰 수사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 스폰서'는 거물급이라 특수부 배당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건을 맡고 있는 정재훈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폭행죄 등 친고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바로 사건이 종결되지만 그외 사건은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한다고 해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 검사는 "이것이 법률적 상식"이라고 강조한 뒤, "정씨와 관련된 고소사건을 특수부에서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수사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출신인 한 현직 검사는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지 5개월이나 지나 사건을 재배당한 것은 절차상 조금 부적절하다"며 "만약 보복수사를 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면 해당검사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지검의 윗선에서 재수사를 지시했거나 같은 사건에서 정씨가 돈을 줬거나 받은 정황이 포착되면 재수사가 들어갈 수 있다"며 "윗선에서 재수사를 내렸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검찰로서는 '스폰서 사건'을 폭로한 정씨를 거물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부산 금정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일반사건은 보통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을 종결한다"며 "하지만 당시 정씨가 스폰서 사건을 언론에 제보했을 때니까 검찰에서는 '뭔가'를 캐내기 위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개월 넘게 사건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는 규정은 수사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훈시규정이지 3개월을 넘긴다고 해서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스폰서 사건의 제보자가 고소를 당한 사건이라 검찰에서 색안경을 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경찰서를 관할하는 검찰 형사부가 있는데 일반 고소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한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피해자가 많거나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은 특수부에서 수사할 수 있지만 왜 일반 고소사건을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가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정씨는 지난 6일 정점식 부산지검 2차장과 김재구 특수부장 등 검사 3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부산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정씨는 고소장과 경찰진술 등을 통해 "저와 관련된 고소사건 수사가 쌍방합의와 고소취하로 종결됐는데 해당 검사들이 같은 사건을 재조사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제 명예를 훼손하고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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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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