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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소로스 회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북한 핵 해법에 관한 질문에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틀 속에서 다시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외국) 투자자들 입장에선 북한 핵 리스크보다 오히려 외국자본에 대한 세금 리스크가 더 큽니다."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터뷰 시간 내내 진지함을 잃지 않던 그였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76).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7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그의 표정은 매우 밝고 건강해 보였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는 당초 이날 오전에 예정됐다. 하지만 소로스 회장의 일정이 갑자기 변경됐다. 예정에 없던 비무장지대(DMZ) 방문 때문이었다. 최근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싶었다는 것이다.

체크 무늬의 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소로스 회장은 북한 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그였지만, 최근 미국과 유엔 등이 취한 대북정책에는 한국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로스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미국과 유엔 등이 (북한에 대해) 적절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한국도 이와 같은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시켜서가 아니라 한국 자체를 위해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거나, 한국 햇볕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미국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개성공단은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금강산관광도 당장 중지해서는 안된다"며 "대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게 되면 관광을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준다든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는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북한 핵 해법에 대해선, 6자회담 틀 속에서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과거보다는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6자회담 속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북한 핵실험보다 외국펀드에 대한 과세 문제에 더 큰 관심이라고 소로스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최근 중국 쪽에 투자를 검토했다"면서 "하지만 법무팀 쪽은 한국의 론스타 펀드의 과세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투자에 부정적인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소개했다.

점심 식사도 거른 채 인터뷰에 응했던 그는 인터넷 매체 등 뉴미디어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도 만나 시민참여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음은 소로스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오전에 비무장지대를 둘러 보고 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미소를 지으며) 관광지로써 사람들이 방문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관광지의 느낌과 엄숙함이 어우러지는... 아주 생소한 경험이었다."

-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걸 알면서도 왜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보나.
"(북한의) 절박함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아시다시피 6자회담에 속해 있는 국가들은 (북한 핵 문제를) 현재 상태로 끌고 가자는 것이었다. 어떤 특별한 변화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 상태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생존에 대한 이슈를 강력하게 제기하기 위해 (핵 실험을) 강행하지 않았나 싶다."

"북한, 현재 상태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

- 최근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한국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을 두고 미국이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일부에선 내정간섭이라고도 하는데.
"(잠시 고민한 뒤에) 내가 부시 행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미국이 제대로 된 (대북 대응)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다. 물론 햇볕정책도 지지하고 있다. 이 정책이 과감하고도, 미래에 희망을 준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미국과 유엔, 일본은 (북한에 대해) 적절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한국도 이같은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물론 미국이 시켜서가 아니라 한국 자체를 위해서다.

이와는 별도로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던 점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는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소로스 회장은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물으려던 기자를 보고, "같은 주제죠? - same issue?"라고 물은 뒤,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군사적 옵션은 아예 선택 자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울이 북한에 너무 가까이 있다. 또한 (군사적 행동으로 인해)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너무나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이른바 당근을 주는 정책을 써왔다. 당근은 언제든지 채찍으로 바뀔 수 있다. 당근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채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제 당근을 거둬들일 때라고 본다."

- 당근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채찍의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현재 국면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유효한 지, 아니면 별도의 채찍이 필요한 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론 추가적으로 사용할 채찍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채찍은 없는 것 같다. 또 당근을 거두는 것도 한꺼번에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나눠서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은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고, 금강산관광도 당장 중단하지 말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게 되면 관광을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준다든지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북한 핵 포기 대신 줄 것 주고, 내버려두면 바뀔 것"

- 이번 핵실험 사태의 책임은 1차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미간 대화가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곧바로 말을 받으며) 물론 이번 사태의 주된 책임은 북한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한국의 햇볕정책에 반대해 왔고, 북한과의 대화도 거부해온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결국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과거보다는 정신이 맑아진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이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미국도 북한에 대한 과거 정책을 통해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도 최근 들어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간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물러난 상태다. 따라서 북한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다시 6자회담 등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북한이 대화에 다시 참여하기 전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시위를 벌이고 있지 않나 싶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탁자 위의 귤을 집으며) 개인적으로도 공산주의 국가에 재단을 설립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 북한에 가하고 있는 외부적인 압력을 어떤 식으로도 합의를 통해 제거할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안보를 보장해주거나 다른 유인책을 준다든지….

그래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준다면, 북한은 저절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은 현 상황을 유지하기도 버겁다. 대신 대외적인 압력를 이용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외부적인 공포 요인이 없어지는 순간, 그냥 내버려 두기만해도 (북한은)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유하자면, 몇 년 전에 침을 삼키는 목 부분에서 돌이 발견돼서 매우 아픈 경험을 했다. 이후에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수술 후 목에 걸렸던 걸 꺼내보니까, 칼슘덩어리라고 하더라. (그 덩어리를) 의사로부터 건네 받았는데, 며칠이 지나니까 그냥 가루로 변해 있더라. 북한도 그런 상황이 될 수 있다."

"북핵 리스크보다 세금 리스크가 더 크다"

-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추가로 핵실험이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 또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은 이미 널리 예상됐던 일이다."

- IMF 당시 소로스 회장은 한국에서 기업 인수 등으로 많은 투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론스타펀드 등 외국 자본의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두고 한국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론스타펀드 회장은 한국에 반(反)외국자본 정서가 팽배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감해 하면서) 알다시피 내가 시장에 깊숙히 관여하지 않은 지 시간이 꽤 흘렀다. 론스타 사건의 경우도 어제 밤에야 알게 됐다. 최근 아시아 지역의 투자 건을 놓고 고려중이었는데, 본사 법무팀에서 강력하게 '투자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어 (론스타 사건을) 알게 됐다."

- 아시아 지역이라면, 한국 투자 건이었나.
"중국 투자 건이었다. (법무팀과) 대화 중에서 최근 한국의 론스타 사건이 언급이 됐고, 법무팀에서 투자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론스타처럼 중국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한국에서 론스타가 그랬듯이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북한 핵 리스크보다는 외국자본에 대한 과세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웃으면서) 맞다. 그렇다."

-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 재벌기업들이 있다. 최근 들어 2, 3세로 부를 이전하는 과정을 두고 편법 증여 등의 논란이 있었는데. 한국 재벌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어떤 기업에 있어서 창립자에 뒤이은 2, 3세 경영자들이 1세대만큼 창의적이라는 법이 어디 있나. 경영인으로서의 검증도 필요하고…. 최근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7년 전 지배구조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을 때는 관심이 있었지만…. 대신 예전에 한국의 재벌 총수들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들 말로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 한국과 일본 등에선 최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국가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지금의 고령화 사회 추세가 계속된되면 과거 한국이 누렸던 역동성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 불평등도 커질 것이다. 역동성이 줄어든 경제일수록 빈부격차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

- 해법은 없나.
"(약간 낮은 톤의 목소리로) 성숙단계에 진입한 선진국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인 것 같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한기 뉴스게릴라본부장(가운데)과 김종철 경제팀장(왼쪽)이 20일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회장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인터넷으로 미디어 위기 가속화돼"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서 일하는 팀 새비지 기자가 질문을 이어갔다. 소로스 회장은 오히려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섹션에 대해 세비지 기자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 11월에 미국에선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는데, 선거 이후 2년 동안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 같나.
"변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현 상황을 계속 유지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전쟁을 2년 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간선거 이후부터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자체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 차기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나온든 공화당에서 재집권하든, 과거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어떻게 다시 실현할수 있을까.
"(목소리를 높이며) 이 부분에 대해선 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한 국가의 리더라면 단지 자국 내 좁은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인류의 안녕을 위해서 일을 해야하는 책임이 있다. 인류의 안녕은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이 세계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국제적 협력을 계속해서 추구해야 한다. 미국의 과거를 생각해보라. 2차 세계대전 때에도 막강한 국가였고, 마샬계획 등으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안녕을 추구했다. 미국은 이제 국제적인 공조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인터넷 매체 등 뉴미디어가 부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올드미디어의 종말을 말하기도 하는데, 향후 미디어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는가.
"현재 세계적으로 뉴미디어가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 재단에서도 뉴미디어를 지원해 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인터넷 미디어에 대해선 재단이 직접 후원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디어는 위기다. 미디어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사업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개방된 민주 사회에서는 필수적인 공익의 역할도 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언론의 사업적인 측면이 훨씬 강해지고 있다. 공익적인 측면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으로 인해 미디어의 위기가 가속화된 부분도 있다. 뉴미디어로 인해 올드미디어의 재정이 더욱 취약해졌고, 이는 편집국 기자들의 감원 등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가 발전할 것 같다. 그러나 언론의 공익성을 얼마나 잘 지켜 나갈 수 있을 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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