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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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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님은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소망으로 2016년 농지를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는 바람에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지만, 공무원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25일 임대인이자 임차인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며 한 말입니다. 

1936년생인 윤 의원 부친은 세종시 농지를 매입할 당시 80세 나이로 서울 동대문구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령의 노인이 1만 871㎡, 3300여 평의 농지를 사서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내고, 담당 공무원은 그것을 받아들여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해 주었다고 합니다.

저는 22년째 만 평 가까운 밭을 경작하는 농사꾼입니다.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농지는 밭이 아니라 논이고 논농사가 밭농사보다 수월하긴 하지만,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80세 노인이 직접 짓기에는 너무 큰 면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매입 후 지난 5년 동안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임대를 주었으며, 그 농지에서 수십 년째 농사를 짓는 진짜 농사꾼으로부터 매년 쌀 7가마를 받았다고 합니다. 경자유전의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고 봉건적인 지주 소작 관계를 되살린 것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임대수탁사업 업무지침 25쪽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임대수탁사업 업무지침 25쪽
ⓒ 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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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도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의 개인 간 임대차 계약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았는지, 기자회견에서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차 계약 사실만 밝혔습니다. 농지임대수탁사업 업무지침에 따른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차 계약' 절차와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윤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대로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면 농지임대(사용대)위탁 신청서, 농지임대수위탁계약서, (수수료 부과용) 농지사용대수위탁계약서 등의 서류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의 입금 내역 등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근거가 있을 것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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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입니다. 그 최전선에서 싸워 온 제가,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윤 의원은 사퇴 입장을 밝히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과거에도 윤 의원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앞장서 비판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윤 의원 부친이나 LH 직원들 같은 '가짜 농사꾼'들이 농지법을 어겨가며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은 결과이기도 할 것입니다.
 
농지법 제3조(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
①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保全)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전되어야 하고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농지에 관한 권리의 행사에는 필요한 제한과 의무가 따른다.
②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ㆍ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윤 의원의 아버지는 자신의 땅에서 농사짓는 진짜 농사꾼과 지난 1월에 3년 연장 계약을 또 맺었다고 합니다. 이 계약 역시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했는지 의문입니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을 사퇴한다고 했으니 아버지를 도와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차 계약' 서류를 정리해 공개해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까지는 경작 사실 확인서만으로 직불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임대차 계약서를 반드시 갖춰야 해당 농지를 실제 경작하는 진짜 농사꾼이 직불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차 계약' 서류가 없다면, 윤 의원의 부친은 진짜 농사꾼이 응당 받아야 할 직불금마저 못 받게 하는 악행까지 저지른 셈입니다. 

이번 기회에 제2의 윤희숙, 제2의 LH 사태를 막기 위한 농업경영체 전수조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감사 요구로 직불금 부정 수령자들이 드러났듯이, 감사원이 농업경영체 전수조사에 나선다면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은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들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대차계약서준비안내문
 임대차계약서준비안내문
ⓒ 농산물품질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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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희숙, #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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