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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치인들이 수사기록 내용도 모르면서 일방적인 비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 재판은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재판부 판단이 이뤄지는 동안 법정 밖에서 함부로 가타부타 논란을 빚는 것은 사법·재판제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만이라도 원칙을 지켜주면 좋겠다.
-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손경식 변호사 입장문 중

곧 불어닥칠 '검증의 시간'에 초조함이라도 느낀 걸까. 아니면 출간과 동시에 15만 부를 돌파한 <조국의 시간> 열풍에 자극이라도 받은 걸까. 이날 윤 전 총장 측이 변호사를 통해 내놓은 입장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근 송영길 민주당 당 대표의 윤석열 검증 발언과 관련해 바로 이 '사법‧재판 제도에 대한 예의' 운운이었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일가족 수사 및 재판 과정은 어떠했는가. 보수야당의 법조인 및 검사 출신 정치인들은 원칙과 예의를 지켰던가. 검찰발로 의심될 만한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가타부타 논란을 증폭한 것도 바로 그들 아니었던가. 그에 부화뇌동해 허위‧왜곡 보도까지 일삼았던 언론이 부지기수였다. 

무엇보다 조국 인사청문회 당시 명장면(?)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청문회 도중 마치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소환장 없는 기소를 알고 있다는 듯이 조국 후보자를 몰아가던 여상규 당시 법사위원장 및 국민의힘 청문위원들의 비상식적인 행태 말이다. 
 
(조국 후보자) 처가 기소되고 본인이 수사를 받고, 이런 법무장관이 과연 되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됐으면 기소될 거 아닙니까?
- 2019년 9월 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여상규 위원장 발언

이와 관련 조국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에서 "검찰은 8월 27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인사청문회의 대미(大尾)를 후보 배우자 기소로 마무리한 것이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라고 회고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조국의 시간>과 김대우 시사평론가 가 쓴 <윤석열의 시간>이 나란히 놓여 있다.
▲ 나란히 진열된 <조국의 시간>, <윤석열의 시간>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조국의 시간>과 김대우 시사평론가 가 쓴 <윤석열의 시간>이 나란히 놓여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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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변호사는 또 같은 날 밝힌 입장문에서 윤 전 총장 부인 김씨의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기업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 등에 대해서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1년 3개월간 관련자 수십 명을 반복 소환해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고 별건 수사까지 계속 시도하면서 무리한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은 잊지 않았다. 조 전 장관 딸의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하며 그 내용을 언론에 흘렸던 윤석열 검찰의 잔인한 수사 기법을. 조국 일가족 수사가 수사관 등을 제외한 검사만 15명,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래 역대 두 번째 큰 수사팀(20명)을 꾸릴 사건이 맞았나.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에서 100여 곳에 이른다는 검찰의 조국 일가 압수수색 장소를 명시하고는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 나와 내 가족은 '무간지옥'에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윤 전 총장은 한 가족을 '무간지옥'에 떨어뜨린 조국 일가족 수사를 까맣게 잊은 건가. <조국의 시간> 출간 직후 윤 전 총장의 2년 전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에 대해 수사기관에 의한 국가폭력이란 지적이 다시 일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이 본인 처가와 관련해 "중앙지검 특수부가 무리한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는 언론 플레이에 나서는 게 상식적인가. 검찰권을, 칼을 마구 휘둘러 조국 일가족을 '무간지옥'에 떨어뜨리는 건 괜찮고, 자신의 가족에 대한 수사는 검찰의 신뢰를 떨어뜨리면서까지 부정할 일인가. 국민은 그걸 '내로남불'이라고 부른다.  
 
PD수첩 조국 장관 일가 압수수색 장소
 PD수첩 조국 장관 일가 압수수색 장소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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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페이스북 글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공정과 상식의 반대인 죽은 양심의 사회를 원하는 것", "사익침해가 아니라 공익침해사범을 비호하는 공직자의 검은 양심을 드러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검찰 특수통 조직의 전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검찰의 법 기술을 이렇게 요약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조직에서 저질러진 일의 공통점은 첫째, 공소시효를 이용한 사건 은폐, 둘째 사건본질에 대해 흑을 백으로 바꾸는 프레임 만들기, 셋째 수사권 없는 인권부서로 배당하는 수법으로 감찰과 수사방해하기로 요약됩니다. 한마디로 견제 받지 않은 검찰권으로 법기술 전횡의 시대라 할 것입니다. 특히 측근 가족 사건에서 이런 법 기술과 언론을 이용한 현란한 프레임 만들기로 사건의 본질을 감추고 잔가지만 기소합니다.

장모 최씨의 통장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축소 기소, 최씨가 운영한 요양병원의 수십 억 보조금 부정수급 사건과 관련한 선택적 기소, 석 달에 이르는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 검언유착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검사들에 대한 감찰 및 수사 방해 등이 언론 플레이를 등에 업은 윤석열 검찰의 법기술이 동원된 사건들이란 설명이었다.   

이들 모두 언론 보도와 채널A 자체 진상보고서,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의 폭로 등으로 미심쩍은 정황이 속속 드러난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김학의 사건을 법무부 불법 출국 금지 사건으로 바꿔치기 한 것 역시 그러한 법기술의 일환이었다. 

<조국의 시간> 열풍이 전부가 아니다. 이처럼 추 전 장관을 필두로 윤 전 총장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친검' 언론의 비호가 아무리 전방위적이라고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국민 전체를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태그:#윤석열,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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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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