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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뤄질 때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17차례 변론에서 이뤄진 26차례의 증인 신문에서 재판관들이 한 질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재판관들이 어떤 탄핵 사유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탄핵 사유에 대한 입장도 엿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재판관들의 질의응답 전문을 분석했다. 그 내용을 차례로 보도한다. - 편집자 말

이진성 재판관이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 탄핵심판 참석한 이진성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이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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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안홍기, 선대식, 김성욱, 배지현, 김도희

지난해 12월 22일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 이날 이진성 헌법재판관이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에 한 발언은 이후 탄핵 심판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았다.

"세월호 참사가 2년 이상 경과됐지만 그날은 워낙 특별한 날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그날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을 떠올리면 각자 자신의 행적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날이다. 그래서 피청구인도 그런 기억이 남다를 것이다."

이진성 재판관은 이어 "지금 문제 되고 있는 7시간 동안 피청구인이 청와대 어느 곳에 위치했었는지 또 피청구인이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봤는지 공적인 부분이 있고 사적인 부분이 있을 텐데 시간대별로 밝혀 달라"라고 말했다.

이후 '세월호 7시간'은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1월 10일 3차 변론에서 이진성 재판관이 요구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언론에도 공개했다. '세월호 7시간'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까. 그렇지 않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 오히려 논란이 커졌다.

이진성 재판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밝힌 행적 가운데 허점을 파고들었다. 특히,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을 상대로 돌직구 질문을 쏟아냈다.

세월호 7시간의 허점을 파고들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월 1일 오전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월 1일 오전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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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언론의 오보와 관계기관의 잘못된 보고를 들었다. 이진성 재판관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규현 수석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횡설수설 말을 돌렸다.

(2월 1일 탄핵심판 10차 변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이진성 재판관 : 11시 좀 넘어서 단원고 학생들을 전원 구조했다는 그런 오보가 뜨기 시작했었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 네, 맞습니다.

이진성 : 11시 반에 이미, 나중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밝혀진 것이, 11시 반 전후해서 그것이 오보라는 것이 방송되었다고 나왔는데요. 안보실은 전원구조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2시 25분에야 인지를 했다는 것이죠.
김규현 : 네.

이진성 : 그럼 그사이에는 무엇을 한 겁니까?
김규현 : 재판관님께서 물어보신 사항이 약간 혼동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희가 190명 구조됐다는 것은 단원고 학생들이 구조됐다고 받은 게 아닙니다. 승객이 190명 추가 구조됐다고 받은 거고,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고 대통령께 보고드린 적이 없습니다.

이진성 : 오보의 문제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11시 반에 그런 오보가 잘못된 것이라는 그런 오보를 정정하는 보도들이 이미 다 나왔는데 그렇게 전원 구조되었다는 것을 2시 반에서야 어떻게 인지를 할 수 있었습니까?
김규현 : 11시 1, 3분 이때에 MBC, MBN에 나온 방송은 학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승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진성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가서 한 '특공대 투입', '구명조끼' 발언을 끄집어내며, 기존 증거와 모순되는 지점을 파고들었다. 김규현 수석은 장황한 변명을 내놓았지만, 끝내 박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진성 : 피청구인이 5시 넘어서 중대본에 가서 한 말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 얘기할 건 없고, 결국 특공대 투입과 구명조끼 착용에 관한 궁금한 것을 물어본 것으로 돼 있는데요. '그렇게 특공대를 투입했는데 진척 정도 어떠냐' 또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왜 발견하지 못하느냐' 이런 것은 선내에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 아닌가요?
김규현 :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구조)하라는 게 오전에 지시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서는 지시를 했으니까 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때 사실 저희들도 보면서 특공대가 뭔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보니까 말씀드린 대로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조건이(고) 그런 상황이었다는 게 과학적으로. 물론 시도하다 못 들어간 거 알고 있었습니다만. 특공대가 빨리 들어가기를 원하셨고, 진짜 이 상황은 특공대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대통령께서 판단을 못 하셨을 겁니다.

이진성 : 그사이에 그럼 상황실에서는 특공대든 다른 구조 인력이 선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파악을 못 했습니까?
김규현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추후에 과학적으로 조사를 하고 감사원이 조사하고 합동조사본부에서 조사해서 알게 된 겁니다. 그 전에는 저희들이 기본적으로 해경이나 이러 데서 어떤 상황에서 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 못 한다는 것이 숙지가 안 됐던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진성 : 결국 증인의 주장은 피청구인이 그 당시에 중대본에 방문했을 그 당시에, 선체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데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이군요.
김규현 : 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대통령 쪽 반발에도 블랙리스트를 묻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증언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헌재 증인 출석한 유진룡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증언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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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재판관은 26차례의 증인 신문 중에서 10차례 증인 신문에 참여했다. 이는 주심 강일원 재판관을 제외하면 안창호 재판관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이 재판관이 세월호 7시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탄핵 사유에도 질문을 던졌다. 그 가운데에는 문화예술인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이 있다.

탄핵 심판에서는 블랙리스트가 탄핵 사유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국회 탄핵 소추 의결서에는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일괄 사표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지만, 그 구체적인 사유는 적시되지 않았다.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서 그 사유가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단은 블랙리스트는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진성 재판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문체부 1급 공무원 일괄 사표의 이유를 에두르지 않고 물었다. 앞서 유진룡 전 장관은 2014년 6월 청와대 쪽에서 문화부에 문화예술인 지원배제명단을 건넸고, 문화부는 이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형식적으로 1급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TFT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1월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진성 재판관 : 나중에 일괄사표를 6명이 냈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6명이 낸 형식을 갖췄죠.

이진성 : 그건 증인이 퇴직한 이후의 일인데, 그럼 증인이 근무할 당시에 6명 중에서 실제 퇴직된 사람은 세 사람입니까?
유진룡 : 네, 그렇습니다.

이진성 : 세 사람이 증인 근무 당시에 이 명단과 관련해서 특별히 다른 머무르게 된, 계속 근무하게 된 나머지 세 사람과 달리, 어떤 주장을 하거나 어떤 지시에 대해서 반대하거나 특별히 다른 점이 있었나요?
유진룡 : 예를 들면 가령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CJ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영화 <변호인>이 나왔을 때 왜 돈을 줬느냐, 문화부에서 만든 펀드가 거기에 일부 투자가 된 게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질책을 했는데. 저희는 전혀 문제가 없지 않느냐, 그거는 투자 차원에 된 것이고, 문화 융성 차원에서, 하여튼 등등. 거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콘텐츠 실장입니다. 그리고 콘텐츠 실장은 역시 TFT에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강제 퇴직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됐었던 거죠.

이진성 : 콘텐츠 실장은 신용원 실장인가요. 그 이외 다른 퇴직한 두 사람은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유진룡 : 기획실장은 간사로서 책임을 결국 물은 거고요. 같은 차원이 송수근 지금 1차관이 된 친구가 기획실장이었는데 간사로서 정치권에서 책임을 묻지 않습니까. 그거 같은 차원입니다. 그다음에 종무실장 역시 종교계에 대해서도 세월호 사건 났을 때도 종교계에서 굉장히 반발이 많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대해서도 책임 물은 게 종무실장 김용삼이었고, 그 3명이 대표적으로 정리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진성 : 그 이외에 나머지 3명의 이름은 말씀 안하겠는데, 해외문화원장,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국립도서관장이었죠?
유진룡 :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죠.

이진성 : 결국 그 사람들은 직접 명단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지원배제, 이런 것과 관련된 업무를 취급하는 사람은 아니었죠?
유진룡 : 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나직하게, 말은 단호하게

이진성 재판관은 나직한 목소리로 증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때문에 질문도 점잖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자신에게 최순실씨를 소개시켜준 사람을 밝히지 않자, 이진성 재판관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 재판관의 단호한 태도에 김종 전 차관은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1월 23일 탄핵심판 8차 변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진성 재판관 : 최순실과의 만남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최순실을 만나라고 처음 얘기한 사람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그랬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 그건 아닙니다.

이진성 : 좀 전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김종 : 김기춘 비서실장은 체육계 관련된 사람들 여럿을 만나보라고 했다는 것이고, 최순실을 만난 건 지인을 통해서 만났다고 했습니다.

이진성 : 지인이 어디 관직에 있는 사람입니까?
김종 : 아닙니다.

이진성 : 일반사회에 있는 사람입니까?
김종 : 교수. 네.

이진성 : 왜 밝히지 못하죠?
김종 : 그건 그 사람의 개인 그거라서.

이진성 : 이 법정에서는 개인 사생활이라고 증언을 거부할 사유가 되지 못해요. 누굽니까?
김종 : 제가 말씀드리기 좀.

이진성 : 단순히 사생활이기 때문에 말을 못 한다는 겁니까?
김종 : 그분이 아마 최서원씨랑 친하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기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이진성 : 그런 거라면 거부할 사유가 되지 못해요.
김종 : 네.

이진성 : 누굽니까?
김종 : 하정희씨입니다.


태그:#재판관의 질문, #이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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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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