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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스스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방역이 동물복지농장마저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슬로푸드문화원연구소는 10일 녹색당의 논평 '동물복지 축산농장에 대한 살처분 결정 취소하라'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정부의 '3km 덫'에 걸려 억울하게 농민들이 기르던 닭을 죽여야 했다면, 그런 억울한 농가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도리"라면서, "그럼에도 '억울한 생명을 죽여야 평등하다'는 식의 잔인한 정책을 고집하는 정부는 더 이상 이기적인 방역독재를 일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방역과는 무관하게 다른 억울한 농가들처럼 같이 키우던 닭을 죽여야 한다는 정부의 공정치 못한 형평성 잣대가 농민도, 소비자도 원치 않는 행정 이기주의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슬로푸드문화원연구소는 또 "억울한 농민들을 양산하는 어슬픈 방역 잣대를 고집하는 농식품부는 지자체가 재량껏 방역대를 설정할 수 있음에도, 지자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질병 차단이 용이하고 안전성이 남다른 동물복지농장도 살처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경 3km에 갇힌 억울한 형평성'만을 고집하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면서 "농식품부 방역당국은 다른 농가들이 억울한 살처분을 수용했듯이 동물복지농장이라 할지라도 살처분은 예외일 수 없다는 아무도 동의 할 수 없는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것이 동물복지농장은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차원에서 질병 차단이 용이하다고 공인한 농장이다.

현재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하는 달걀은 전체 달걀 134억개 중 1% 수준에 불과하다. 극히 적은 양이다. 그만큼 동물복지농장의 인증절차과 사후관리가 까다롭다.

2012년 3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안전한 먹거리 공급차원에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유럽연합(EU) 등이 권장하고 있는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해 동물복지농장 산란계 부분 인증제를 실시했다. 그해 8월 충북 음성군 동일농장이 국내 최초로 산란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당시 이상진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 동물보호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밀집사육과 공장형 축산에 대한 반성과 대안이 필요하다"며 "동물의 건강은 축산물의 품질과 안전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동물복지농장 인증제 도입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질병 관리와 차단을 동물복지농장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이 과장은 "동물복지농장은 AI와 같은 특정 조류질병이 유입되지 않도록 소독․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최소 2일에 한 번씩 계사 내와 주변지역에 대한 소독을 실시해 병원체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철새, 야생 조수류 등이 접근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료차량, 난자, 일반출입자를 통제하는 차단시스템이 잘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축사의) 청소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항생제, 살모넬라 등의 식중독균이 혼입되지 않도록 해서 위생적인 동물복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동물복지 달걀이 일반달걀과 섞여서 유통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인증 농가는 동물 본래의 습성을 유지한다는 철학아래 횃대, 산란상, 분뇨처리, 사육시설, 방목장 등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검사본부는 정직한 유통, 방역·위생관리 등을 지침에 따라 수시로 관리·감독해 위반한 농장에 대한 인증 취소와 함께 벌금을 징수하는 강력한 제재조치까지 만들었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동물복지농장은 한마디로 질병과 위해요인이 없는 청결한 자연친화형 농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형평성을 들어 질병에 감염되지 않은 동물복지농장의 닭까지고 몰살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고 보니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에 위치한 동일농장의 홍기훈 대표는 "조류인플루엔자(AI)발병 농장으로부터 3km 안의 닭을 살처분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경우, 살처분이 예산만 낭비하는 잔인한 정책이란 사실을 정부가 스스로 입증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떡하든 닭을 죽이고 보자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동물복지가 앞으로 우리 축산업이 나아가야 할 대안이라고 믿고 식품회사에서 계란가공하던 일을 그만두고 2009년부터 친환경 양계농장에 매달린 홍씨는 농장을 경영한지 4년만에 멀쩡한 닭들을 하루 아침에 생매장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2월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인근에 있는 거의 모든 농장에 살처분 명령이 떨어졌다"면서도 "지자체가 농식품부에 동일농장은 질병차단과 격리에 문제없다고 하는데도 농식품부가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기중 농식품부 방역관리과 서기관은 다른 농가들도 억울하게 키우던 닭을 죽여야 했던 것 만큼 동일농장 닭도 살처분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며 "방역과 무관한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씨는 "건강한 닭이 안전한 달걀을 생산한다는 신념으로 지난 2009년 산란농장을 시작한 이래 친환경인증, 동물복지농장인증, HACCP인증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바닥에 닭이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원하는 곳에 달걀을 낳고 검역본부가 내세운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지침을 철저하게 지켜왔다"고 말했다.

그는 "덕분에 일반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값보다 2배 비싼 질좋은 달걀을 공급할 수 있었다"면서 "만약 정부의 무자비한 살처분이 집행되면 7만1000마리의 닭을 매몰하면서 환경오염을 유발해서 친환경, 동물복지농장, HACCP 등과 같은 인증 기준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동물복지가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신념아래 애써 키운 닭을 이유없이 죽여야 한다는 죄책감이 홍씨를 힘겹게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살처분에 따르는 막대한 피해 또한 그의 앞날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홍씨는 "다른 농장처럼 큰병아리(중추)를 구입해서 속성으로 사육하는 방식과 달리 갓 태어난 병아리를 자연방식으로 키우기 때문에 일반 농장에 비해 닭이 달걀을 낳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살처분이 이뤄지면 사실상 일년간 달걀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피해는 3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억울한 살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슬로푸드문화원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농민들에게 무리한 아픔을 강요했던 오류를 덮으려 또 다시 농민들에게 이유없는 살생과 아픔을 요구해선 안된다"며 "농식품부는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부처이고 그들을 이롭게 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농식품부는 억울한 생명의 이유없는 떼죽음을 강요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불필요한 재정 부담을 짐지우는 획일적인 3km의 살처분 굴레에서 속히 벗어나길 바란다"며 "도시와 농촌, 그 어느 국민도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 힘든 무차별한 살처분은 농민과 소비자를 괴롭히는 명분없는 방역독재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녹색당 논평] "동물복지 축산농장에 대한 살처분 결정 취소하라"
- 행정편의적인 예방적 살처분 중단하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감염되지도 않은 닭과 오리 270여만 마리가 죽어간 가운데, 정부는 동물복지축산농장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하겠다고 나섰다. 국내 첫 동물복지축산농가인 충북 음성 동일농장이 AI 확진 농가에서 반경 3km 안에 있다는 이유로 살처분 통보를 받았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란 동물이 본래의 습성 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축산농장을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로, 2011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되었고 2012년 산란계에 대한 인증기준이 고시로 발표되어 산란계농장에 대한 인증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충북 음성(진천에도 농장이 있는지 확인 중)에서 닭 7만 1천 마리를 사육하는 동일농장 역시 동물복지 인증 기준에 따라 1㎡ 당 9마리의 이하의 닭을 키우고, 닭이 올라앉을 수 있는 홰를 한 마리당 최소 15cm 이상 길이로 설치했다. 따라서 다른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지는 가금류에 비해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해 전염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정부는 AI 발병농가에서 반경 3km 이내에 있는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식품부 자체적으로도 동물의 면역력강화를 위해 사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만든 제도가 동물복지축산농장제도이다.

스스로 차별성 있는 정책을 도입하고 인증까지 해준 상태에서 동물복지축산농장을 다른 농장들과 똑같이 살처분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동물복지농장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의 근본원인은 공장식 축산에 있다. 동물복지 농장을 늘려야 할 상황에서 어리석게도 대안정책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다. 더욱이 감염되지도 않은 생명을 죽이는 것은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없다.

동일농장의 닭을 살처분으로부터 지키는 일은 우리나라 동물복지 축산의 확대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에도 살처분을 해버리면 동물복지 인증제도 자체에 대한 의미와 취지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공장식 밀집사육을 친환경 축산으로 전환하는데도 큰 차질이 발생한다.

이에 녹색당은 농식품부에 동물복지 축산농장에 대한 살처분 결정을 당장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전염가능성이 낮은 가금류까지 위협하는 잔인한 예방적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라.

2014년 2월 10일
녹색당



태그:#농림축산식품부, #살처분, #AI, #유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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