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스틸 사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스틸 사진 ⓒ 또하나의약속제작위원회


6일 개봉을 앞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외압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스크린수 보유 2위인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는 이번 주 전체 영화 예매율 3위(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4일 오후 4시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에 단 7개 상영관을 배정했다(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기준, 오후 7시 50분 현재 11개-편집자말).

잘 알려진 대로,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다 2005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23살의 나이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작 초기부터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제작비와 마케팅비 15억 이상을 개인투자자들과 제작두레 회원들로부터 모금했다. 촬영 이후, 관련 대기업 측이 김태윤 감독 등 영화 관계자들의 지인들과 접촉하며 제작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배급사 OAL 측은 "대기업인 멀티플렉스가 아닌 개인 극장들이 전국적으로 약 20개의 극장을 배정한 것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외압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측은 "외압설은 사실 무근"이며 "극장의 프로그래밍의 일환"이란 해명을 내놓고 있다. 롯데시네마의 스크린 수는 96개다. 

개봉을 앞두고 분주한 윤기호 PD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외압설에 대해 "뒤에 누가 있겠죠"라는 짧은 답으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제작비 투자와 관계없이 보통의 상업영화와 같은 개봉절차를 밟고 있는 <또 하나의 약속>이 예상했던 300개 스크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두고선 "300개를 확보할 때까지 유료시사라는 심정"으로 뛰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외압설이 온라인과 SNS를 달구던 4일 오후 4시경 윤 PD와 나눈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상영관 7개 배정' 롯데, 우리 영화를 예술영화로 분류"

 <또 하나의 약속> 제작발표회 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 오른쪽 끝이 윤기호 PD다

<또 하나의 약속> 제작발표회 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 오른쪽 끝이 윤기호 PD다 ⓒ 이정민


- 우려했던대로 외압설이 돌고 있다. 롯데시네마의 7개관 확정도 그렇고, 대체 무슨 일인건가?
"롯데 측 해명은 이랬다. 극장 프로그래머가 영화를 보고 판단했는데, 우리 영화를 예술영화로 분류했다는 거다. 그래서 예술영화전용관인 아르떼를 포함해 7개 정도를 열겠다고.  이번 주 예매율 3위, 개봉작 중 1위다. 300관은 열어주는 것이 통상적이다. <프랑켄슈타인>같은 잘 홍보가 안 된 외국영화도 이미 170개까지 예매할 수 있는 스크린이 열린 상태인데…. 보통 이 정도 반향이면 상업영화들은 500개정도 스크린이 열린다."

- 배우 조달환씨가 일반 관객들과 관람하려다 예매를 취소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조달환 배우가 영화를 보고선 울고 그랬다. 우리 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며 먼저 연락을 취해왔고, 300여 명 관객들과 함께 보기로 했다. 그래서 롯데시네마 건대관을 잡기로했는데, 그쪽에선 '우리 극장은 상영계획이 없으니 철회해달라'고 했다더라. 그래서 그 이벤트는 CGV 강변으로 옮겨서 하기로 했다."

- 여타 상영관은 상황은 어떤가.
"롯데가 제일 심하고, CGV와 메가박스는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CGV는 현재 30여 개관 정도 열렸는데(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기준, 오후 7시 50분 현재 45개-편집자말), 먼저 가장 많이 열고선 피해라도 입을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메가박스도 행여나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봐 조심하는 분위기인 것 같고."

- 메가박스는 작년 <천안함 프로젝트> 조기 종영때도 말이 많았다. 이번에도 개봉 이틀 전까지 극장이 확정 안 된 건 좀 이상하다.
"한국영화 기대작은 통상 개봉 열흘 전에도 예매가 열린다. 그리고 사실 개봉 주 월요일이 되면 극장에서 배급사에 상영 배정표를 돌린다. 몇 개관에서 몇 회 상영할 거라는. 그런데 우린 아직 배정표도 못 받았다."

- 그래서 외압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단정할 순 없지만) 롯데 같은 경우 프로그래머 개인이 영화를 잘못 봤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렇게 상영 자체가 조직적으로 막히는데 관련 대기업이 뒤에 있다고 봐야지. 지금이라도 관객들의 힘으로 상영관을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300개가 열릴 때 개봉 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 주는 관객들이 얼마를 보시든 유료시사라고 여기려고 한다."

- 이런 경우가 영화계에서 통상적이진 않은 거 같은데. 
"영화계 내부에서도 당연히 이해 못하는 일들이다. 우리 영화가 분명 언론시사 분위기도 좋고 파괴력도 있다. 이 정도면 500개는 열릴 수도 있지만, 목표는 300개로 잡았었다. 그런데 아예 개봉일에 스크린 자체를 막아버리니까. 멀티플렉스 메인관이 하나도 없는 것도 문제다. 롯데가 제일 심하다. 서울에 단 1개라니. 우리보다 예매율이 한참 뒤지는 <레고무비> 같은 작품에 더 큰 상영관을 배정하고."

지상파 영화정보프로도 외면... 외압일까, 자기검열일까

 작년 12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시사회 당시 관객들과 함께 한 <또 하나의 약속> 팀.

작년 12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시사회 당시 관객들과 함께 한 <또 하나의 약속> 팀. ⓒ 또하나의약속제작위원회


- 외압이라 느껴도 확인된 것 없지 않나. 별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부조리함을 알리는 길밖에. 대책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지 안 하는지를 증명하는 거다. 그래서 두레 회원들이 먼저 예매에 나서주시고 있다. 지난달 30일에 있던 대구시사에는 경국 구미, 성주에서도 오시고 그랬다. 영화보기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 김태윤 감독은 지상파 3사 영화정보프로그램에도 소개가 안 됐다고 하던데.
"3사 모두 단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 사실 한 프로그램에선 <또 하나의 약속>을 소개하려고 꼭지까지 새로 만들었는데 고위 관계자가 그 꼭지만 잘랐다 하더라. 담당 피디가 속상해 하며 전화해왔을 정도였다. 조직적인 방해가 여기저기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 매체 인터뷰는 어떤가. 보수지나 경제지는 포기했을 거 같고.
"들어오는 건 다 하고 있는데 일단 중앙일간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맞다. <한겨레>나 <경향>, <오마이뉴스> 같이 처음부터 우호적이었던 매체나 연예매체 들에선 간간이 들어오고. 만족스럽진 않은데 예상했단 것보단 씁쓸하지 않다. 오히려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매체들이 더 편한 것 같다. 오히려 <가디언>지도 그렇고 언론시사 전후 주요매체에서 보도가 많은 편이었다." 

- 영화를 본 관객들이나 언론에서 <변호인>과 비교를 많이 한다. 
"그러게. <변호인>도 문제 없이 개봉했는데. 진짜 한국이 '삼성공화국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재갈을 물리고 좌지우지하려는 느낌. 우리 영화에 "정치는 표면이고 경제가 본질이죠"란 대사가 있는데 이게 사실인 거 같다. 현재는 <변호인>대사 처럼 계란으로 바위를 넘는 심정이다."

- 끝으로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전할 말은?
"이 영화로 투쟁하자는 게 아니다.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있으니 정당하게 볼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거다. 제일 마음이 아픈 게, 개인 투자자분들이나 두레 회원들에게 개봉 전 에 이 정도 성과밖에 못 보여 드린 점이다. 그래도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살리는 길은 관객 분들이 진짜 많이 봐주시는 거다.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보자는 심정이다."

'외압설'을 두고 김태윤 감독은 "이번주 예상 1위 '또 하나의 약속', 그런데 상영관이 이 정도 밖에. 기가 막히네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또 하나의 약속>보다 예매율에서 밀리는 여타 경쟁작들은 4일까지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5배가 넘는 스크린 수를 확보하고 있다.

예고편 100만 건 조회를 필두로 온라인과 SNS에서 <변호인> 부럽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치고는 분명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외압인지, 극장과 매체들의 자기검열인지. 외압설이 제기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 전 기대대로 <변호인>과 같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개봉관 수 확보가 관건인 상황이 됐다.

또하나의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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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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