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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았지만, 밀양은 여전히 울고 있습니다. 오늘도 움막에서 비닐 한 장으로 긴 밤을 지낼 할매·할배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과연, 송전탑은 밀양 주민들만의 문제일까요? 전국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서울의 에너지 자급률은 3% 정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들이 밀양 등의 송전탑이나 가스관을 거쳐 서울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빚을 지고 있는 셈이지요. 어떻게 하면 그 부채를 줄일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와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기획 <송전탑 없앨 수 있다>를 통해, 에너지 자립의 대안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햇빛발전(태양광발전)이니 협동조합이니,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대학에서 환경 관련 학과를 전공했고 친구들과 함께 출자금을 모아 월세 방을 하나 얻어 생활한 적이 있어서 협동이라는 게 뭔지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햇빛발전소를 운영한다든가 협동조합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접하고 실제로 일을 하게 되면서 어떻게 전기를 만들어 쓰는지, 전기가 어떻게 쓰이는지 이제 조금 실감하게 됩니다.

어쨌든 이 시간에도 대부분의 전기는 핵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고,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공급되고 있습니다. 물론 미미하지만 햇빛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도 전기공급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기는 물과 같아서 우리가 쓰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건 무시되어 버립니다. 내가 쓰는 전기가 어느 발전소에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햇빛발전이 대체 뭔가요?

노원구 옥외 햇빛발전소 주차장.
 노원구 옥외 햇빛발전소 주차장.
ⓒ 노원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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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추진하는 '시민햇빛발전소'의 수익모델은, 한 사람 한 사람씩 조합원을 모아 그 출자금으로, 공공기관이나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짓고 생산된 햇빛전기를 한전에 파는 것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제도에서는 사업자가 되어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햇빛발전협동조합은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학교 건물 지붕을 빌려 햇빛발전소를 세우기 때문에 가정에서 쓰는 전기까지 바로 햇빛전기로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정 베란다나 빌라 옥상 같이 공간은 작지만 햇빛이 비치는 곳이면 어디든 햇빛발전 전지판을 설치해서 집에서도 햇빛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가정에서 햇빛전기나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집에 햇빛전지판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우리집햇빛발전소' 사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에너지 단위 제대로 알기
1W(와트) : 1초당 1J(줄)에 해당하는 일의 단위. 1W는 1시간에 약 0.86kcal(킬로칼로리)를 소비하는 에너지와 같다.

1kW(킬로와트) : 1W의 1,000배

1kWh(킬로와트아워) : 1kW의 일을 1시간 동안 했을 때의 에너지. 1kWh는 3600kJ(킬로줄)로서, 이론적으로 무게 약 900kg인 경차를 에펠탑 꼭대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에너지다. 한 달 가정 전기요금이 3만원대라면 월 200kWh 중후반, 4만원대라면 월 200kWh 후반 ~ 300kWh 초반, 5만원대라면 월 300kWh 초중반 으로 사용량을 어림잡을 수 있다(한전 홈페이지에 가면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음).

1MWh(메가와트아워) : 1kWh의 1,000배에 달하는 에너지. 핵발전소의 경우 보통 1기의 용량을 1000MW로 잡는다. 이 핵발전소를 1시간 돌리면 이론적으로 1000MWh의 에너지가 생기는데, 이는 1시간 동안 소비전력 1000W짜리 전자렌지 1백만대를 1시간 동안 돌릴 수 있는 양이다.

1GWh(기가와트아워) : 1GWh는 1000MWh와 같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12년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전국의 광역시 전력소비량은 전국의 54.2%를 차지합니다. 서울의 경우 전력소비량 4만6903GWh(전국의 10.3%) 중 서비스 부문이 2만8144GWh로 60%를 차지하고, 가정 부문이 1만2952GWh로 27.6%를 차지합니다.

경기도의 경우 전력소비량 9만7003GWh(전국의 21.3%) 중 제조업 부문이 4만5712GWh로 47.1%를 차지하고, 서비스 부문이 2만9722GWh로 30.6%, 가정 부문이 1만4727GWh로 15.2%를 차지합니다. 같은 연보에 따르면, 2011년 전국의 발전량은 49만6893GWh인데,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전국의 광역시 발전량은 14만4400GWh로 전국의 29%를 차지합니다.

수치와 용어가 복잡하지만 소비량과 발전량을 비교해 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과 가정 부문 그리고 제조업에서 충분히 전기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가구 수 360만 가구를 2011년 가정에서 소비한 1만2952GWh로 나누면 한 가정에서 연간 3600kWh를 소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각 가정에서 10%만 줄인다면, 그 절감량 1288GWh는, 2012년 서울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소비했던 서울대학교 건물 소비량인 15만2664MWh의 8배 이상에 달합니다. 여기서 서비스업까지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건물 에너지 진단도 하면서 효율을 높인다면 소비량을 더 줄일 수 있고, 제조업 공장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해서 전기요금을 절감하거나 햇빛전기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은 실제 얼마나 줄어드나요?

여기서 더 나아가 가정에서 햇빛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집햇빛발전소는 다음 그림을 보시면 어떤 모습인지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관리비를 줄여주는 햇빛발전소를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관리비를 줄여주는 햇빛발전소를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 햇빛발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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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60만 가구 중 0.27%인 1만 가구에 유행처럼 본인 집 베란다 또는 옥상에 250W~300W짜리 햇빛전지판이 달린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구에서 월 20kWh(250W × 90% 효율 × 하루 3시간 × 30일 = 2만250Wh = 20.25kWh), 1년이면 햇빛의 불규칙성을 감안하더라도 약 300kWh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그렇다면 1만 가구에서 1년에 3000MWh(300만kWh)의 전기를 만드는 효과를 냅니다. 만일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 활동까지 실천한다면 전기소비와 요금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에너지 정책, 그 중 발전소 공급은 수요에 따라 정해지는데, 매년 수요가 올라간다고 가정하고 발전소 비율이나 총 개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 가정의 전기소비량이 줄어 수요가 낮아진다면, 굳이 세금을 써 가며 발전소와 송전탑을 세울 이유가 없습니다. 만일 가정의 수요 때문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위해 발전소를 짓는 거라면, 정부는 여름철 전력 대란을 핑계로 가정과 학교에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하면 안 됩니다.

1년에 3000MWh 정도라면, 고리 1호기 원전(580MW 용량)을 대여섯 시간만 가동하면 만들 수 있는 전력량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1만 가구가 아니라, 서울 360만 가구 중 3분의 1이 햇빛전기를 생산하고 에너지를 절약한다면, 1년에 36만MWh를 만들 수 있습니다(1만 가구에서 1년에 3000MWh 생산 가능하므로, 120만 가구라면 3000MWh × 120 = 360만MWh). 게다가 서울에는 개인 소유든 법인 소유든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상업용 빌딩이나 가게 등도 많습니다.

관리비를 줄여주는 햇빛발전소를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투자대비 효과의 문제인데요. 지금까지 햇빛발전소는 효율이 낮고 회수기간이 길다고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지붕에 설치하는 햇빛발전소는 서울의 경우 50kW 용량 기준으로 약 7년이면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햇빛도시 개척 단원에게 전기 요금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팁입니다.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햇빛도시 개척 단원에게 전기 요금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팁입니다.
ⓒ 햇빛발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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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햇빛발전소'의 경우, 월 320kWh를 쓰는 가정이라면 월 5만3000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월 1만 원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한전 전기요금표 참조, 월 20kWh 생산 가정). 약 5~6년이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햇빛조건이 좀 더 좋은 집은 그 기간이 더 짧아지게 됩니다.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재생에너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점까지 왔습니다.

햇빛발전협동조합과 밀양 송전탑, 무슨 상관이냐고요?

협동조합은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요. 민주적인 공동 소유의 사업체가 유지되는 것이 기본이고,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꾀해야 합니다. 똑똑한 경영으로 수익을 냄과 동시에 사람 사이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적인 가치도 만들어내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문제가 항상 마음 한편에 걸렸습니다.

햇빛발전협동조합들이 정말 영리하고 영민한 조직이었다면 밀양 송전탑 문제를 외면했을지도 모릅니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마주한다는 것은, 좌·우로 나뉜 대한민국에서 우측 사람들을 시민햇빛발전소 조합원으로 모시는 것을 반쯤은 포기해야 할 일이니까요. 에너지 문제는 밀양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시민들의 문제이고 자식 세대 미래와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도시에 살면서 전기요금 잘 내고 있으니 전기 공급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원활히 흐르게 하려면 핵발전소와 송전탑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땅덩어리가 좁다는 이유로, 그리고 싸게 먹힌다는 이유로 외딴 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남 영광, 부산 고리, 경북 울진, 경주 월성에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와 도시를 이어주는 송전망과 변전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땅덩어리가 좁기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발전소를 껴안고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기회비용을 잘못 따진 것이 아닐까요? 핵발전소 어느 곳에서 사고가 나든 한반도 전부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사고가 없다면 다음 세대에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땅덩이가 좁아서 핵발전소와 송전탑이 필수이고 그렇게 해야 오천만 인구가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강력한 정책으로 그런 사회가 만들어진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선택지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며,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비슷한 꿈을 따르는 과정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밀양 송전탑 때문에 에너지 문제가 일상적인 뉴스 거리가 되었고, 그 공기 같은 존재였던 '전기'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모여서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서로 배우면서 언젠가는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한 줌에 불과해서 단숨에 에너지생산구조를 바꾸기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햇빛도시 개척단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이런 활동을 하겠느냐는 것인데요. 지난 12월 31일 오후 4시 10분부터 다음날인 1월 1일 오후 6시 27분까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무작위로 서울의 25~60세 1000명을 대상으로 햇빛발전협동조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다음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햇빛발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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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발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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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보면, 아직 서울 시민들은 햇빛발전협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지만, 협동조합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홍보한다면 조합원으로 참여할 사람들은 적지 않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조합원이 되신 분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고 거부감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습니다.

그 첫 시작으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는 서울의 25개 자치구와 전국의 도시 주민들 1000명을 햇빛도시 개척단원(Solarcity Messenger)으로 모셔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우리집햇빛발전소'는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반년에 걸쳐 법률적, 기술적 문제를 검토해서 만든 250W 계통연계형(가정의 벽 콘센트에 꽂는 방식) 초소형 베란다 햇빛발전소입니다. 햇빛발전 전지판(태양광모듈)과 인버터(햇빛전기를 가정용 전기로 바꿔주는 필수제품)는 직거래 공동구매로 가격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 '우리집햇빛발전소' 가격은 부가세 포함 55만 원입니다. DIY 제품이기에 개척단원이 직접 설치할 수도 있고, 직접 설치가 어려우실 경우 협동조합 실무자가 도움도 드립니다.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햇빛도시 개척단원은 에너지 민낯 공개 프로그램(가정 에너지 사용량 전후 공개)에 참여하여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새로운 개념의 얼리어답터가 될 것입니다. 전기요금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팁입니다. 마음이 동하면 주기적으로 전국에서 에너지 문제로 고통 받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연대하는 '햇빛버스' 잔치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 시작으로 1월 16일에 서울에서 밀양으로 햇빛버스가 출발합니다. 햇빛도시 개척단원은 동시에 전국의 '햇빛발전협동조합'에 가입하여 시민햇빛발전소의 주인으로서 시시콜콜 조합 활동에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햇빛도시 개척단 운동의 성패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에 달려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문제에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 분들께서는 햇빛이 잘 드는 집에 사신다면 꼭 신청해 주십시오. 송전탑도 핵발전소도 재생에너지도 균형 있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꼭 신청해 주십시오. 그리고 시간을 잡아 자주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송전탑이나 핵발전소 문제에 관심은 없지만 전기요금 절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도 꼭 신청해 주십시오.

☞햇빛도시 개척단원 신청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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