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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기황후>. 왼쪽부터 타환(토곤테무르칸, 지창욱 분), 양이(기황후, 하지원 분), 충혜왕(주진모 분).
 드라마 <기황후>. 왼쪽부터 타환(토곤테무르칸, 지창욱 분), 양이(기황후, 하지원 분), 충혜왕(주진모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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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황후>가 양이(하지원 분)를 둘러싼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이를 둘러싼 두 남자, 충혜왕(주진모 분)과 타환(토곤테무르칸, 지창욱 분)의 신경전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애정관계는 삼각관계로 끝나지 않는다. 양이를 짝사랑하지만 양이가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 당기세(김정현 분), 충혜왕을 짝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타나실리(백진희 분). 이 두 사람의 가세로 드라마의 러브라인은 3+2각 관계가 된다.

'사극은 사극일 뿐'이란 걸 모를 리 없는 시청자들이 이런 애정구도를 실제 역사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기황후가 실제로 누구를 위해 혹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기황후란 인물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다.

하급궁녀에서 몽골 최고의 권력까지 장악한 기황후

기황후는 하급 궁녀에서 시작해서 제2황후와 제1황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몽골의 최고 권력까지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몽골 황제 토곤테무르칸과의 애정관계를 십분 활용했다. 그는 토곤테무르칸의 기구한 운명을 최대한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토곤테무르칸(1320~1370년)은 전전전(前前前) 황제인 쿠살라칸의 아들로 열네 살에 보위에 올랐다. 이렇게 빠른 나이에 황제가 됐다면 어릴 때부터 인생이 잘 풀렸을 것 같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몽골 역사서인 <원사>의 '순제 본기'(순제는 토곤테무르칸을 지칭)에 따르면, 황제가 되기 전에 토곤테무르칸은 황실 내부의 치열한 권력투쟁 속에서 '쿠살라칸의 친아들이 아니다'라는 혐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열한 살 때인 1330년에 고려 대청도로 귀양을 온 적이 있다. 이듬해에는 중국 남서부로 귀양을 갔다.

어려서부터 혈통의 정통성에 관한 공격을 받고 먼 곳으로 두 번이나 귀양을 갔으니, 토곤테무르칸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불안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토곤테무르칸의 가슴속을 짧은 시간 안에 파고든 인물이 바로 기황후다.

토곤테무르칸은 즉위 직후에 궁녀 기씨(기황후)를 만났다. 당시 기씨가 몇 살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몽골에 끌려간 공녀들의 평균 연령이 10대 초반에서 20대 초반이었으므로, 당시 기씨의 나이도 그 정도였으리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기황후가 1310년대 무렵에 태어났다는 점뿐이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10대 중반의 토곤테무르칸은 예쁘고 똑똑하고 착해 보이는 고려 출신 궁녀에게 아주 신속히 빠져들었다. 나중에 드러난 것이지만, 기황후는 예쁘고 똑똑하기는 했지만 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착해 보이는'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기황후의 사랑은 순전히 '정략적'


 드라마 <기황후>. 왼쪽부터 타환(토곤테무르칸, 지창욱 분), 양이(기황후, 하지원 분), 충혜왕(주진모 분).
 드라마 <기황후>. 왼쪽부터 타환(토곤테무르칸, 지창욱 분), 양이(기황후, 하지원 분), 충혜왕(주진모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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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의 일은 두 사람 외에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토곤테무르칸에 대한 기황후의 사랑은 순전히 정략적인 것이었다. 기황후는 황제의 감정을 이용했을 뿐, 그 자신이 진심을 품지는 않았다. 이 점은 정치적 기반을 확보한 뒤에 기황후가 보인 행적에서 잘 드러난다. 

기황후의 목표는 세계 최강 몽골제국에서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인데다가 고려 출신이라서 정치적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몽골 황제의 피를 물려받은 자기 아들을 앞세워 꿈을 성취하고자 했다.

토곤테무르칸이 즉위할 때부터, 다음 황제는 토곤테무르칸의 사촌인 엘테구스로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 몽골에서는 형제와 사촌 사이에 황제권이 오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용인되고 있었다. 그래서 기황후의 아들인 아이유시리다라는 황제의 아들이었지만 황제가 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기황후는 차기 황제가 누구로 예정되어 있는가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아들을 황제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엘테구스 모자를 축출하고 죽이는 데 앞장섰다. 결국 그는 아들을 황태자로 만들었다. 이때가 1353년이었다.

아무런 기반도 없는 고려 여성이 혈혈단신으로 몽골에 가서 차기 황제를 죽이고 자기 아들을 황태자로 만들었으니, 그가 자신과 아들의 출세에 얼마나 집중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산 실제의 기황후가 드라마 속의 3각 혹은 3+2각 관계를 본다면 '저런 드라마 같은 삶이 현실화될 수만 있다면!' 하고 감탄했을 것이다.

자신의 남편마저도 몰아내려 한 여자

  양이와 타환(토곤테무르칸).
 양이와 타환(토곤테무르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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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를 아들로 둔 대부분의 여성은 금상(今上, 현존 임금)이 죽은 뒤에 자기 아들이 황제 자리를 계승하기를 기대한다. 정치적 야망이 강한 여성이라면 '금상이 빨리 죽어야 할 텐데'라고 마음속으로 빌 수도 있다.

대통령제 국가의 퍼스트 레이디는 남편의 퇴임과 함께 힘을 잃지만, 황제 국가의 황후는 남편이 죽거나 물러나면 오히려 힘이 강해진다. 남편이 사라지면 황실의 최고 어른이 되어 비상시의 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황제가 된 아들을 대신해서 수렴청정 혹은 섭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야망이 강한 여성일지라도 남편인 금상을 몰아내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금상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기황후는 달랐다. 그는 아들을 후계자로 만드는 데 성공하자, 이번에는 남편인 황제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다. 그는 멀쩡히 살아 있는 토곤테무르칸에게 황제 사퇴를 강요했다. 이런 일이 적어도 세 번이나 있었다. 자기의 권력이 황제를 능가했다는 판단이 들자, 황제에 대한 태도를 바꿨던 것이다. 이 점을 보면, 그가 궁녀 시절부터 토곤테무르칸을 지극정성으로 대한 것이 실상은 다 쇼였음을 알 수 있다.

기황후가 황제를 압박해서 아들을 황제로 만들려 하다 보니, 기황후를 배척하는 반대파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대표적인 세력이 군벌인 볼로테무르다. 1365년에 볼로테무르는 기황후 모자를 몰아내고자 정변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기황후는 100일간이나 연금을 당했다. 아이유시리다라는 먼 곳으로 피신했다. 결국 기황후가 볼로테무르를 제압함으로써 이 정변은 종결됐다.

몽골에서 이런 내분이 벌어지는 동안에, 몽골의 지배를 받던 중국인들의 저항은 한층 더 강해졌다. 중국인 농민 반란군을 지휘하는 주원장은 1368년에 몽골을 중국 땅에서 몰아내고 명나라를 세웠다. 기황후 때문에 발생한 몽골 조정의 내분이 명나라의 건국에 상당 부분 기여한 셈이다.

황제권 다툼을 벌이다 명나라 건국을 자초한 기황후는 몽골 조정과 함께 북쪽의 몽골 초원으로 달아났다. 거기서 몽골 조정은 국가체제를 새로 정비했다. 몽골초원으로 쫓겨난 이후의 몽골을 중국 측에서는 북원(北元)이라고 부른다.

북원이 성립된 이후의 기황후에 관한 역사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황후가 죽거나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북원이 성립되고 2년 뒤에 아이유시리다라가 황제가 된 것을 보면, 기황후가 아들의 황제 등극을 위해 계속 노력했을 가능성이 크다. 초원으로 쫓겨난 뒤에도 기황후는 아들의 황제권 장악, 아니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해 계속 투쟁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인생 행적에서 드러나듯이, 기황후는 오로지 권력 투쟁을 최고의 인생 목표로 삼았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드라마 <기황후>에서처럼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여유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진정 사랑한 남자가 있다면, 그것은 자기 아들뿐일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건 자기 자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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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김종성TV(AI가 묻는역사)https://c11.kr/f0qs♥저서: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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