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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3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원 전 원장 측은 국정원의 심리전단 활동이 정치·대선 개입이 아니라 북한 및 종북세력을 대상으로 한 정당한 활동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터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을 끌어들이는 작전을 펼쳤다.

원 전 원장 측 이동명 변호사(법무법인 처음)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게 검찰 참고인 조서의 한 부분을 제시하며 물었다.

- 증인은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사이버 공간에 의견을 개인 명의로 개진하는 것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 금지와 충돌할 소지가 있는 것 아닙니까"라는 검사의 질문에,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세력이 있고, 이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 저희 원의 임무인데, 어느새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세력이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세력이 되면서 정치세력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정치세력 내 체제 전복을 감시하는 그 자체가 정치관여 소지가 있다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는 그런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라고 답변한 사실이 있는가.
"그렇다. 그 부분은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확실히 생각이 난다."

변호사 "종북세력은 이석기 사건 등을 염두에 둔 거죠?"

이 변호사는 "신문 사항을 준비하면서 이 부분을 상당히 의미 깊게 봤다"면서 다시 읽었다.

- 다시 한번 옮겨보겠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세력이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세력이 되면서 정치세력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뭐, 이석기씨 같은 경우도 대표적인데… 무죄추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렇지요?
"그렇게 생각한다."

- 증인은 왕재산 사건을 보고받은 적 있는가.
"직접 보고받은 것은 없지만, 수사 발표는 본 적 있다."

왕재산 사건이란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김아무개씨 등 5명에게 징역형 등이 선고된 사건이다. 2011년 이 사건이 터졌을 당시 국정원과 검찰은 20여 년간 장기 암약한 반국가단체 사건으로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나, 최종 법원 판결에서 반국가단체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이석기 의원에 이어 왕재산 사건까지 언급한 이 변호사는 초점을 원 전 원장으로 옮겼다.

- 피고인(원세훈)은 왕재산 사건이나 최근 이석기 사건과 같은 첩보를 보고받고, 종북세력의 제도권 진입을 우려하면서도, 전 부서장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에게조차 이석기 의원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증인은 피고인으로부터 종북세력의 제도권 진입을 우려하는 얘기를 들은 바 있는가.
"있다."

- 이석기 수사도 들은 바 있는가.
"말하기 곤란한데, 원장님은 그런 부분에 대해 나보다 훨씬 방대한 내용의 첩보와 정보를 알고 있지 않았겠나."

- 결국 피고인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중 종북세력이라는 것은 이와 같은 왕재산 사건, 최근 이석기 의원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면 맞죠?

이 질문에 이 전 3차장이 답변을 하려고 하자, 판사가 "(사실관계가 아닌) 증인의 의견을 묻는 것이므로 생략하라"고 제지했다.


태그:#원세훈, #이종명, #국정원,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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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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