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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밥그릇
▲ 발우 스님들의 밥그릇
ⓒ 서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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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임금과 다름없는 우리들의 식사

퇴근하고 돌아오니 집 앞에 '대장금'이 놓여 있다. 집에 배달해준다는 음식 선전 소책자다. 한밤중, 아니 새벽까지도 전화 한 통이면 집까지 가져오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유혹! 맛있게 화려하게 찍은 사진을 보며 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긴 쉽지 않다. 피자, 통닭, 족발, 야식, 패스트푸드…. 주문하면 탄산음료에 맥주까지 가져다주니, 애들이나 어른이나 그저 돈만 있으면 먹고 싶은 걸 원 없이 먹는 세상이다.

TV를 켜니 온통 '먹방'이다. 저녁시간대여서 더 그렇겠지만, 어디가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방송프로 천지다. 리포터들은 그 맛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방송사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아 가는 곳마다 TV에 나온 맛집이라는 간판이 넘쳐난다. 옛날 임금님들이 전국의 맛있는 걸 진상받아 드셨다는데, 맛기행을 취미로 하는 요즘 사람들은 거의 임금이나 다름없다.

지나친 육식이 제일 문제다!

과연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는가? 40여 년 전까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서민들의 삶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비만과 영양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요즘 우리 식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육식문화다. 매 끼니 고기가 없으면 제대로 못 먹은 듯하고, 휴일이면 가족끼리 고깃집에서 외식을 해야 부모도 자녀도 만족하는 세태다. 어린 시절 오직 명절 때 소고기국 먹는 게 큰 즐거움이었고, 달걀 먹는 재미로 몇 마리 키우던 닭도 어쩌다 귀한 손님이 와야 겨우 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에 몇 번 먹던 고기를 요즘은 거의 날마다 먹으니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육식은 여러 가지로 정의롭지 못하다.

첫째, 육식은 비만과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미국인들은 현재 과도한 육식으로 인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육식을 많이 하면서 1980년대 초에 비해 대장암과 직장암으로 죽는 비율이 5배 이상 증가했다.

둘째, 지구의 식량문제가 심각해진다. 요즘 소들은 풀을 먹여 키우는 게 아니라 곡물사료로 키우는데, 1인분 소고기를 얻기 위해 22명분의 콩과 옥수수를 먹여야 한다. 지구 육지의 30%가 축산용이고, 곡물의 3분의 1은 사료로 쓰인다. 전 세계가 생산한 콩의 90%는 가축이 먹는다. 우리가 육식을 줄이면 세계적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없어진다.

셋째, 자연환경이 파괴된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동양인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작지는 1에이커면 되지만 미국인은 4에이커가 필요하다. 공장식 축산을 하기 위해 대규모의 산림이 사라지고, 이후 이 땅은 목초지로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햄버거 한 개를 사 먹을 때마다 약 5제곱미터의 숲이 사라진다.

넷째, 사육되는 동물들은 상품 취급을 받는다. 가축을 빨리 많이 키워야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기에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많이 쓰게 된다. 가축들은 평균수명의 4분의 1도 못 살고 도살된다. 소는 자연상태에서 평균수명이 15~20년이나 되는데, 겨우 2년 반 키워 도살한다.

다섯째, 지구온난화의 일등공신은 우리가 먹는 육류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인을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통수단들이 배출하는 비중이 13.5%인 반면 축산업은 18%나 된다. "육류가 마약보다 지구 환경과 인간 건강에 치명적이니, 육류를 마약보다 더 단속해야 한다"(<녹색평론> 2011년 3월호)는 전희식 농부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신토불이, 지산지소, 로컬푸드 운동

오늘날 우리 밥상이 빠르게 세계화되었다. 먼 나라에서 잡은 수산물과 지구 반대편에서 온 과일이 식탁에 오른다.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지도 그리기를 해보자. 또 국내산과 수입산의 유통경로를 비교해 그려보자. 생각보다 복잡한 경로를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푸드 마일리지가 너무 많다.

수입농산물을 줄여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우리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지구 환경과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신토불이(身土不二), 로컬푸드 열풍이 더 거세게 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지역의 유기농 농민, 농업, 농촌이 살고 더불어 소비자도 산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쌀을 제외하면 5%도 안 되는 실정이다. 선진국 중에서 농업을 포기한 나라는 없다.

도시텃밭도 더 육성해야한다. 옥상 텃밭, 베란다 텃밭 등에서 수확한 채소나 열매로 식탁을 차리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먹는 걸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현미와 채소 중심의 전통 밥상

육식의 대안은? 당연히 곡식·채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 가정과 학교,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주 1회 채식운동을 해야 한다. 인간은 육식보다 곡·채식에 어울리는 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육식동물보다 장의 길이가 길어 고기가 몸 안에서 부패한다. 육식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 등에서 식탁의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곧, 기름진 육류 중심의 식단을 채식 위주의 동양식 식단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의 전통 음식은 오랜 기간 동안 생체 실험이 완료된 안전한 음식이다. 장수 식단이기도 하다. 현미 위주의 곡식을 오랫동안 씹으면 침이 많이 나와 위에 부담을 덜어준다. 또 항산화제가 나와 건강에 도움이 되며 치매도 예방된다.

이웃과 지구를 위한 소식小食 그리고 '빈 그릇 운동'

음식이 흔해지다보니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버리고 있다. 한 해 음식쓰레기로 버려지는 돈이 1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세계인구가 72억 명인데, 지구에는 120억의 인구가 먹어도 남아 돌 만큼의 식량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의 절반 이상은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다. 아이들이 5초에 한 명 꼴로 굶어 죽는다고 한다. 소식과 채식으로 이 어려운 이웃을 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스님들의 식사법인 발우공양(鉢盂供養)은 참으로 생태적이다. 발우공양 할 때는 밥과 반찬을 먹을 만큼만 자기 그릇에 담아서 먹는다. 마지막까지 단무지를 남겨두었다가 그릇을 깨끗이 닦은 후 남김없이 다 먹는다. 이렇게 먹는 것도 수행이다. 만약 씻어낸 물에 고춧가루라도 남아 있으면 함께한 도반 모두 이 물을 나눠 마셔야한다.

음식을 먹을 만큼 준비하고 남김없이 먹는 것은 지구를 살리는 중요한 환경운동이다. 우리 모두 '빈그릇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환경을 살리는 것은 시민운동가들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실생활에서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음식은 생명 아닌 게 없다

학생들에게 동물 다큐를 보여주면 한 동물이 또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장면에서 징그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지구상의 생물들은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서 다른 생물을 먹어야만 한다. 우리 인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어디 생명 아닌 게 있는가? 몇 단계 가공한 것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다 생명이다.

즉 우리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한다. 이게 실상이다. 이 사실을 직시하면 어떻게 음식을 대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숙연해진다. 고마움이 저절로 생긴다. 우리 육신을 살리기 위해 우주가 공명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오늘 우리가 받는 밥상은 그저 몇천 원짜리가 아니다.

내가 먹는 오늘 한 끼 밥이 세상을 바꾼다. 혀끝의 맛만 즐기며 먹는 게 아니라 생태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식사, 타인과 다른 생물을 배려하는 밥을 먹자. 미래세대 그리고 지구를 위한 식사를 하자. 생태적인 식사가 멀리 있지 않다. 밥과 국, 나물반찬 두어 가지, 김치로 소박한 밥상을 차리자. 희망세상을 만들자. 우리가 희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열린전북]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생태, #채식, #빈그릇, #지구,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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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생태학교 공동대표....교육, 자연, 생태, 깨달음, 자연건강, 텃밭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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