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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이순자 부부가 지난 2011년 12월 14일 오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 장례식장 온 전두환, 이순자 부부 전두환, 이순자 부부가 지난 2011년 12월 14일 오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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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 동안 국내 최고 뉴스메이커 중 한 명은 전두환 전 대통령(12.12쿠데타와 광주학살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하였으므로 이하 '전씨'로 지칭)이다. 지난 6월 27일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검찰은 곧바로 연희동 자택을 포함해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먼저, 야당이 추징 시효 만료를 앞두고 법 개정을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국민적 분노가 일자 새누리당도 법 개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는 전씨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속속 드러나는 전씨 일가의 재산들... 과연 출처는?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전씨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그림과 불상, 자기 등 미술품을 직접 압수했다. 전씨 일가 회사의 금융·회계 전산 자료, 부동산 매입 자료, 통장 내역 등도 모두 압수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일가 명의로 된 은행 대여금고도 7개 발견됐다. 이 안에는 전씨 일가 명의의 예금통장 50여 개와 금·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40여 점이 있었다고 한다. 또 NH농협은행에 전씨 부인 명의의 30억 원 연금보험이 발견됐고, 전씨 부부는 매달 1200만 원을 받고 있었다.

이 연금보험이 압류되자 전씨 측은 "선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당장 생활이 어려우니 압류를 풀어달라"고 말해 지탄을 받았다. 여기에 1987년 청와대에서 진행된 전씨의 차남 재용씨 결혼식 축의금으로 최소 13억원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민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국세청도 나섰다. 시중 보험사에 전씨 일가의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여러 정황이 이번엔 뭔가 결실을 맺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전씨 측은 재산 지키기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7일 국회에서 '전두환 특례법'이 통과된 당일 전재용씨는 용산구 이태원동의 고급 빌라 2채를 매각했다. 또 최근에는 전재국씨 소유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지와 건물 매각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술품 구매 등 전씨 재산 관리에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아무개씨는 압수수색 직전 외국으로 출국했다.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신영무 변호사가 전씨 집을 방문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전씨가 거물급 인사로 '법적 대응팀'을 꾸릴 것이란 예측도 있다. 

대통령까지 지낸 인물, 그런 아버지를 둔 아들들이 수천 억 원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추징금과 세금을 안 내겠다고 버티는 건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의 전씨 재산 추징 노력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노력에 '왜 하필 이 시기에?'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국정원 대선 개입과 국정조사에 대한 물타기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집행을 위해 압수수색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운영하는 시공사 사옥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미술품을 화물차량에 옮기고 있다.
▲ 시공사 압수한 미술품 화물차 가득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집행을 위해 압수수색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운영하는 시공사 사옥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미술품을 화물차량에 옮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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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씨에게 추징금을 받으려는 노력은 이전 정부에서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늘 요란한 빈수레에 그쳤다. 추징금은 지난 1997년 4월에 확정됐다. 당시, 전씨는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직후 312억 원이 추징됐고, 이후 16년 동안 221억 원이 추가 추징됐다. 현재 미납 추징금은 1672억 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전두환) 추징금 문제도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검찰은 왜 하필 지금... 

이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7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연희동 별채 경매로 16억 원, 벤츠 승용차를 경매에 부쳐 1억 원, 아들 전재국씨 명의의 콘도 회원권 1억 원, 숨겨둔 서초동 땅을 찾아 1억 원 등 2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추징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불과 4만7000원을 추징한 것에 그쳤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가 전두환 일가의 숨겨진 재산 찾기에 나선 건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질적인 권력의 2인자였다. 여당 내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이제와서 과거 정부를 비판하고 자기 자랑을 하는 건 민망한 일이다.

만약 전씨 재산 추징이 정국 전환용이었다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방송 3사 등 언론은 국정원 대선 개입보다는 전씨 재산 추징 관련 소식을 훨씬 더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게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재산을 찾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더 큰 난제는 이 재산과 전두환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물타기를 한 정치쇼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섬 '저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섬 '저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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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1979년 당시 박근혜씨가 전두환 합수부장에게 직접 받았다는 6억 원 문제이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 금고에는 현금 9억 원이 있었는데, 이중 6억 원을 전두환씨가 박근혜에게 줬다는 것이다.

그 9억 원이 어떤 돈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공금이어도, 비자금이어도 문제다. 청와대 공금이라면 전두환과 박근혜는 공금 횡령의 공범이 된다. 만약,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인 비자금이라 하더라도 출처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 돈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으니 불법이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 전두환에게 받은 6억 원부터 정리해야

지난해 12월 대선 TV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당시 6억 원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액수였다"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박근혜는 후보는 "나는 자식도 없으니 나중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1979년의 6억 원이 현재 가치로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관측이 있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환산한 결과 최소 21억 원에서 최대 274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일반적인 정기예금으로 계산하면 90억 원 정도 되고, 통상적인 소비자 물가지수와 GDP 디플레이터 등을 적용하면 33억 원 정도라고 밝혔다.

전씨에게 추징금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정작 박 대통령 자신은 정체불명의 6억 원을 받은 뒤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사회 환원 약속도 지키지 않는 건 우스운 일이다.

전두환 재산 추징이 정치쇼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 대로 6억 원을 빨리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그것도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말이다. 이것이 전두환 재산 추징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시금석이다.


태그:#전두환, #박근혜, #추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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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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