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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재텃밭의 간판은 설치예술을 하는 회원의 재능기부로 세워졌다.
 여우재텃밭의 간판은 설치예술을 하는 회원의 재능기부로 세워졌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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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테니스 경기장 건설이 한창인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서 여우재길로 들어서서 야트막한 야산 아래로 펼쳐진 작은 텃밭을 보면서 걷다보니, 마치 시골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우재 텃밭에 들어서니, 포도나무 아래서 덜 읽은 포도를 깨물곤 얼굴을 찡그리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300평인 여우재텃밭에서 40가구가 함께 농사를 지은 지 4년째랍니다. 지난 달 30일, 여우재텃밭에서 '마늘배 윳놀이 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대회 상품은 여럿이 함께 키운 유기농 햇마늘입니다.

그늘이 진 텃밭 주면 나무숲은 자연스럽게 쉼터가 됐습니다. 종종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텃밭 회원들은 평소에도 직접 만들어온 음식과 막걸리를 나누지만, 이날은 좀 특별한 날이어서 드럼통 위에서 돼지고기를 구웠습니다.

여우재텃밭은 친환경유기농사를 근본으로 땅심으로 작물을 키운다.
 여우재텃밭은 친환경유기농사를 근본으로 땅심으로 작물을 키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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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재텃밭은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회원들이 많아서 아이들도 많습니다. 맨발로 흙을 밟기도 하고 맨손으로 다양한 흙놀이를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습니다. 그게 이 텃밭에 참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이날 아이들에겐 특별한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그건 바로 팥빙수입니다. 바위 만한 얼음을 큰 빙수기를 이용해 갈아서 큰 양은냄비에 수북이 담고 달콤한 팥과 떡, 젤리 등을 올리자, 아이들이 달려들어 쉴 새없이 숟가락질을 합니다.

4년째 텃밭에 참여하고 있는 유인유(80) 할아버지는 거의 매일 텃밭으로 출근하여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뒤 직접 키운 반찬거리 채소를 수확하여 집으로 귀가하는 재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는지 답답해서 있지를 못해, 텃밭에 오면 시간도 잘 가고 사람들도 만나고 여러 가지 재미가 있어서 좋아. 자식들은 힘들다고 그만 하라고 하지만 내가 즐거워서 하는거야 반찬거리라도 들고 가서 내놓으면 다들 좋아해."

오랜만에 손주들과 점심약속을 했지만, 텃밭에 들러서 회원들과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었답니다. 할아버지의 텃밭은 항상 잘 정돈되어 있고 농사도 잘 되는데, 그것은 매일같이 나와서 작물을 보살피는 정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승전에 오른 세가족의 아이들이 윷을 던지는 표정이 진지하다.
 결승전에 오른 세가족의 아이들이 윷을 던지는 표정이 진지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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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배 윷놀이 대회는 마늘밭 외에도 회원들이 기부한 대장간 호미,하우스맥주등이 상품으로 나왔다.
 마늘배 윷놀이 대회는 마늘밭 외에도 회원들이 기부한 대장간 호미,하우스맥주등이 상품으로 나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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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늘배 윷놀이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족별로 예선전과 준결승을 치른 결과, 세가족이 결승에 올랐습니다. 윷 던지기는 아이들의 몫입니다. 어른들은 뒤에서 훈수를 두거나 응원을 합니다.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터지고... 엎치락뒤치락 극적인 재미를 보여준 윷놀이 대회는 큰 웃음과 박수 속에서 끝났습니다.

우승을 한 가족은 마늘밭 한 이랑을 통째로 받았습니다. 나머지 마늘은 회원들 모두에게 나눠줬습니다. 주말텃밭이 많이 생겨서 도시농부들이 많아졌지만 이웃과 함께 어울려서 농사를 짓고 음식을 나누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여우재텃밭에서는 얼굴 붉힐 일도 없습니다.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텃밭지기 이기성(48) 회원은 텃밭에서는 농사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로간에 정(情)을 나누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텃밭으로 발걸음이 저절로 옮겨진다면서 마늘배 윷놀이대회도 그런 자리라고 합니다.

"우리 생활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그것은 편리한 것일 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진짜 행복은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텃밭농사다."

스마트폰시대는 편리함은 있지만 정(情)은 없다. 사람은 서로 만나서 얼굴보고 지내는 것이 행복이다.
 스마트폰시대는 편리함은 있지만 정(情)은 없다. 사람은 서로 만나서 얼굴보고 지내는 것이 행복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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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재텃밭을 분양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과거 농촌과 같은 마을공동체 회복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여우재텃밭에 한 번 들어오면 해를 넘겨가며 계속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가 사람에 대한 정(情)에 취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지난 6월30일에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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