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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6일 한 발언입니다. 김 의원이 말한 '대화록'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입니다. 발언이 알려지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김 의원이 국가기밀인 대화록을 법적 절차도 밟지 않고 봤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비공개 회의에서 밝힌) 대화록은 '회의록 원본'이 아니라 (당에서 만든) 문건"이라고 해명한 이유다 엄청난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들은 국정원이 24일 공개한 대화록 전문과 김 의원이 지난 해 12월 14일 부산 서면 서면 천우장 앞 유세 당시 새누리당 총괄본부장이었던 김 의원의 찬조연설과 토씨까지 거의 같았습니다. 대화록 전문을 보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언론이 대화록과 김 의원 발언이 토씨까지 비슷하다고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했습니다. 김 총괄본부장은 대화록 내용을 읽어내려간 이후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말한 기가막힌 내용을 대한민국의 대통령 노무현이가 북한의 김정일이한테 가서 한 말이다. 기가 막히지 않나. 너무나 북받쳐서 제대로 못 읽었다. 대한민국이 이래서 되겠나. 이때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문재인이가 노무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서 되겠느냐"

결론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갖다 바쳤고, 정상회담을 준비 책임자인 문재인 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는 의로운 '분노'(?)였습니다. 노무현을 향한 끝없는 증오가 배인 발언입니다. 생각해보니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참 많이 했습니다.

"노무현 팔아 야바위 정치"

지난 2012년 1월 3일 부산시당 신년교례회에서 "노 전대통령의 부정·비리에 의한 사망을 지역구도 타파 때문인 것처럼 위장하면서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 자괴감에 빠져들어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위장 취업한 것과 같고, 부산시민을 업신여기고 속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노무현을 아끼고 노무현을 팔아 정치 장사를 하고 싶으면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금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로 출마한 사람들과 주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 사망하기 전에 뭐라 했는지 기억한다면 결코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세 사람은 이들과 같이 하면 안되고, 이들과 같이 한다면 노무현을 팔아 야바위 같은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이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는 민주당과 친노세력이 통합을 한창 추진할 때가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부산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 행위를 '야바위'에 비유한 것입니다.

"노무현 6월 항쟁 참여하지 않아"

지난 해 9월 24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새누리당 안에 나 같은 민주화 세력이 있다.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6월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여러분은 잘못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6월항쟁에 대해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이 주도해 전국을 다니면서 직선제를 요구한 것으로, 서울 일원에서만 있었던 저항을 전국으로 확산시킨 게 민추협"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그 때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6월항쟁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김 의원 발언 다음 날인 25일 노무현재단은 25일 성명을 사진까지 첨부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1987년 부산 6ㆍ10 대회 때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은 사실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역사적 사실까지 '당당하게' 부정하는 데 대화록쯤이야 보지 않았다고 태연하게 변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회담록 폐기 대역사 범죄...노무현 부정으로 자살"

노무현 대통령 'NLL포기'논란이 한창 때인 지난 해 10월 19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록 폐기를 지시해 청와대 보관용이 파기됐다고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왕들도 하지 못한 국정기록 파기설"이라면서 "사실이라면 대통령으로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대역사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그는 "왕의 실록편찬 개입이 금지되어있음에도 폭군 연산군은 이에 개입해서 결국 사관 김일손을 능지처참하고 김종직을 부관 참시한 사건이 바로 무오사화"라고 말해 노 전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했습니다.

여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11월 21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해 그걸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나"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 1월에 했던 말을 되풀이 한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집권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닙니다. 분노한 노무현 재단은 "새망언당", "새막말당"이라며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같은 날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켰는데 국가 공권력 집행을 제대로 못해서 정권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대못을 빼내야 할 시기에 '병든 소 수입해 우리 국민을 다 미치게 만든다'는 말도 안되는 말에 우리나라 심장인 광화문이 점령당해 (국정이) 마비됐다"며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죠.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촛불을 보며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자랑스럽게 공개해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했습니다.

촛불집회를 공권력을 밀어붙여야 했다는 말은 섬뜩합니다.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독재자들이 물러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시민 저항을 공권력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제발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0년 12월 날치기를 "이게 정의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지난 2010년 12월 8일 2011년도 새해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후 비판 여론이 일자 다음 날인 9일 "이것이 정의다"라며 "우리 국민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한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날치기를 처리를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행한 끝없는 증오는 색깔론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2010년 12월 14일 권영세 의원(현 주중대사)가 번역한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 츨판기념회 축사에서 "지난 정권에서 10년 동안 햇볕정책을 하며 북한도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그 결과는 미사일.핵.폭탄이 돼서 돌아왔다"면서 "북핵 개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거듭되는 북한의 도발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햇볕정책이 북한 도발을 더 부추겼다는 말입니다. 이 주장은 새누리당과 수구세력과 일맥상통합니다.

"전월세 대란은 좌파정권 때문"...'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지적도 불순세력"

2011년 3월 15일 한나라당 울산지역 당원 연수회 특강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반기업 정책이 오늘의 전·월세 대란과 실업자를 만들었다"면서 "다음에 또 좌파정권이 들어선다면 보복적 정책을 펼 것이기 때문에 독립운동이나 민주화투쟁 이상의 구국일념으로 우파정권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까지 햇습니다. 전월세 대란과 실업자 양상을 좌파정권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바로 김무성 의원입니다. 그가 지난 대선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이었고, 대화록을 사전 받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한반도에 유입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4월 8일 "오늘 아침, 관련 부처 전문가들과 차관들을 다 불러서 일본 방사능에 따른 문제 없는가에 대해 점검 회의했고 결론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불순세력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방사능 문제를 지적하는 것까지 불순세력으로 몰아갔습니다. 자신들을 조금만 비판해도 다 '붉은 덧칠'로 비난했습니다.
                                                                                                                            색깔론 정점은 지난 2011년 7월 한진중공업과 제주 강정마을 관련 색깔론입니다. 당시 한진중공업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35m 높은 곳에서 200일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 복귀를 위해 농성을 하고 있었고, 희망버스가 김 위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러자 같은 달 27일 "(3차희망버스)이번에 또 다시 영도에 쳐들어가서 망동을 저지른다면 이번에는 부산 시민들께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벌어지는 충돌은 민주당과 좌파진영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색깔론 정점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제주 강정마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는 "종북주의자 약 30여명의 반대데모 때문에 이 중요한 국책사업이 중단되고 있고, 민주당, 민노당 의원들이 몰래 가서 공사중단을 선동하면서 강정마을을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현재 강정마을에서 공사를 제재하고 있는 세력들은 사실상 북한 김정일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종북세력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을 이토록 미워하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 비판세력은 모두 색깔론으로 몰아세웠던 김무성 의원. 정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상회담대화록을 토씨까지 비슷하게 낭독한 김무성 의원일까요? 아니면 민주주의를 외치고, 평화를 바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싸운 이들일까요? 답은 나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무성, #노무현,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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