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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이 없는 곳을 걸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길을 만들 것이다."(데렉 윌, 101쪽)

자본주의의 끝은 무엇이며, 자본주의를 대체할 정치사상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길들여진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점으로 하여 각종 경제 위기와 양극화, 경쟁 체제와 지구 환경의 파괴,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 수많은 모순들 속에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할 것 같이, 인류와 자연 환경을 위협하는 상황에 제기되는 질문들이다.

데렉 윌의 <그린 레프트> 전 세계 생태사회주의 운동의 모든 것
▲ 데렉 윌의 <그린 레프트> 전 세계 생태사회주의 운동의 모든 것
ⓒ 이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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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녹색당의 수석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정치사상가 데릭 윌이 펴낸 책 <그린 레프트>는 '지구에 대한 자본주의의 공격'을 늦추고, 이를 역전시켜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사상인 '생태사회주의'의 이념과 정신, 그리고 세계적인 활동 추이를 소개하며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 데렉 윌은 2006년 녹색당 안에 반자본주의 생태사회주의 그룹인 '그린 레프트'를 발족시켰다. 현재는 런던 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 학생들에게 정치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생태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비폭력 직접 행동을 주장하며, 특이하게도 불교의 선(禪) 사상과 반자본주의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진 사상가이다.

<그린 레프트> 책의 표지가 재미있다. 녹색 식물의 잎사귀들로 모자이크를 만들어 불끈 쥔 주먹 모양으로 형상화시켰다. 녹색 잎사귀들 사이사이에 나비와 조개, 물고기와 돼지, 사람, 자동차, 소, 새와 나무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힘차고 굵은 팔뚝 부분엔 자전거를 가장 크게 배치했다.

녹색의 잎사귀는 물론이고, 자연환경과 사람, 문명이 모두 녹색으로 표현된 것, 그리고 자전거를 가장 아래쪽에, 가장 크게 그려 넣은 것은 '생태주의'를 표현한 것이라면, 불끈 쥔 주먹은 '사회주의'의 직접 행동을 묘사하여, 생태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한 '생태사회주의'를 이 표지 그림이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왜 생태사회주의인가?

생태사회주의를 자본주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저자의 문제제기는 매우 직접적이고 날카롭다.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생산, 소비, 낭비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체제라고 하며, 결국 경제성장의 상승세에 의존하고, 그것은 본질적으로 환경 침해와 연계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 침해는 생태 위기를 가져왔고, 그 위기의 근원은 다시 경제로 환원된다. 저자는 단호하게 이런 경제를 '미친 경제'라고 일갈한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만족을 모르며, 충분한 이윤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자본주의-성장-생태 위기'의 연결고리에 대해서,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소수의 사악한 개인'에 의해 지탱되는 음모가 아니라고 말하며, 성장은 자본주의 핵심에 '내장'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본주의 경제 성장이 또한 소수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몇 배나 높은 소득을 누리는 '놀랍도록' 불평등한 사회를 조성하는데, 이런 양극화와 불평등도 단순히 소수의 부도덕한 축재에 있다기보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것이라고 보며, 그러므로 생태 위기를 가중시키는 경제 체제 안에서는 소수의 부자를 포함한 모든 인류가 다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덜 소비하고 덜 생산한다면,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위기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우리가 겪고 있는 생태 위기의 핵심적인 이유라는 것. 2008년 전 세계 광고비 지출이 7200억 달러였다. 광고는 우리가 더욱 많이 소비하도록 부추기는데, 이것이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의 환경파괴에 저항하기 위한 생태사회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체제와 그 핵심에 내장된 성장으로 일어나는 환경파괴에 저항하여 지구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사회주의적 분석과 행동을 지지하는 생태사회주의야말로,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많은 환경운동가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자본주의는 생태 파괴의 원인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적 분석이 없는 녹색 정치는 환경보호를 위한 실제적인 대안 개발에 실패할 것입니다. 과거 사회주의 운동이 실패한 점들 가운데 종종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생태사회주의적 대안을 수립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생태계에 무관심한 사회주의는 여전히 지구를 훼손할 것이며,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적 분석이 없는 생태주의는 생태계를 구원하는데 실패할 것입니다.(본문 39-40쪽)

낭비 없는 번영을 위하여

특히 저자는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배출량을 줄이는 수단으로서는 실패하였고, 탄소배출권 거래나 탄소 상쇄 정책 등은 모두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증가를 허용하는 '사기극'이라고 하였으며, 친환경적인 것으로 보이는 바이오연료도 화석 연료보다 더 많은 기후 파괴를 일으킨다고 맹비난하였다.

왜냐하면 바이오 연료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화석 연료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며, 경작에 사용되는 비료와 농약도 화석연료에서 추출하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바이오 연료 작물인 야자유는 열대우림을 벌채하고 야자유 농장을 조성함으로써 얻어진다. 이와 같이 바이오 연료를 얻기 위해서는 탄소를 흡수하는 삼림을 파괴하여 도리어 기후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이렇게 탄소 거래와 같이 시장에 기반을 둔 접근법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생산하는 바이오 연료로서는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정과 결과였기에, 저자는 가장 근본적으로 '낭비 없는 번영'이 사회의 목표가 되는 생태사회주의적 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자본주의를 저지하기 위해 기업의 권력을 분쇄하고 그것을 사회적 통제 아래 두는 것만이 지구의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길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또한 인간에 대한 착취와 자연에 대한 약탈을 멈추는 길이기도 하다.

생태사회주의의 길

그럼 생태사회주의는 어떤 정책을 실현하는 사상일까. 하나의 핵심 원칙은 물론 생태이다. 농업에서 생태학적 원칙을 시급하게 적용하여, 세계화된 농업시스템이 반 생태적이므로 반드시 식량을 지역의 필요에 따라 생산할 것을 모색한다. 산업적인 기업형 영농을 배제하고 한 지역의 식량 주권을 수호한다.

특히 중요한 정책은 생태사회주의가 공유 재산권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원래 공짜였던 자원에 대한 대다수의 접근을 막아서, 그 자원을 팔 수 있게 만드는 경제 체제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빈곤이 발생하고 환경이 파괴되므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유재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공유재는 생태를 자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연결하는 해결책이다. 그것은 사유재산을 폐기하지 않고도 우리가 훨씬 적은 낭비로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장난감 도서관에서 장난감을 빌리고, 하루 동안 공구를 빌리고, 카풀을 이용하고, 또는 심지어 주말농장에서 먹을거리를 기르는 것을 생각해보라. 공유재는 환경에 미치는 물리적 충격을 현저히 완화시키면서 어쩌면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는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도전한다.(본문 37쪽)

또한 생태사회주의의 미래는 '배려'에 기초한다.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은 헤지 펀드, 파생상품, 외환 거래의 은밀한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배려보다 탐욕에 기초한 금융의 세계는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더 많은 힘을 부여하고, 전통적으로 저평가되어온 가사노동의 가치를 강조한다. 

생태사회주의는 핵무기가 없는 미래이며, 다른 생물종을 존중하는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원자력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며, 공장식 축산과 동물실험에서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을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약한 사회문제들이 늘어나게 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다. 오직 지속가능하고 재활용 가능한 상품만을 생산하고 녹색 건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것이 생태사회주의의 길이다. 그 길은 없었지만 걸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으로 저자는 전망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이윤에만 충실했던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두려울 수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인 성장의 한계를 짚어볼 수 있으며, 성장의 과정에서 소외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제법 딴딴한 희망의 알맹이를 만지게 해준다.

또한 <그린 레프트>는 새 정부 들어서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녹색 성장'이라는 말이 얼마나 모순적이며 양립할 수 없는 말로 조합된 용어인지를 알게 해준다. '녹색'과 '성장'은 결코 함께 사용할 수 없는 허구이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 생태사회주의는 '성장 없는 번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그린 레프트>, 데렉 윌 지음, 조유진 옮김, 이학사, 2013년 6월 10일, 1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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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