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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①] "다짜고짜 욕설 퍼부어... 제가 기계인가요?"
14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서울플라자에서 열린 '여자 노동을 말하다-감정노동' 청책 토론회에서 서울시 120다산콜 센터 상담원인 김영아씨는 "전화로만 목소리를 듣다보니까 ARS 기계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저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서울플라자에서 열린 '여자 노동을 말하다-감정노동' 청책 토론회에서 서울시 120다산콜 센터 상담원인 김영아씨는 "전화로만 목소리를 듣다보니까 ARS 기계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저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서울시여성가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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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39·콜센터 상담원 경력 2년)씨는 2011년 5월, 서울시의 120다센콜센터의 상담원으로 입사했다. 그해 7월 서울에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그로 인한 수해로 주민 민원이 폭주했다. 당시 한 민원인이 한 욕설을 김씨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전화를 받자마자 퍼붓는 욕설과 고성은 김씨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다짜고짜 구청장을 바꾸라는 민원인 요구에 저부터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침수 피해 접수 방법을 안내하려 해도 듣지도 않더니 한참 욕설을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전화로만 목소리를 듣다보니까 저를 ARS 기계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저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사례②]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저를 발견했어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출퇴근 시간이 고정된 일을 찾았던 심명옥(43·텔레마케터 경력 6년)씨. 식당 일은 퇴근이 늦어서 텔레마케터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전화라는 게,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욕설은 기본이고 일방적으로 화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님'의 화풀이가 시작되면 심호흡을 하면서 전화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전 제가 감정노동자인 줄 몰랐어요. '먹고 사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쉬운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제 감정을 다독거리기만 했죠. 그런데 일을 하면서 두통이 심해졌어요. 특히 고객님한테 받은 스트레스가 그대로 집으로 이어졌어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저를 발견했어요. 더 속상해지죠."

욕 먹고도 "사랑합니다, 고객님"... 웃어야 하는 감정 노동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여자, 노동을 말하다 - 감정노동' 토론회 1부에서 김영아씨와 심명옥씨는 감정노동자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폭언이나 욕설을 듣더라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응대해야 하는 현실을 한탄했다.

김씨는 "화를 내는 분의 전화를 받고 나면 감정 소진이 심하다"며 "충분한 휴식 없이 밀려오는 콜을 받다 보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온다"고 말했다. 이어 심씨는 "욕 외에 '울릉도 동남쪽~'이라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며 "저도 사람이기에 속상하다, 최소한 욕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토론회는 감정 노동 근로자들이 직접 털어놓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근로조건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4월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정노동자들의 현실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손님의 불만과 항의에도 꾹 참고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정노동이란 고객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노동을 일컫는 말로, 전화상담원·항공기 승무원·판매원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가리킨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1000만여 명 가운데 314만 명(서비스 종사자 165만 명, 판매업 종사자 149만명 등)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특히 전국 콜센터 3만5000여 곳에서 일하는 여성 상담원 89만 명이 감정노동자의 대표적 사례다.

"감정노동자 위한 의사·상담센터 필요"

14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서울플라자에서 열린 '여자 노동을 말하다-감정노동' 청책 토론회 2부에서 한인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스트레스는 무조건 나쁜 것이어서 이를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문제의 핵심은 부당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서울플라자에서 열린 '여자 노동을 말하다-감정노동' 청책 토론회 2부에서 한인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스트레스는 무조건 나쁜 것이어서 이를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문제의 핵심은 부당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여성가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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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감정노동자의 문제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패널로 나온 한인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스트레스는 무조건 나쁘다고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부당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한 연구원은 회사 내 근로자 지원프로그램(EAP·Employee Asistnace Program)를 풀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 연구원은 EAP로 일본의 전자회사 소니와 캐논의 사례를 소개했다. 소니는 회사 내의 'Wellness Center'에 정신과 의사가 상근해 직원들이 스트레스 상담을 받고 있다. 또 캐논의 경우에는 산업보건부서의 보건 담당자가 직원들의 스트레스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감정노동을 만들어낸 주체가 기업이기에 결자해지라는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기업이 책임지고 건강하게 일터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정부를 향해 감정노동자 보호방안을 제시했다. 이 실장은  ▲ 근로기준법 내 감정노동 용어 추가 ▲ 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감정노동자 산재 인정 추진 법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어 이 실장은 "정부차원의 공익광고 제작과 캠페인 활동을 통해 감정노동자들의 현실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공교육에도 학생들이 감정노동을 체험할 수 있는 실습 교육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고객에 의한 성희롱 예방대책도 제시됐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콜센터 노동자가 고객에게 '고객님은 성폭력으로 인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고지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며 "또 고객이 끊기 전에 끊을 수 없게 만든 콜센터 응대 요령 등 업무 규정에 노동자 인권 침해요소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봉 대표는 "성희롱 행위를 한 고객에 적극 대처한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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