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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청년유니온 서울지역 담당자가 지난 2010년 4월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시 몹을 벌이고 있다.
 김형근 청년유니온 서울지역 담당자가 지난 2010년 4월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는 플래시 몹을 벌이고 있다.
ⓒ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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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비판 등 정치적 목적을 띤 '플래시 몹'도 사전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행위예술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그 내용이나 목적에 따라 옥외 집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8일 3년 전 서울 명동에서 '플래시 몹' 행사를 벌여 불법 집회 혐의로 기소된 청년유니온 김영경 전 위원장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플래시 몹이란 불특정 다수가 미리 정한 장소에 모여 약속한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퍼포먼스다. 현재 '집회 및 시위와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에는 옥외집회 시 경찰에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는 예외를 인정해 플래시 몹도 사전 신고 없이 허용돼 왔다.

대법 "정부 정책 규탄, 정치적 구호 등 집시법상 옥외집회 해당"

청년유니온(위원장 한지혜)은 지난 2010년 4월 4일 오후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청년유니온 노조 설립 인정과 청년실업 해소,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는 플래시 몹 행사를 열었다. 당시 청년유니온 회원 수 명은 10여 분 동안 길바닥에 주저앉아 컵라면을 먹거나 기타를 치고 소복 차림으로 북을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달린 팻말을 목에 걸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사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 역시 지난 1, 2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지만 청년유니온은 "순수한 예술행위로 집시법 신고 의무가 면제되는 집회"라며 상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모임은 비록 행위예술의 한 형태인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내용과 목적 등을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특히 "정부의 청년실업 문제 정책을 규탄하는 등 주장하고자 하는 정치·사회적 구호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개최된 집시법상 옥외 집회에 해당하므로 사전신고 대상"이라며 정치·사회적 내용을 문제 삼았다.

물론 '강남스타일' 플래시 몹과 같이 일부 연예인 팬클럽들이 중심이 된 '비정치적' 행사도 있지만 최근 삼일절 '독도 사랑' 플래시 몹이나 '에너지 절약 캠페인'처럼 대부분 정치, 사회적 목적을 띠고 있어 '이중 잣대' 논란이 불가피하다.

청년유니온 "정치적 행위-문화예술 경계 불명확... 자의적 판단 우려"

플래시 몹은 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순수한 목적의 이벤트를 말하지만 최근 정치, 사회적 목적을 띠는 경우고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5일 정오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에너지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에너지 절약 '플래시 몹'
 플래시 몹은 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순수한 목적의 이벤트를 말하지만 최근 정치, 사회적 목적을 띠는 경우고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5일 정오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에너지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에너지 절약 '플래시 몹'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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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은 지난 29일 성명에서 "명동 퍼포먼스가 가지는 시대적 맥락과 제반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 판단을 내린 사법부의 사려 깊지 못한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순수한 문화예술과 순수하지 않은 정치행위를 어설프게 구분한 사법부의 판단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행위와 문화예술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경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31일 전화 통화에서 "우리 이전에 다른 시민사회단체도 FTA나 환경보호운동 차원에서 피켓까지 들고 플래시 몹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면서 "유독 우리 행사만 문제삼는 게 오히려 정치적이고 과잉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청년유니온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헌법 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박경신(고려대 법대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플래시 몹 역시 옥외 집회의 하나여서 사전 신고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은 안타깝지만 인정할 부분도 있다"면서도 "다만 판결문에 정치적 목적이면 사전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고 집회 내용을 규정한 대목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집회 사전 신고를 받는 목적은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쓰레기 발생이나 교통 소통 방해, 폭력과 같이 집회 시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이라면서 "집회 내용에 대한 판단은 헌법에서 금지한 '사전허가제'에 해당할 수 있어 법원에서도 자꾸 줄여나가는 추세인데 이번 판결은 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그:#플래시몹,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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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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