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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초등교장이 25년간 학력을 위조했으나 징계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25년간 거짓 자격으로 이득을 취했지만 시효가 지나 교육청은 자체 처벌할 수 없는 상황. 교육청은 경찰에 해당 교장을 고발했다.

문제는 그가 단순 근로자가 아닌 교육을 책임지는 중요한 직책에 있었다는 점이다. 학교운영의 총 책임을 지는 고위 관리직을 선출함에 있어, 기초 학력도 검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꽤 놀랍다. 더구나 교육직이 아닌가! 학력을 속인 교장이 학교운영을 어떻게 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또한 그로 인해 정당한 능력을 지닌 후보자가 탈락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직'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이러한 학력위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라 사회적 문제가 되기 시작할 때부터 검증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대학,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전히 위조사실은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입사 3년 미만의 신입인재 검증에서는 위조가 거의 없는 반면, 경력이 높아질수록 위조율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위조가 30, 40대 이상의 기성세대 검증에서 발견되고 있어 지금껏 그들이 위조학위로 취했을 이득을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막상 검증을 실시해보니 너무 많은 위조가 발견되어, 검증을 아예 중단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으니 '부정직'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인지도 혼란스럽다. 한 기업의 학력검증에서 50년대 태생의 한 고위 임원의 학력위조가 발견되었다. 해외유학이 흔하지 않던 시절, 당당히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에서 승승장구했던 그의 학력이, 사실은 미국에서 1년 정도 수업을 수강한 것에 불과했다. 다른 수많은 위조사례가 있었으나 그의 위조가 유난히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거짓학력으로 취했을 사회적 지위와 명성, 수많은 금전적 혜택 때문이다.

IMF시절 졸업하여 취업에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고, 그렇게 어렵게 시작하여 현재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했을 때 누군가가 취했을 혜택이 억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현지 기업에 취업했을 때의 일이다. 최종 면접을 통과하고 나니 개인정보제공에 동의하라는 요구를 받아 바로 서명했다. 그리고, 마약검사를 위해 기업이 지정한 실험실을 방문하여 검사를 위한 모발 샘플을 제공했다. 마약검사는 물론이고, 학력, 경력 등의 자격에 대해 어떠한 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모든 검증은 기업에서 실시하여 합격한 경우에 한해 출근일자가 지정됐다. 이런 절차를 거치다 보니, 최종 면접을 통과하고도 절반이 검증절차에서 탈락한다. 마약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경력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면접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얻었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종합격자가 이런 이유로 탈락하면 처음부터 다시 채용을 진행한다. 이렇게 채용된 인재에 대해서는 업무능력에 대해 평가하여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선발된 인재 모두가 동일한 검증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자격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다. 승진이나 해고의 사유도 전적으로 본인의 업무 능력과 근무태도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이므로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통해 거짓말을 하게 되면 신뢰와 신용을 잃어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고 살아왔다. 하지만 위조학력의 그 초등학교 교장은 25년간 거짓 학위로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유지해왔으나 아직 처벌되지 않았다.

위조학력을 이력서에 기재한 사람을 모두 찾아내서 징계할 필요는 없다. 다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도록 정확한 인재검증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그곳이 기업이든, 학교이든, 공공기관이든간에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채용된 인재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평가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위조학력으로 교장이 되고, 교수가 되고, 임원이 되는 부정직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는 청년인재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뢰감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태그:#학력위조, #인재검증, #학력조회, #해외학력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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