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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3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 등산로에서 '성대골 마을학교' 아이들이 마을학교의 화목난로에 땔 나뭇가지를 찾아 포대 자루에 넣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 등산로에서 '성대골 마을학교' 아이들이 마을학교의 화목난로에 땔 나뭇가지를 찾아 포대 자루에 넣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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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익아 어디로 가야 돼? 용마산이 낫지 않아?"

"국사봉이 좋아요. 딴딴한 나무가 많거든요."

찬익(11)이는 길잡이다. 이번 겨울, 용마산과 국사봉을 한 번씩 다녀왔다. 찬익이는 거리가 멀고 험한 용마산보다 잘 타는 나무가 많은 국사봉이 낫다고 판단했다. 초행길인 성대골 마을학교 교사이자 서현(9)이 엄마, 조혜주(39)씨는 길잡이 찬익이를 따라나선다.

한파가 한풀 꺾인 22일 오후 4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12명의 아이들이 나무를 하러 나섰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소재 성대골 마을학교의 이날 일일교사인 조씨와 이미숙(48)씨도 동행했다. 이들은 장갑과 포댓자루가 든 가방을 들었다. 방과후 학교인 성대골 마을학교의 교사는 마을엄마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마을학교에서 15분 거리의 국사봉 사자암까지 '깔깔깔',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동네는 떠들썩했다.

성대골 마을의 성공적인 에너지 자립 도전기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 등산로에서 '성대골 마을학교' 아이들이 마을학교의 화목난로에 땔 나뭇가지를 찾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 등산로에서 '성대골 마을학교' 아이들이 마을학교의 화목난로에 땔 나뭇가지를 찾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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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골 마을학교' 아이들이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 등산로에서 찾은 나뭇가지를 손수 들고 마을학교로 향하고 있다. 포대 자루를 든 남자 아이들은 "힘든 일은 매일 남자들만 한다"며 웃음기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성대골 마을학교' 아이들이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 등산로에서 찾은 나뭇가지를 손수 들고 마을학교로 향하고 있다. 포대 자루를 든 남자 아이들은 "힘든 일은 매일 남자들만 한다"며 웃음기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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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 용마산은 강원도 산골의 험준한 산이 아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야트막한 동산이다. 도시의 아이들이 나무를 하러 간다니 무슨 일일까? 비밀은 마을학교의 화목난로 에 있다. 마을학교는 화석연료와 전기에너지의 도움 없이 겨울나기에 도전하고 있다.(관련기사: '폭염' 한 달 전기료 1만6천원...놀라운 비결
)

화목난로는 지난해 12월 22일, 처음 가동됐다. 난로는 나무가 타면서 낸 열을 축적한 뒤 내장된 팬을 통해 열기를 밖으로 내뿜는다. 아이들과 학교 일일교사들은 30평 규모의 마을학교 난방을 위해 직접 나무를 한다. 지난주에 나무를 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폭설 때문에 취소됐다. 이날 오전까지도 비가 내려 걱정이었다. '땔감'이 부족해서다. 다행히 오후가 되자 비는 그쳤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도중에 아이들은 여기저기로 샜다. 놀이터가 보이자 아이들은 그네와 미끄럼틀로 달려들었다. 서준(9)이는 '연꽃 어린이집에서 놀다 갈게요'라며 빠졌고, 서율(6)이는 '집에 가고 싶다'며 뒷걸음질쳤다. 교사 두 사람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린다. 어느새 제풀에 꺾인 아이들은 다시 교사들 곁으로 다가온다.

목적지에 도착한 아이들은 나무를 시작했다. 톱과 같은 연장은 없다. 다만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손으로 줍는다. 아이들은 겨울잠에 든 뱀을 건드리지 않을까 조심조심했다. 개똥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손톱만 한 도토리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겨울방학에 방에만 있는 보통의 아이들과 달리, 성대골 마을 아이들은 산에 오르며 살아 있는 생태 현장 학습을 하게 된다.

비가 온 뒤라 젖은 나뭇가지들이 많았다. 젖은 나무는 다시 말려야 하기도 하고 무거웠다. 찬익이는 능숙한 솜씨로 마르고 단단한 나무를 골랐다. 긴 나뭇가지는 바위에 세워두고 힘껏 발로 밟아 둘로 쪼갰다. 나무속을 보고 썩은 나무 가지는 내던졌다.

"어차피 잘 타지도 않는 것, 가져가면 쓰레기에요. 짐만 될 뿐이에요."

햇빛·화목난로·내복으로 40년 만의 혹한 극복 중...전기료 1만5천원 절약 

성대골 마을학교는 화석연료와 전기에너지의 도움 없이 겨울나기에 도전하고 있다.
 성대골 마을학교는 화석연료와 전기에너지의 도움 없이 겨울나기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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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 일일교사를 맡은 조혜주씨가 화목난로에서 구운 고구마를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 일일교사를 맡은 조혜주씨가 화목난로에서 구운 고구마를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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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관장이 건물 외벽에 설치된 '햇빛온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을학교 외벽에 설치된 '햇빛온풍기'는 낮에 햇빛이 꾸불꾸불한 검은색 알루미늄 주름관인 집열판을 데우면 대류현상으로 따뜻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원리로 추운 겨울 교실의 난방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관장이 건물 외벽에 설치된 '햇빛온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을학교 외벽에 설치된 '햇빛온풍기'는 낮에 햇빛이 꾸불꾸불한 검은색 알루미늄 주름관인 집열판을 데우면 대류현상으로 따뜻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원리로 추운 겨울 교실의 난방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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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이지은 학생이 '햇빛온풍기'를 가리키며 "추운 겨울에도 햇빛만 있으면 여기서 더운 바람이 나온다"고 자랑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이지은 학생이 '햇빛온풍기'를 가리키며 "추운 겨울에도 햇빛만 있으면 여기서 더운 바람이 나온다"고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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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만에 가져온 포대 네 자루를 다 채웠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 아이들은 간식을 먹었다. 간식은 화목난로에서 익힌 고구마다. 출발 전 난로통에 넣어뒀던 고구마들은 노랗게 익어 아이들의 간식이 됐다.

이날 아이들을 인솔했던 조혜주씨 가족은 지난해 11월, 149kW의 전력을 써 만2300원을 냈다. 2011년 같은 달, 258kW, 2만7200원에 비해 만4900원을 아꼈다. 지난 11월에 쓴 149kW는 절전소 활동에 참여하는 55가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조씨는 콘센트 마다 온오프 버튼이 달린 멀티탭을 쓰면서 큰 효과를 봤다. 일일이 코드를 뽑지 않아도 전기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의식이 생기니까 생활 습관은 뒤로 돌릴 수 없더라구요. 서현이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조금씩 알게 되지 않을까요?"

지난해 봄, 성대골 절전소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맞는 겨울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지난해 12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영하 1.7도로 기상자료 수집이 시작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았다. 40년 만의 혹한이다.

학교 내부, 오른쪽 벽에는 햇빛온풍기가 자리잡고 있다. 햇빛온풍기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을 통해 햇볕을 모은 후 내부에 연결된 온풍기로 실내를 데운다. 집열판을 늘리면 실내 온도를 더 올릴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신 화목난로와 함께 효율적으로 실내온도를 관리한다. 이날 온도계는 영상 1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실내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방석을 깔지 않으면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온풍기와 난로에만 기댈 수 없다. 직접적이고 효율성 높은 수단도 쓰고 있다. 바로 내복이다. 이날 마을 학교의 교사와 아이들 모두는 내복을 입고 있었다. 위, 아래 할 것이 없었다. 보라색, 분홍색, 남색 등 아이들이 입은 내복은 각양각색. "불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원명(10)이는 "피부같이 딱 달라붙어서 입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없으면 마을 학교에 못 있는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절약하자'는 구호 대신 학습과 실천으로 다져진 성대골 마을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열린 '탈핵학교' 수업에서 마을주민과 학생들이 반핵의사회 소속 주영수 한림대 의대교수의 '핵 발전소 사고와 방사선 건강피해' 강의를 듣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학교'에서 열린 '탈핵학교' 수업에서 마을주민과 학생들이 반핵의사회 소속 주영수 한림대 의대교수의 '핵 발전소 사고와 방사선 건강피해' 강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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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7시, 마을학교에서는 '탈핵학교' 수업이 진행됐다. 탈핵학교(교장 김종철)는 지난 2011년 3월에 터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의 위험성과 에너지 문제를 알리기 위해 강사 양성 과정으로 탄생했다. 핵물리학, 핵의학 등 일반인이라면 이해가 어려운 전공 수준의 지식이 오간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탈핵학교는 4기째 이어지고 있다. 애초 탈핵학교는 명동의 가톨릭 회관에서 진행됐었다. 이번 4기 수업만 특별히 성대골 마을에서 진행된다. 마을 사람 7명이 단체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날 수업은 반핵의사회 소속 주영수 한림대 의대교수가 '방사능과 인체 영향'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다.

마을의 지은·지혜 어머니, 최경희(48)씨도 탈핵수업을 듣는다. 최씨는 인근의 장승중학교의 방과후 수업을 진행했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이 주제였지만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탈핵학교에 참여하게 됐다.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최씨는 말했다.

"핵발전소에 불을 한 번 붙이면 영원히 끌 수 없다고 말해요. 아이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겁을 먹더라고요. 그게 사실이잖아요."

이날 성대골 절전소 활동을 살펴보기 위해 마을을 찾았던 이유진(39) 녹색당 공동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절전소 설립 초기부터 마을을 도운 코디네이터다. 이 위원장은 마을 사람들의 실천력은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워크숍 덕분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절약하자'는 구호 대신 알고 싶은 것, 필요한 것들을 깨치고 배우면서 마을 사람들의 실천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관장의 리더십도 물론 뛰어나죠. 여기에 김 관장을 서포터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열 명이 넘죠. 그들 모두의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5년 전부터 절전소 운동하자고 했지만 실제로 구현한 사람들 성대골이 처음이었어요. 그 힘이 대단하죠. 여기올 때마다 배우고 가요."

40년만의 찾아온 혹한에도 큰 탈 없는 성대골 마을 사람들. 그들의 열혈 에너지가 추운 겨울을 데우고 있는 게 아닐까? 끝나지 않은 겨울, 성대골 마을의 실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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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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