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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3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별명 '복실이'로 불리는 터전지기 이윤복씨가 학생들에게 기타 연주와 노래를 불러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별명 '복실이'로 불리는 터전지기 이윤복씨가 학생들에게 기타 연주와 노래를 불러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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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간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간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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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오세요. 여기는 늘 애들이 북적북적하니까."

취재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전화를 건 수화기 너머로 분주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일정이 있냐'고 묻자, '즐거운가' 터전지기 이윤복(48)씨는 "아이들은 적게는 30명, 많게는 40~50명씩 늘 있다"고 말했다. '공부를 가르치는 거냐'고 묻자, "우리 애들은 공부하는 것 싫어한다"면서 "밴드도 하고 댄스도 하고 자유롭게 논다"고 덧붙인다. 

'1318 청소년들이 모여 자유롭게 노는 모습'은 어떨까. 지난 10일,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즐거운가'를 찾았다. 입구에 '통기타 동아리 모집!!!', '어른과 청소년의 소통 프로젝트, 우리함께 바느질해요!'라고 적힌 공고문이 눈에 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노는'가 보다.  

자격

통기타를 사랑하는 분
과거에 한 기타 하셨던 분
그냥 동아리를 하고 싶으신 분
노래를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분
마을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으신 분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으신 분

위의 조건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기타 소리가 반복해서 들린다. '띠리리리 띠띠리띠리디' 신중현의 <미인>이다. 누굴까? 하고 걸음을 옮기자, 앳된 얼굴의 남자 아이가 기타를 잡고 있다. "몇 학년이야?"라고 물어보니, 중학교 3학년 올라간단다.  

비닐하우스촌 아이들, 고장난 기타 7대와 폐타이어로 밴드 시작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 다락방에서 송민수 학생(맨 오른쪽)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잘 풀리지 않자, 형들인 이순교, 임형섭 학생이 동생에게 친철하게 문제 풀이를 도와주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 다락방에서 송민수 학생(맨 오른쪽)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잘 풀리지 않자, 형들인 이순교, 임형섭 학생이 동생에게 친철하게 문제 풀이를 도와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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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학생들이 탁구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학생들이 탁구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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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는 마을공동체 즐거운가'의 역사는 문정동 개미마을 비닐하우스촌 공부방 '송파 꿈나무 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미마을은 송파구 문정2동 올림픽훼미리타운아파트 남쪽에 자리했던 비닐하우스촌으로, 지난 2011년 완전히 철거되었다. '송파 꿈나무 학교'는 1999년 문을 열었다. 이후 아이들이 자라면서 공부방은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송파 꿈나무', 중고등생 대상 '무지개빛청개구리'로 진화한다. 

이윤복(48)씨가 문정동 개미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4년. 이윤복씨의 부인 엄미경(46)씨가 그보다 먼저인 2001년부터 개미마을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엄씨는 성미산 공동육아 협동조합인 '우리 어린이집' 교사였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도왔던 지역아동센터 4곳 중에 송파가 있었어요. 저도 가난하게 자라기도 했고 늘 가슴 한켠에 아이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들) 환경이 너무너무 열악했어요. 그 절절한 일상생활을 함께하고 싶었어요. 맛있는 밥 해주고 싶고, 함께 뒹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린이집 정리하고 꿈나무 학교에 올인했죠(엄미경)."

이윤복씨는 원래 증권맨이었다. 엄미경씨 말로는 한때 '신의 손'이었단다. 이씨는 "돈 많이 벌었어요. 그런데 투자하다가 망했지"라며 허허 웃는다. 흰머리가 희끗한 꽁지머리에 콧수염과 턱수염, 보랏빛 개량한복을 입은 모습이 꼭 '도사님' 같다. 이씨는 부인 엄미경씨와 함께 공부방 교사로 활동하면서 개미마을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 중앙노래패 출신이다. 

"아이들이 워낙 모래알이었어요. 개체는 있는데 다 뿔뿔이 흩어져 나가. 주체적으로 할 것도 없어. 뭉치게 할 수 있는 힘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밴드를 시작했어요. 제가 꼬셨죠(이윤복)."

2004년 12월, 밴드가 결성됐다. 이름은 '청개구리 밴드', 줄여서 '청밴'. 고장난 기타 7대와 폐타이어로 연습을 시작했다. 기타 줄을 끊어 베이스를 만들었다. 엄씨는 "아이들이 악기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비오면 자기는 비 맞아도 악기는 우산을 씌워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공부방이 마을의 섬이 되는 순간 우리는 고립된다고 생각했어요. 소통하기 위해서 밴드를 만들었던 거고, 마을과 끝없이 말 걸기를 시작한 거죠. '우리 여기 있어요. 굉장히 재밌게 놀고 있어요. 가난하고 불쌍한, 대상화된 아이들이 아니에요'.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몸으로 설명하는 거예요. '우리 예쁘죠?' 우리 아이들한테 밴드는 호흡과도 같았어요(엄미경)."

양말공장을 밴드연습실로...아이·어른 함께 노는 '즐거운가'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 밴드연습실에서 '청개구리 밴드' 4기 학생들이 연습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개구리 밴드'는 이곳에서 모인 학생들이 지난 2004년 12월 결성한 밴드로 지금은 4기까지 이어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청개구리 밴드' 4기 학생들은 "많은 행사에 밴드가 초청되어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이고 싶다"며 "많이 초청된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갖춘 밴드로 인정 받고 싶다며 연습에도 열심히 하는 밴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 밴드연습실에서 '청개구리 밴드' 4기 학생들이 연습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개구리 밴드'는 이곳에서 모인 학생들이 지난 2004년 12월 결성한 밴드로 지금은 4기까지 이어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청개구리 밴드' 4기 학생들은 "많은 행사에 밴드가 초청되어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이고 싶다"며 "많이 초청된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갖춘 밴드로 인정 받고 싶다며 연습에도 열심히 하는 밴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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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 밴드연습실에서 '청개구리 밴드' 4기 학생들이 오는 주말 열릴 '서울동네문화클럽'의 네트워킹 파티 '多가치 행Show~!'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밴드 '전기뱀장어'의 노래 '송곳니'를 부르며 연습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 밴드연습실에서 '청개구리 밴드' 4기 학생들이 오는 주말 열릴 '서울동네문화클럽'의 네트워킹 파티 '多가치 행Show~!'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밴드 '전기뱀장어'의 노래 '송곳니'를 부르며 연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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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가'라는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도 처음에는 밴드 때문이었다. 2005년 개미마을 일대 법조단지 조성계획이 나오면서 2006년 12월 공부방은 문정동 주택가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지금의 '무지개빛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다. 하지만 방음문제 때문에 밴드연습실은 기존의 비닐하우스촌 공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철거용역들이 왔다 갔다 하는 비닐하우스촌은 아이들에게 위험했다.

밴드연습실을 물색하던 중, 엄미경씨는 이웃으로부터 "양말 공장으로 쓰던 곳이 있는데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듣는다. 60평 규모, 임대보증금만 1억이 넘는 곳이었다.

"보증금을 2000만원까지 낮춰주셨는데 '유코카캐리어스'라고, 외국으로 선박을 수출하는 회사가 있어요. 그 분들이 저희들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1500만원을 후원해주셨어요. 나머지 500만원은 지역주민들한테 모았고요. 그런데 보증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공간을 지으려면 공사비가 들잖아요. 총 5400만원이 들었는데 그 때 유코카캐리어스에서 또 1500만 원을 도와주시고, 주민들이 나머지를 다 모아주셨어요(엄미경)."

'즐거운가'의 구조는 매우 독특하다. 방음이 되는 밴드연습실, 암벽등반벽, 탁구대, 댄스연습실, 다락방, 카페, 도서관, 샤워실, 세면대, 식당, 사무실 등이 곳곳에 깨알같이 자리 잡고 있다. 공연이 열릴 때면 암벽등반벽은 무대가 된다. 맞은편에는 커다란 블록을 쌓아 객석도 만들었다. 그 위로 다락방이 있다. 카페는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는 '바우(별명,17)' 담당이다. 

엄미경씨는 "아이들한테 A4 용지를 주면서 이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싶은지 물었다"면서 "그걸 마을주민인 'AtoDto' 정미숙 대표가 그대로 설계해주셨다"고 말했다. 공사는 건설노동자 협동조합인 '달팽이 건설'에서 맡았다. 지하공간인데도 습하거나 퀴퀴한 느낌이 전혀 없다.

개미마을 공부방 시절부터 교사로 자원봉사를 했다는 '잎새'(별명, 31)는 "모르는 업체에서 작업한 게 아니라 개미마을 시절부터 우리를 알았던 분들이 공사를 해주셔서 그렇다"고 말했다. 

'즐거운가' 공간을 단순히 '무지개빛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맨 처음에는 지역아동센터 친구들의 자기계발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는데 이 공간을 만들고 보니까 너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거예요. 이 공간을 마을의 공동체 공간으로 살려야겠다. 운영위에서 결정한 게 뭐냐면, 마을 모두에게 열어놓자. 그리고 값을 매기지 말자. 이런 멋진 공간을 선물 받았는데 마을의 공생성을 살리는 곳으로 만들어야겠다(엄미경)." 

"지역아동센터의 한계가 있어요. 한 부모, 결손가정 등 소위 서류 뗄 수 있는 못 사는 친구들을 격리하면서 그렇지 않은 친구들을 역차별 하는 거죠. 부모가 많다고 해서,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 어른들 안 가리고 같이 놀 수 있는 마을회관 같은 곳을 만들려고 했어요('잎새')."

"우리아이는 공부 말고는 다 잘한다는 것 알게 됐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를 찾은 '무지개빛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 졸업생 박성영씨가 점심식사 준비를 하며 한 학생에게 순대를 입에 넣어주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를 찾은 '무지개빛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 졸업생 박성영씨가 점심식사 준비를 하며 한 학생에게 순대를 입에 넣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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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점심식사 당번을 맡은 임형섭 학생이 동생들과 함께 순대를 찌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점심식사 당번을 맡은 임형섭 학생이 동생들과 함께 순대를 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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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 시간이 되자, 조별로 모여 이날 친구들이 차린 김치참치 덮밥과 라면, 순대를 맛있게 나눠먹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 시간이 되자, 조별로 모여 이날 친구들이 차린 김치참치 덮밥과 라면, 순대를 맛있게 나눠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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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가 지난 현재, '즐거운가'는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마을 회관이 되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도 언제든 편하게 이곳을 찾는다. 현재 '즐거운가' 밴드연습실을 사용하는 밴드는 모두 7개. 청소년 밴드도 있고, 직장인 밴드도 있다. 풍물, 바느질 등 어른들을 위한 모임도 수시로 열린다.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다.

점심시간이 되자, '즐거운가'는 이윤복씨의 말처럼 아이들로 북적북적하다. 밥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다. 점심 당번이 따로 정해져있다. 유진(17)이가 김치참치를 볶고, '고기(별명, 21)'가 순대를 썬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고기'는 '무청(무지개빛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 졸업생이다.

'즐거운가'에서는 이름 대신 별명을 쓴다. 이윤복씨의 별명은 '복실이', 엄미경씨의 별명은 '방글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인 이들 부부에게 스스럼없이 "복실이", "방글이"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즐거운가' 식구들이 모여 명명식을 갖는단다. 희영이(16)는 방송인 홍진경 흉내를 잘 낸다고 해서 '진경이', 졸업생 지예(25)와 쌍둥이 동생의 별명은 '밀물', '썰물'이다.

유진이와 '고기' 옆에서는 머리를 무지개 색으로 물들인 '청밴'의 리드보컬 '굿쌤(19)'이 라면을 끓이고 있다. '굿쌤'은 '청밴' 리드보컬이다. '밥도 먹고 라면도 먹냐'고 묻자 "우리는 할 수 있어요"라며 씩 웃는다. 똑같은 라면이라도 친구들과 함께 끓여먹는 라면이 더 맛있다.

엄미경씨는 "애들이 라면을 정말 좋아한다"면서 "못 먹게 할 수도 없어서 오늘은 우리밀 라면을 사왔다"고 말했다. 엄씨는 "보통 점심은 30인분을 준비한다"면서 "구청에서 식비 지원받는 아이들도 있고 아닌 아이들도 있지만 같이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유기농 사과는 지역 생활협동조합에서 지원해줬다.

점심은 조별로 모여서 먹는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상을 닦고, 설거지를 한다. 청소기를 돌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고는 삼삼오오 모여 소녀시대 'I got a boy' 뮤직비디오를 보며 "윤아 완전 예뻐", "난 티파니가 예쁘던데" 수다를 떨고, 다락방에 모여 카드 게임을 하고, 기타를 잡아들고 공연 연습을 했다. 책을 펴들고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기타, 드럼, 체육, 탁구, 연극, 독서, 도예, 춤, 만화, 미디어, 요리. 아이들의 '방학 계획표'다. 대부분의 수업은 마을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제과제빵 수업이 열렸다. 학부모 이은경(49)씨가 선생님이다. 이씨는 "보통 아이들을 평가할 때 공부를 잘 하나, 못 하나로 평가하는데 이곳에 아이를 보내보니까 저희 아이는 공부 말고는 다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보내기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과제빵 수업을 듣고 싶은 아이들과 함께 방산시장에 재료를 사러 나섰다. 또 다른 아이들 10여 명은 오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동네문화클럽' 공연연습을 했다. 

마을공동체 청년들의 '먹을거리 사업' 고민중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학생들이 오는 주말 열릴 '서울동네문화클럽'의 네트워킹 파티 '多가치 행Show~!' 행사에서 선보일 가수 '싸이' 노래 '강남스타일'의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학생들이 오는 주말 열릴 '서울동네문화클럽'의 네트워킹 파티 '多가치 행Show~!' 행사에서 선보일 가수 '싸이' 노래 '강남스타일'의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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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김병철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뒤 청소를 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마을공동체 문화공간 '즐거운가'에서 김병철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뒤 청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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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게는 5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또 다른 힘은 졸업생들이다. 이날만 해도 '고기'를 비롯해 '무청' 2기 졸업생 지예, 1기 졸업생 '승짱(26)'이 '즐거운가'를 찾았다. '청밴' 원년 멤버이기도 한 '승짱'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돌 지나고 나서부터 개미마을에 살기 시작해 재작년에 개미마을이 완전히 철거되기 하루 전날까지 살았다"는 '승짱'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된 데는 '복실이'의 영향이 컸다.

엄미경씨는 "승짱이 주말에는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후배들을 자주 찾아와 밴드 연습을 도와준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도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대견해했다. 얼마 전에 치위생사 시험에 합격한 지예는 일주일에 2번, 동생들 수학 수업을 해준다. 그야말로 '내리사랑'이다. '복실이'의 대학 동아리 후배인 '응삼(33)'과 '빛돌(31)'은 각각 사무국장과 상근간사를 맡으면서 '즐거운가'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은 마을주민들에게 받은 도움을 나누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수나눔'이 그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장애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한 달간 배운 요리 중 가장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기도 한다. 

'복실이' 이윤복씨는 요즘 '즐거운가'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을안에서 일꾼으로 자라면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고민 중이다. '협동조합'이 그 중 하나다. 이날 오전, '즐거운가'에서는 20여개 송파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송파마을넷' 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공무원들도 참석했다. 송파마을넷에서는 현재 친환경 농산물 유통 협동조합을 구상중이다.

이씨는 "삼성의 먹을거리 사업이 삼성전자면, 우리는 그 먹을거리 사업을 생협으로 갈 수도 있고 목공, 음향대여업, 행사기획 등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마을공동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먹을거리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 첫걸음이 '별별공작소'다. '무청'에서 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잎새(31)'와 '무청' 졸업생 '마담(22)'이 동업을 시작한 것. 잎새는 "저는 번역을 하니까 글을 잘 쓰고, '마담'은 그림을 잘 그리니까 이번에 달력 디자인을 했다"면서 "별거별거 다 만든다고 별별공작소"라고 설명했다.

'즐거운가' 월세는 90만원. 여기에 운영비가 70~80만원이 든다. 특히 요즘에는 난방비가 만만치 않다. 후원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지만, 인건비까지 나오기는 무리다. 엄미경씨는 "당장 복실이는 이번 달부터 급여가 없다"면서 "복실이나 저야, 내 새끼는 조금 따뜻한 이웃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뚜벅뚜벅 걷는다고 해도 후배 활동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엄씨는 "지자체에서 관리비 정도만이라도 부담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잖아요. 이 아이들이 같이 성장해서 청년이 되고 시민이 되는 거예요. 당당하게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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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건 웃지요 오홍홍홍. brunch.co.kr/@hongmil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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