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서울사회적경제아이디어대회(위키서울)와 함께 공동기획 '여럿이 함께 하는 착한경제'를 시작합니다.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의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여럿이 함께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나의 할머니는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신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다. 동네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할머니는 더는 일을 하지 못했다. 손님 이야기를 잘못 알아들어 엉뚱한 약이라도 팔면 큰 일이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이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려면 항상 고성이 오갔다. 자연스레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되었다. 할머니가 묻는 말에도 대충대충 넘어가기 일쑤였다. 지금은 할머니의 '복화술' 덕에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노인이 난청으로 인한 소통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국내 보청기 가격은 싸지 않다. 평균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다. 노인들은 돈이 없으면 사회와 소통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 보청기'가 탄생했다.

2010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정현씨는 "돈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로 회사를 창업했다. 대학생 사이에서 '사회적 기업'이 아직 낯선 때였다. 김정현씨가 일반적인 창업이 아닌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사회적기업 '딜라이트 보청기'의 김정현 대표
 사회적기업 '딜라이트 보청기'의 김정현 대표
ⓒ 고재연

관련사진보기


그는 "딜라이트 보청기 이전에도 여러 사업을 했다"고 말했다. 중고물품 거래에서부터 자기만의 '무역업'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접했고, 거기에 말 그대로 '꽂혔다'.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그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김정현씨는 공대가 아닌 경영학도 출신이다. 왜 하필 '보청기' 였을까?

"돈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생각에서였어요."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딜라이트 보청기는 업계 5위 안에 들 만큼 성장했다. 김 대표는 공대 출신이 아니어서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그는 보청기 관련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면 다들 흔쾌히 도와주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분야인 만큼 혼자서 공부도 많이 했다.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걸 연구소에 가져가 "이건 어떠냐"고 물어보고 조언을 구했다. 당시 기술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 중 몇 명은 현재 딜라이트에서 김정현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다. 

34만 원짜리 보청기, 이렇게 만든다

딜라이트의 대표적인 보급형 보청기는 34만 원이다. 평균 10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하는 시중의 보청기들에 비하면 무척 싼 편이다.

"노인들이 정부의 보조금만으로 살 수 있는 가격으로 팔기 위해 딜라이트의 표준형 보청기는 34만원이에요."

정부는 노인들이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받고 '난청'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보청기 구입 보조금을 지원한다. 금액은 30만 원이다. 시중의 보청기는 이 금액에 고액을 더 보태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딜라이트 보청기는 4만 원만 내면 살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나의 할머니도 20~30만 원대의 저가 보청기를 사용하는데, 소리가 울리고 소음까지 크게 들리는 탓에 잘 쓰지 않으신다. 그래서 김 대표에게 어떻게 가격이 쌀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 보청기는 시중 보청기와 같은 부품을 사용해요. 딜라이트의 34만 원 짜리 보청기는 스펙(기능)으로만 보면 시중에서 100만 원 정도 하는 보청기와 부품이 같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단가를 낮추는 것일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먼저 박리다매 형식이다. 딜라이트는 대형마트와 같이 ELP(Everyday Low Price) 전략을 택했다. 싼 값에 많은 양을 팔아 이윤을 얻는 방식이다. 판매규모가 클수록 부품들을 싸게 들여올 수 있어 지속적으로 싼 값에 보청기를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보청기 '표준화'다. 보통 다른 보청기들은 '맞춤형'인 경우가 많다. 딜라이트 보청기는 기사가 직접 방문해 개인의 청력에 맞게 제작하는 맞춤형 대신 '표준화'된 제품을 파는 방식으로 부가적인 비용을 줄였다.  

"하지만 사실 34만 원짜리 제품으로는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요. 이윤은 다른 제품을 팔아서 내고 있어요."

나의 할머니도 그렇고, 보청기는 아주 작기 때문에 잃어버리기 쉽다. 노인들이 선뜻 비싼 보청기를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다. 노인들의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딜라이트는 보청기에 보험을 들어 놓았다.

"보통 노인분 보청기는 가족들이 십시일반해서 사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워낙 비싸니까. 그런 만큼 분실하면 노인들이 무척 난감해 하세요. 자식들에게 미안해 숨기려 해도 의사소통이 안 되니 금방 티가 나죠."

딜라이트 보청기는 구입 후 1년 이내에 분실하면 보험이 적용된다. 원래 가격의 3분의 1만 내면 새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보험료도 따로 없다. 

 '딜라이트 보청기' 내부모습. 매장은 모두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들이 더 편하게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본사 역시 당산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딜라이트 보청기' 내부모습. 매장은 모두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들이 더 편하게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본사 역시 당산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 고재연

관련사진보기


외국 보청기 지원에서 청각장애인 관련 영화 제작까지

김정현 대표는 판매 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캄보디아에 보청기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고 보청기를 모아 수리한 후 캄보디아로 보내는 방식이다.

얼마 전에는 인디밴드 공연을 기획했다. 티켓 판매 수익으로 청각장애 아이들에게 보청기를 제공했다. 청각장애인들만 볼 수 있는 영화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른 소셜벤처 기업에 투자를 하고,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미술학원도 운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학원이다.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활동을 하며 다른 소셜벤처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김정현 대표는 또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을 돕는다는 동기가 회사를 운영하다가 힘들 때, 큰 버팀목이 돼줘요. 이윤이 적은 것도 아니에요. 딜라이트의 경우 영업이익은 15% 정도인데, 이 정도면 잘나오는 편이죠. 각자 하기 나름이에요. 그러니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하다보면 생각보다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낄겁니다."

"사회적으로 보탬이 되면서도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시작한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 보청기. 올해 이 회사는 5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사회적 역할'과 '이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할머니에게 새 보청기를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가족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