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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탁' 칼질하는 소리,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지글지글' 기름에 튀기는 음식 냄새는 후각을 자극한다. 여기는 2012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장.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와 '청소년 포럼'은 지난 16일 남양주시 조안면 유기농 테마파크에서 열린 '2012 슬로푸드 대회'의 마지막 행사였다.(관련기사 : "음식에 대한 태도는 생명에 대한 태도")

남양주시가 주최하고 (사)슬로푸드문화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남양주시에 재학 중인 중·고등학생 20팀이 본선에 진출해 그동안 갈고 닦은 요리 실력을 겨루었다. 요리 주제는 자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바로 '할머니의 손맛'을 담은 음식이어야 한다는 것.

9월 16일 남양주 유기농 테마파크에서 열린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
 9월 16일 남양주 유기농 테마파크에서 열린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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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술빵', '오색오미 부꾸미', '인삼을 품은 삼계탕', '정성 듬뿍 단호박 영양밥', '더위 먹은 날 먹던 시원한 도토리묵밥'……. 이름만큼이나 개성 만점의 다양한 요리를 들고 나온 참가자들은 제각기 할머니의 사연이 담긴 UCC까지 준비해 신세대다운 감각을 자랑했다.

출전 자격은 '할머니의 손맛을 담은 요리'

마석고등학교 2학년 김소희, 유지원 양이 들고 나온 '삼색 술빵'은 연근, 옥수수, 연잎, 이렇게 세 가지 재료를 넣어 막걸리로 발효시켜 찐 빵이다.

"엄마가 할머니에게서 배운 음식이래요. 예전에는 보릿고개가 있었잖아요. 엄마가 배고프던 시절에 먹던 음식이라고 하셨어요."

김소희양은 만드는 법을 묻는 심사위원에게 "대추, 옥수수, 밤을 꿀에 절여 고명으로 사용했고, 콩도 넣어서 우리 전통의 맛을 살렸다"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미래의 글로벌 한식 요리사'를 꿈꾼다는 송곡관광고 1학년 이은지 양은 '먹골배 김치 곁들인 삼겹살 된장찜'을 선보였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히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많이 먹고 자랐다는 이 양은 "할머니는 직접 콩을 재배해서 메주를 담그시고 정월에 장을 담궈 간장, 된장, 청국장을 모두 만드셨다"면서 "이런 전통음식을 먹고 자란 저는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 참가자가 '오색오미 부꾸미'를 만들고 있다.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 참가자가 '오색오미 부꾸미'를 만들고 있다.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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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중학교 2학년 박지은, 권아영 조는 '정성 듬뿍 단호박 영양밥' 만들기에 한창이다. 권아영 양은 "어렸을 때 아프면 할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라서, '할머니의 음식'이라고 하니까 이 음식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면서 "할머니는 제가 꾀병을 부릴 때도, 꾀병인 줄 알면서도 온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주셨는데, 이제는 할머니가 아프실 때 제가 할머니께 요리를 해드리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할머니와 손자가 나란히 콩나물 다듬고 잡채 만들고

연세중학교 2학년 유수현 군은 '콩나물 잡채'를 만들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를 찾아갔다. 유 군이 찍어온 UCC 영상에는 할머니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당면을 삶고 콩나물을 다듬는 모습이 담겨 있다.

"먼저 콩나물을 삶아 갖고, 무도 여코, 당근도 여코, 식초 치고 그라카고 버무리믄 된다." 할머니 입에서 나온 레시피는 초간단. 하지만 만드는 손자 입장은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담겨 있는 UCC 영상은 보는 사람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떠올리게 했다.

'2012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 대상을 차지한 '먹골배 김치 곁들인 삼겹살 된장찜'
 '2012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 대상을 차지한 '먹골배 김치 곁들인 삼겹살 된장찜'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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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대회의 주제로 '할머니의 음식'을 선정한 것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을 중요시하는 슬로푸드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할머니에게서 어머니로, 다시 자식에게로 전해 내려온 음식 속에는 그 가족만의 생활 습관과 삶의 양식이 배어 있다. 우리가 어릴 때 먹던 음식을 잊지 못하는 것은 그 맛이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뿌리 혹은 정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요리 경연 대상은 '먹골배 김치 곁들인 삼겹살 된장찜'을 들고 나온 송곡관광고 이은지 양이 차지했다. 이 양에게는 10월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슬로푸드 축제인 'Salone del Gusto(살로네 델 구스토)'에 한국 청소년 대표로 참가할 자격이 주어졌다.

요리 대회의 심사는 김옥선 장안대학교 교수, 박찬일 셰프, 윤석분 남양주문화원 감사가 맡았다. 김옥선 교수는 대상 선정 이유에 대해 "할머니의 손맛은 물론, 지역의 특색을 살린 식재료(먹골배)를 이용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고기에 먹골배를 넣은 김치를 곁들여 소화까지 생각하는 등 음식 궁합을 배려한 점, 음식 스타일링, 한식 세계화에 대한 마인드 등이 눈에 띠었다"고 밝혔다. 

요리대회 대상은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음식 박람회 참가

청소년 요리대회 수상자들. 대상은 10월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슬로푸드 음식 축제인 '살로네 델 구스토'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청소년 요리대회 수상자들. 대상은 10월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슬로푸드 음식 축제인 '살로네 델 구스토'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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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청소년 포럼에서는 그간 남양주시와 슬로푸드문화원이 실시한 청소년 슬로푸드 교육에 참여했던 중·고등학교 학생 일곱 명이 연사로 나섰다.

연세중학교 3학년 주찬희 양은 "슬로푸드 요리교실에 참여하면서 편식하던 습관을 고치고,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해드리면서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며 슬로푸드를 알게 되어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주양은 또 "먹는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빨리빨리'에 중독되어 정말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며 음식을 넘어서 '삶의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청소년 포럼'에 연사로 나선 연세중학교 3학년 주찬희 양.
 '청소년 포럼'에 연사로 나선 연세중학교 3학년 주찬희 양.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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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함께 주말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직접 수확한 것들을 먹으며 자랐다는 마석고등학교 2학년 김근교 군은 앞으로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 군은 "제가 직접 키우고 재배한 농작물을 먹으면서, 그 음식을 남기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되었고 동시에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금은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농산물이 많아지고 있는데, 저는 사람들이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고 많이 먹도록 도와주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해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 농업을 지키는 농부가 되는 것이 꿈"

와부고등학교 2학년 유승현 양은 편식이 심하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패스트푸드만 좋아하고 버섯이나 채소류는 절대 먹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과일조차 사과밖에 안 먹었죠. 반찬에 고기와 채소가 섞여있으면 채소는 꼭 뱉어내곤 했습니다."

이러던 유 양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 여름에 참가한 슬로푸드 청소년 현장체험학습.

"음식이 어떻게 우리 밥상까지 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농업기술센터도 가고, 음식으로 명상도 하고, 육식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지 배우면서 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은 모두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제일 싫어하는 토마토도 그 토마토를 수확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동안 농부들이 고생했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밥을 버리면 그만큼 남들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생겼습니다."

지난 9월 16일 남양주 유기농 테마파크에서 열린 '2012 청소년 슬로푸드 포럼'
 지난 9월 16일 남양주 유기농 테마파크에서 열린 '2012 청소년 슬로푸드 포럼'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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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은 현장체험학습이 끝난 후 한 가지 중요한 과제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바로 매 끼니마다 채소를 하나씩 먹는 것. 알고 보니 자신이 편식을 하는 이유는 오이나 버섯의 맛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채소의 맛을 알고 나니 그렇게 싫어하던 오이와 버섯이 맛있고 새로운 것으로 다가왔다고.

"사실 저는 아직도 편식이 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노력을 계속하면 나중에는 나쁜 식습관을 깨끗이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날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대회'와 '청소년 포럼'은 그동안 남양주시와 슬로푸드문화원이 함께 해온 청소년 슬로푸드 교육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올해 1학기 동안 남양주 중학교들을 대상으로 '슬로푸드 요리교실'이 실시되었고, 7월에는 남양주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3박 4일간 '슬로푸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청소년 슬로푸드 교육은 미래 세대의 주인인 청소년들이 음식과 농업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먹는 것도 교육이다"

요리대회에서는 심사위원을, 청소년 포럼에서는 특강을 맡아준 칼럼니스트 박찬일 셰프는 "아이들이 요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 교육받은 경험을 말할 때 엿보이는 깊은 생각에 놀랐다"면서 "결국 먹는 것도 교육이라는 것, 이들을 교육하고자 쏟아 부은 노력이 아이들을 변화시켰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이들이 남양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식생활은 대단히 오염되어 있죠. 인공적인 첨가물과 산업화된 생산품들. 칼로리를 먹고 있지만  영혼은 없는 거죠. 우리는 하루에 세 끼를 먹고, 그것이 우리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학생들은 슬로푸드 교육을 받음으로써, 음식을 통해 장차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까지도 배운 셈입니다."

청소년 포럼에서 '나의 청소년기 식생활'을 주제로 특강에 나선 박찬일 셰프
 청소년 포럼에서 '나의 청소년기 식생활'을 주제로 특강에 나선 박찬일 셰프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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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교에서의 슬로푸드 교육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참석한 남양주 송촌초등학교 김진숙 교사는 "급식을 할 때 고기가 나오는 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가 남은 고기를 싹쓸이하는 것은 특히 평소에 주의가 산만하고 불안정한 학생들"이라며 "아이들 교육에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송촌 초등학교는 학교 텃밭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짓고, 수확한 것을 나누어먹는다. 지난 해 빼빼로 데이(11월 11일)에는 빼빼로 대신 직접 수확한 농산물로 가래떡을 만들어 나누기도 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보다는 학부모와 함께 교육이 이루어질 경우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학교 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 사회가 함께 노력할 때 아이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2012 슬로푸드 대회'에서는 길거리 장터, 두부만들기 체험, 음식을 주제로 장인·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시식을 하는 '맛있는 이야기 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2012 슬로푸드 대회'에서는 길거리 장터, 두부만들기 체험, 음식을 주제로 장인·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시식을 하는 '맛있는 이야기 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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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슬로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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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휩쓸리지 않는 깨어있는 삶을 꿈꿉니다.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농정신문 객원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위원회 국제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식량닷컴 객원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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