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현실과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2006년에 시작된 영화제입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 '탐정'(9월 20일~23일)을 통해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과 그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을 나누고자 합니다. 국내외 영화들과 함께 자신의 삶과 인권을 찾아가는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활짝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기자말>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평범한 나의 가족> 한 장면
ⓒ 세드릭 월터

<MY TREE> 영화의 주인공인 마리의 엄마들과 아빠들은 모두 동성애자이다. 보통의 가족과는 다르기 때문에 소녀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족을 설명하기 위해 커다란 가족나무를 그리면서 자신의 가족관계를 이야기 한다. 두 명의 아빠와 두 명의 엄마, 한 명의 새엄마와 또 한 명의 새아버지, 그리고 입양된 남동생과 여동생까지, 좀 복잡한 퀴어(동성애자) 가족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족관계를 숨임겂이 차근차근 친구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궁금하기도 한다. 보통 열 살쯤 되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참 많다. 특히,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해 한다. 그래서 '난 어떻게 태어났어?'라고 엄마에게 묻는다.

어릴 때 나도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물어 보았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와 친척들이 웃으면서 얼버무리듯이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라고 말해 주었다. '주워 온 아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꽤 상심이 커서 한 동안 집을 나가려는 마음까지 먹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다리 밑이 다른 다리 밑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평범한 나의 가족> 한 장면
ⓒ 세드릭 월터

마리 역시 어떻게 태어났는지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아빠들과 엄마들은 그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해 주지 않는다. 그러자 마리는 진심으로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처럼 자신이 성스러운 존재로 태어났다고 믿어버린다.

영화는 이렇듯 소녀의 천진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물론,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게 되지만, 소녀는 그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여전히 명랑하고 유쾌한 아이로 자란다. 심지어 열 살 답지 않게 마리는 엄마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부모들의 사랑을 이해하며 그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 커플이 아이를 입양하거나, 낳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상을 하기에 앞서 낯설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일부는 많은 혐오감 혹은 거부감을 갖는다. 가장 흔하게는 동성애자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하게 된다. 친구 마리온이 마리에게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의문을 품듯이, 혹시 마리가 동성애자로 자라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동성애자 부모, 상상해 보셨나요?

정작 영화 속에서 마리는 한 번도 하지 않는 고민을 관객은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자들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끊임없이 정체성을 의심당하고 증명해야 한다. 만약,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귀여운 마리가 생각나지 않고, 많은 걱정들과 고민들이 생긴다면, <퀴어스폰: 퀴어의 아이들 Queer Spawn>라는 다큐멘터리를 권한다.

이 작품은 퀴어 가정에서 성장해서 자란 10대 아이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족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퀴어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바로 '관대'하다고 말한다.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도 함께 보시길 권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동성파트너십 혹은 다양한 가족구성에 대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구나 동성결혼은 다른 어떤 나라의 일처럼 여긴다. 이런 현실에서 동성애자 부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동성애자는 어디에나 있지만 아직까지는 동성애자 선생님, 동성애자 부모, 동성애자 경찰, 동성애자 의사 등을 그리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현실에 존재하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영화<My Tree>는 가족에 대한 확장, 다양한 가족에 대한 상상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이성애자 부모를 둔 동성애자인 나로서는 나의 정체성에 관하여 이야기 할 수도 없고, 그 어떤 것도 부모님과 공유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런면에서 동성애자 부모를 둔 마리의 다양한 경험이 조금 부럽기도 하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홀릭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입니다.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는 9월 20일(목)부터 23일(일)까지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개최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11개국 33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며, 영화예매는 여성인권영화제 홈페이지 www.fiwom.org 에서 상영시간 확인 후 예매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각 현장매표소 운영시간 내 예매자 이름, 휴대폰 번호 확인 후 입장권을 수령할 수 있다. 현장예매도 해당 상영 5분 전까지 입장권 발권이 가능하다.



태그:#여성인권영화제, #여성의전화
댓글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성문제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