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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표지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표지
ⓒ 김민수
엄마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삶의 순간순간마다 달라지는 엄마의 무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시절은 고3 수험생을 둔 시절이 아닐까? 삶의 무게가 힘겨울 때, "힘내라!"는 말을 하고 듣기도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돌아가기 두렵다는 고3 수험생에게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까?

삶이 힘들 때마다 청춘을 그리워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도 하고, 어떤 시절이 가장 좋았냐고 물으면 학창시절이라고 이구동성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 학창시절에 고3은 빼고 싶을 것이다.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고3 시절로 돌아간다면, 차라리 지옥이 더 나을 것이라고들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악질범이 가는 곳은 지옥이 아니라 고3 시절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니까.

나는 두 딸을 대학에 보낸 아빠다. 대학생만 되면 고생 끝일 줄 알았는데, 나도 아이들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나는 매 학기 등록금 때문에 '해피'하지가 않다.

이 나라의 대학이 그저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징검다리로 전락한 마당에 제도교육 체제에 속해있다는 것 자체가 '고난의 행군'인 것이다. 이 나라의 교육체제를 '가타부타' 비판하려면 부아가 치밀어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뭐, 이 따위!" 정도. 왜냐하면, 제 자식만 뒤쳐질까봐 안절부절못하는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하지 않는 한 어떤 제도도 아이들과 부모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으므로.

두 모녀에게 사진 찍고 찍히는 행위는 일상

소광숙씨의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 고3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사진 일기>를 읽었다. 아니, 읽은 것이 아니라 보았다. 고3 일 년의 사진 기록이므로. 책을 훑어보면서 든 생각은 '고3 수험생의 일상을 찍는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하는 것이었다. 두 모녀에게는 사진을 찍고 찍히는 행위가 일상이었구나. 그리하여 결정적인 순간들이 기록될 수 있었구나 싶었다.

"힘내라"는 말도 "사랑해"라는 말도 공허하게 느껴지고, 그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기에 저자는 그냥 맘껏 바라봐준다. 동행,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바라보고 있다는 믿음, 그 통함으로 인해 인생의 가장 힘든 시간 중 하나인 고3 시절을 넉넉하게 이겨낸다.

신채영은 참으로 밝은 친구이다. 남자 친구도 사귀고 싶고, 쌍꺼풀 수술도 하고 싶어하는 아이, 대학시절의 낭만(?)을 미리 맛보고 싶어 하는 아이, 가만히 있어도 너무나 예쁜 나이를 살아가는 아이, 사진 속에서 보이는 신채영은 참으로 맑고 밝다.

그리고 엄마이자 이 책의 저자인 소광숙씨도 참으로 밝은 사람이다.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으면서 이렇게 결론내리는 것은  '사진은 그 사람의 내면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우울한(?) 사진들이 들어 있지만, 그 사진조차도 우울하지가 않다. 사진을 참으로 따스하게 담는 작가다. 컬러풀한 사진이 아닌 흑백사진이 주는 상상력은 '어떤 컬러일까?'하는 컬러에 대한 궁금증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준다.

대학입시를 치르는 일은 "수능시험보고, 대학에 지원하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짧게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긴 여정이다(입시 한가운데 중에서).

10월 28일의 기록이다. 그러니까 수시합격생들 발표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19년 인생의 갈림길, 그것이 합격과 불합격으로 대별되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일이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수험생으로서 수험생을 둔 부모로서 가장 힘든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두 모녀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참으로 긍정적이다. 막막한 현실을 한탄하며 우울한 대화로 끝날 수도 있는 순간에 농담을 던지는 채영이를 보면서 저자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다.

마침내, 채영이는 대학생이 된다. 그리고 졸업…. 그런데 또 먹먹해 진다. 오늘날 우리의 대학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강들도 두 모녀는 잘 건널 것이다. 서로 의지하면서.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특별한 마음 표현은 없을까?"

저자 소광숙씨는 그 특별한 마음의 표현을 사진으로 했다. 사진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은 인물사진이다. 가족사진도 예외가 아니다. 어릴 적에는 많은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쉽지 않았고, 고3 힘겨운 시절에는 거의 사진을 담지 못했다. 아이는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그 아이를 모델로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모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아주 잘 연결시켰으며, 사진을 통해 두 모녀의 마음의 끈이 엮어졌고, 서로에게 믿음을 준 것이다. 사진의 힘이다.

나의 경우 첫째 아이는 두 번의 불합격 소식 끝에 합격소식을 들었으며, 둘째는 수시전형에서 일찌감치 합격해 고3 수험생 부모의 고통에서 조금 일찍 해방되었다. 아직 남은 막내가 있긴 하지만, 막내가 대학시험을 볼 즈음에는 혹시라도 획기적인 대입제도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그냥, 기대다. 그동안 이 나라의 제도교육을 지켜본 바로는 별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수험생으로, 그 부모로 산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수험생으로 산다는 것, 그 부모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뭔가 자식에게 힘내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그냥 가슴에만 묻고 살아가야 한다. 대학에 합격한다고 불행 끝 행복 시작도 아닌데, 그 문턱에서 좌절할까 마음 조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간략한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면 흑백사진으로 덤덤하게 대한민국 고3의 일 년을 담아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은데, 잘 안되어 갈등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힘내라는 말은 흔하니까 - 고3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사진 일기 | 소광숙 (지은이) | 오마이북 | 2012년 9월|14,000원




10만인클럽아이콘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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