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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2011년 12월 당시 서기호 판사는 방송통신심의위의 소셜네트워크(SNS) 검열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 같은 글을 남겼다. 이 내용은 <조선일보>에 의해 대서특필된다. 이후 서기호 판사는 '가카에게 빅엿을 날린 판사'로 불리며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에게 노출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한다. 결국 서기호 판사는 2012년 2월 17일 법복을 벗는다. 10년을 주기로 이뤄지는 대법원의 판사 재임용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쫓겨난 것이다.

서기호 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 공간에 남긴 글을 판사 직분과 연결시켜 공적 영역으로 끄집어낸 <조선일보>에게 제대로 '빅엿을 먹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기호 판사는 법복을 벗은 날, '법(法)'자 대신 '정(正)'자가 새겨진 국민법복을 선물로 받으며 '국민판사'에 임명된다.

"개념판사 서기호님. 당신은 촛불시민에 대한 대법관의 부당한 재판 개입에 항거하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강력한 쫑코를 먹였으며 임용 탈락이라는 치졸한 법원 인사에 맞짱을 놓아 사법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으므로 사법권 독립을 바라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쫄지 말라는 응원의 뜻을 모아 당신을 국민판사에 임명합니다."(국민판사 임명장)

서기호 전 판사는 예비판사 2년을 포함, 총 12년간 일터로 삼았던 법원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3천여 명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던 판사에서, '국민판사 1호'로 신분이 바뀌었다. 서기호 전 판사에게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과연 그는 국민판사로서 자격이 있기는 한 것일까.

국민판사의 자격, 바로 여기 담겨있습니다

 <'국민 판사' 서기호입니다> - '가카빅엿' 양심판사, 사법개혁의 꿈을 안고 소통하다
 <국민 판사 서기호입니다> 겉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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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판사 재임용 문제, 사법부 개혁 등 사법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논란에 대해 서기호 전 판사와 김용국 법조전문 시민기자가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김용국 시민기자 역시 법원공무원으로서 10년 넘게 일하며 <생활법률 상식사전>과 <생활법률 해법사전> 등을 펴낸 바 있다. 그런 탓에 두 사람이 풀어놓는 사법부 이야기는 전문적이면서도 자못 흥미롭다. 

서기호 전 판사는 최은배, 이정렬, 김하늘 판사와 더불어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념판사'라는 호칭을 얻는다. 그리고 트위터 등 SNS를 적극 이용해 국민 과 소통하면서 급기야 '서기호 어록'까지 탄생시킨다. 

"트윗은 자정 능력이 있으나 조중동은 법원 판결 나와야 겨우 타율적 정정을 한다."(SNS에서 부정확한 정보나 허위사실이 떠돌아다닌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난 '튀는 판사'가 아니라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때만 행동으로 옮기는 '뛰는 판사'다."(튀는 판사 아니냐는 지적에)
"나는 털면 털수록 아름다운 향기만 난다."(<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의 표현 응용,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조심하라는 충고에)
"21세기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후 갓끈을 고쳐 맨다."(판사들의 처신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에)

서기호 전 판사는 자신이 법복을 벗은 데에는 '가카 빅엿' 논란을 비롯해 촛불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2009년 2월에 드러난 신영철 당시 대법관의 징계를 건의했던 일이나 2011년 11월 말 한미FTA를 비공개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정부를 향한 비판에 동조했던 일 등이 영향을 끼쳤으리라 판단한다. 물론, 법관인사위원회에서는 '가카 빅엿' 발언이나 SNS 활동이 판사 연임부적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장 단독으로 평가... 근무평정은 불공정"

 서기호 판사가 판사임기 마지막날인 17일 낮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정문에서 트위터 모임 '국민의 눈' 회원들이 주최한 '국민법관 재임용장 및 국민법복 수여식'에서 '국민법복'을 입고 있다.
 서기호 전 판사가 판사임기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월 17일 낮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정문에서 트위터 모임 '국민의 눈' 회원들이 주최한 '국민법관 재임용장 및 국민법복 수여식'에서 '국민법복'을 입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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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전 판사와 김용국 시민기자 두 사람이 나눈 판사 재임용 탈락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김용국(아래 김) : "현행 헌법에서 연인심사제도가 시작된 지난 1988년부터 현재까지 20여 년간 연임에서 탈락한 판사는 2012년 이전까지 총 3명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서 판사님이 연임부적격자로 결정된 것을 두고 재판 외적인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 겁니다."

서기호(아래 서) : "메일로 이런 내용이 왔더군요. '10년 동안의 근무성적평정이 하 5회, 중 2회, B 1회, C 2회이다. 따라서 2012년 상반기 연임심사 대상자 가운데 하위 2퍼센트 미만에 속한다. 현재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은 직무자세와 직무수행능력 등 5개 항목에 대하여 상, 중, 하 평가를 하고 이러한 항목별 평정 등을 고려하여 종합평정을 하고 있다.'"

: "근무평정 방식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근무평정의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 담보된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근무평정은 객관적 통계자료만을 토대로 하는 게 아니라 성실성, 균형감, 책임감 등 주관적 관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지표가 포함되고, 2011년 바뀐 법원조직법을 보더라도 근무성적평정에는 사건처리율과 처리 기간, 상소율, 파기율 및 파기사유가, 자질평정에는 성실성, 청렴성 및 친절성 등이 각각 포함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게다가 법원장이 이것을 단독으로 평가합니다."

서기호 연임 탈락은 과연 '누구'의 뜻이었을까

 김용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용국 <오마이뉴스> 법조전문 시민기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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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전 판사와 김용국 시민기자는 책 곳곳에서 판사 재임용 제도의 문제점을 비롯해 사법부 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한다. 역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다.

: "국민의 눈으로 바라본 법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신뢰는 낮고 벽은 높다. 아직 공정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사법개혁 방안에 대해 얘기해보죠. 서 판사님이 제일 강조하는 것이 막강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여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 "그렇죠. 저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 재판상 독립 확보 ▲ 판사회의의 실질화 ▲ 대법원장과 법원장의 선출제 도입 및 권한 축소 ▲ 법관인사제도 개선 ▲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제도 신설 ▲ 심급구조 개선 등을 꼽고 싶습니다."

책 본문의 끄트머리,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눈다.

: "정말 궁금합니다. 연임 탈락은 과연 누구의 뜻일까요?"

: "위대하신 '가카'의 뜻 아닐까요?(웃음) 검찰 인사 때도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을 임명할 당시에 퇴임 후 안전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고, 2011년 9월 대법원장 인사 때도 마찬가지였죠. 판사들 사이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도 퇴임 후를 고려한 게 아니냐, 그래서 저의 연임탈락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김용국 시민기자는 책의 후기에서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약 4개월간 서기호 전 판사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와 이메일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후기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의 초고가 완성될 즈음, 서기호는 정치에 입문했다. 나로서는 그가 어떤 배를 타건, 어떤 도구를 이용하건 자신이 꿈꾸는 사법개혁을 이루기를 응원할 뿐이다. 그의 바람대로 언젠가는 그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제대로 된 법원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재임용 탈락 판사', 입법부에 들어가다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에는 서기호 전 판사의 정치 입문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서기호 전 판사는 법원에서 내쳐진 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4번을 받았다. 당선 가능성은 애초 없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내에서 한바탕 홍역이 발생하더니 서기호 전 판사의 신분은 국회의원으로 바뀌었다. 사법부가 근무 성적이 낮다며 쫓아내다시피 했는데, 웬걸... 법을 만들고 바꾸는 입법부에 떡 하니 자리를 잡은 것이다.

서기호 전 판사는 책의 서문에 이런 다짐을 써 놓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사법부를 겨누는 개혁으로 그의 약속이 실천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부끄럽지만 어린 시절 이야기도 일부 포함했다. 이를 통해 '가카 빅엿', 재임용 탈락 등의 사건들이 한때의 치기나 유명세에 기댄 것이 아님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서기호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냈지만, 아쉬운 부분과 부족한 점도 계속 눈에 보인다. 특히 5장에 담긴 사법개혁 분야가 그렇다. '국민판사 서기호'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지런히 실천하고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이 책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덧붙이는 글 |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서기호·김용국 씀 | 오마이북 | 2012.07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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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보는 그림 스포츠백과>(진선아이)의 글저자입니다. "오래오래 비루한 행복에 빌붙어 사느니 피가 우는대로 살아볼 생각이다"(<혼불> 3권 중 '강태'의 말)에 꽂혔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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