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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토론회'가 13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업계, 이용자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토론회'가 13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업계, 이용자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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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이익에 비중이 실려, 막 꽃 피는 ICT 생태계를 시들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문서다." (한종호 NHN 이사)
"99.99% 통신망 사업자 의무만 있고 콘텐츠 사업자는 무한한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정태철 SK텔레콤 전무)

삼성 스마트TV, 보이스톡 차단을 계기로 '망중립성' 논란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이용자가 낄 자리는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13일 오랜 산고 끝에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뒷받침할 '통신망 합리적 관리' 기준안을 내놨지만 사업자간 첨예한 이해 갈등에 묻혀 이용자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P2P-헤비유저 '트래픽 관리' 허용... 통신사 믿을 수 있나 

방통위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에 관한 기준안(아래 기준안)'을 발표하고 각계 입장을 듣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통신3사를 비롯해 포털, 시민단체, 학계 대표 등 방통위 '망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 구성원들이 참석해 4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기준안은 "사전적으로 통신사업자의 자의적인 트래픽 관리를 방지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유도, 트래픽 관리와 관련된 분쟁 발생시 사후 규제를 위한 판단기준"으로 마련됐다.

이 기준안을 마련한 나성현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그동안 통신 사업자들이 암암리에 트래픽 관리를 해왔다"면서 "트래픽 관리를 통신망 혼잡 방지를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해 통신사들의 자의적인 적용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나성현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
 나성현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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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준안에는 통신사업자가 트래픽 관리를 하려면 우선 이용 약관을 개정해 정해진 양식에 맞춰 관리 기준을 공개하고 이용자들에게 동의를 받도록 했다. 특히 통신사의 자의적인 확대 적용을 막으려고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필요한 경우와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망 혼잡으로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하는 경우'라고 규정하면서 개인간 파일 공유 서비스인 P2P,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 표준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앱이나 서비스 등 구체적 사례까지 밝힌 게 화근이었다. 

망 혼잡 시간대에 P2P 서비스 이용시 트래픽 전송 속도를 제한하거나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의 경우 통신사가 정한 일정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사용 속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망 부하를 막기 위해 마련된 업계 표준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제한 가능성까지 열어줬다.

이에 인터넷서비스사업자과 시민단체에선 통신사들의 '트래픽 제어'를 사실상 허용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통신사업자들은 오히려 트래픽 관리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병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는 "불합리한 차별, 특정 서비스나 기기 차단을 하지 않도록 한 망중립성 기본 원칙을 뒤집을 우려가 있다"면서 "통신사에서 헤비유저나 P2P 관리 방침을 명백히 할 수 있지만 방통위에서 먼저 특정 서비스 유형을 차단하는 가이드를 주는 게 타당한가"라고 따졌다.

'친절한' 트래픽 관리 기준에 통신사-포털 모두 불만

한종호 NHN 이사 역시 "통신사 이익을 지키는 쪽으로 비중이 가 있어 막 꽃피는 ICT 생태계를 시들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문서"라면서 "특정 표준은 메인스트림이자 기득권 사업자 것일 텐데 새로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 출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오늘 제시안이야말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선언"이라면서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이 망중립성에 근거해 기간통신사업자가 별도 사유 없이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자유롭게 풀어놓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픈 인터넷망을 관리형 인터넷망으로 바꾸려는 인터넷 이용 통제 지침"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태철 SKT CR전략실 전무는 "트래픽 관리는 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통신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자 의무"라면서 "망 중립성 못지않게 트래픽 관리도 중요한데 해외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고 강하게 규정돼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아울러 "(기준안에) 99.99% 통신망 사업자 의무만 나와 있고 콘텐츠 사업자에게 구속성 없이 무한한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면서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분명한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효실 KT 상무 역시 "시간대 등 특정 조건을 달면 실질적인 트래픽 관리가 되지 않다"면서 "헤비유저 차단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대용량 콘텐츠 트래픽 관리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스톡 '차별'도 합리적 트래픽 관리?... "방통위 직무 유기"

이통사들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 차단을 사실상 허용한 방송통신위원회 감사를 청구하는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 기자회견이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12일 오전 광화문 방통위 앞에서 열리고 있다.
 이통사들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 차단을 사실상 허용한 방송통신위원회 감사를 청구하는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 기자회견이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12일 오전 광화문 방통위 앞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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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에 따라 보이스톡 등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이용을 제한한 것도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제한하는 경우'에 포함시켜 '합리적'이라고 본 것도 논란이 됐다. '사업자간 경쟁이 존재하는 상황'이란 단서를 두긴 했지만 망 혼잡을 내세운 망중립성 기본 원칙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종호 이사는 "소비자가 약관을 검증하고 계약을 맺지 않는데 적법한 계약이란 이유로 트래픽 관리 여지를 열어둔다면 가이드라인에 쪽문을 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통신망 과부하 문제 해결 위해 트래픽을 관리하게 돼 있는데 mVoIP는 망 부하를 일으키지 않고 통신사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되기 때문"이라면서 "P2P 역시 백본망 부하를 덜어 통신사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기술인데도 결국 통신사 수익 구조에 위협되는 서비스, 기술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형일 LGU+ CR전략실 상무는 "P2P, mVOIP 등 트래픽 관리 기준이 나왔다고 사업자가 바로 시행한다고 전제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면서 "(유플러스가 모든 요금제에 mVOIP를 허용해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줬듯)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합리적 판단 기준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창희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 과장은 "통신사업자가 맘대로 통신망 관리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투명성을 강화해 이용자들이 상품별로 어떤 특성과 제한이 있고 가장 적합한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라면서 "mVOIP 문제 역시 시장에서 경쟁이 존재하고 통신사업자가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아 이용자들이 요금제를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 등 시민단체들은 요금제에 따른 mVoIP 이용 제한을 허용한 것은 방통위 직무 유기라며 12일 국민 감사를 청구했다.

토론자들의 열띤 논쟁 탓에 '발언 트래픽 관리'도 쉽지 않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용규 한양대 교수의 엄격한 '트래픽 관리'에도 애초 2시간 정도로 예정된 토론이 4시간 가까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트래픽 과부하' 주범 가운데 하나였던 전응휘 이사는 "2부 토론자는 방통위에서 일방적으로 인선했다"면서 "(자신과 같이 이용자 입장에서) 주장할 사람을 끼워주지 않은 '인위적 트래픽 관리'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태그:#망중립성, #트래픽 관리, #보이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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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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