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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인물' 송경동 시인
 <오마이뉴스>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인물' 송경동 시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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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평짜리 독방. 5cm 간격으로 철창이 촘촘하게 쳐진 감옥.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309일 동안 갇혀 지냈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금꽃은 마침내 35m 높이의 고공 철판 감옥을 뚫고 피어올랐지만, 깔깔거리면서 그 꽃에 자양분을 실어 날랐던 희망버스 운전자는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  

김진숙 살려내고 자신은 감옥에 간 길거리 시인 송경동. <오마이뉴스>는 2011년 '올해의 인물'로 그를 선정했다. 살인적 정리해고를 감행한 냉혈 자본의 심장에 쇠말뚝을 박고, 그 곳에 올라간 소금꽃을 더욱 향기롭게 해 준 '외부세력'의 대표격. 송경동이 없었다면 희망버스도 없었고, 희망버스가 없었다면 김진숙의 값진 승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희망버스는 소금꽃이 흘린 눈물이 바로 당신의 눈물임을 확인시켜주었고, 이런 절망의 연대는 담쟁이넝쿨처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거친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 희망이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85호 크레인의 승리는 김진숙의 영예이기도 하지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한 질주해야 할 '희망버스 폐인'들의 것이기도 하다. 

운동권 시인 송경동. 그는 대추리에서 경찰이 던진 벽돌에 맞아 머리가 터졌고, 용산참사 현장에서 목디스크가 재발하기도 했다. 또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굴착기에 올라탔다가 떨어지면서 발뒤꿈치를 상했다. 연대의 현장이자 '불순한 외부세력'이 활개쳤던 곳에 어김없이 나타났던 그. 소금꽃에게 희망의 빛을 전해줬던 그는 이제 철창에 갇혀 희망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진숙이 평지로 내려오던 날, 기자의 인터뷰 제안을 끝끝내 뿌리치며 조만간 만나 막걸리나 한잔하자던 그가 최근 지인을 통해 편지를 보내왔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한 그의 편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소감을 대신한다.  

희망버스를 기다리는 희망버스 운전사, 송경동

 ‘송경동.정진우의 석방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송경동 정진우 석방,  희망버스 탄압중단,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촛불문화제”가 21일 저녁 부산구치소 앞에서 열렸는데,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송경동 정진우의 석방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촛불문화제가 지난 21일 저녁 부산구치소 앞에서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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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석방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구두를 닦아 보는 것이다. 반짝반짝 깨끗하게 닦은 구두를 신고 두 발로 천천히 웃으면서 걸어보고 싶다. 지난해 10월 발을 다치고 나서 한 번도 못해 본 일이다. 중간에 잠깐 구두를 조심스레 끼워 보기는 했지만 목발을 짚던 때였다. 수배 중일 땐 슬리퍼가 다였다."

- 일과는?
"이제 갓 새로운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처럼 분주하다. 새벽 6시에 기상해서 점검 끝나고 나면, 몸에 보일러를 켜기 위한 걷기운동. 아침 9시 5분이면 어김없이 들어왔다 방안을 휘돌아보고 정확히 10시경이면 그 다람쥐꼬리를 말아가 버리는 햇빛 맞이하기. 그리고 오늘은 우표 신청하는 날, 오늘은 일주일에 하루 빨래하러 나가는 날, 오늘은 2주에 한번 머리깎사 오는 날, 하다못해 오늘은 하얗게 찐 달걀 두 알이 나오는 날, 오늘은 배추 한쪽과 맛있는 된장이 나오는 날 등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금세 하루가 뚝딱 간다."

- 최근 소회는?
"사실 아직 내 마음은 저 고공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워낙 긴박하게 살았던 지난 몇 개월 동안 긴장했던 생활과 마음이 아직 끝나지 않고 현재진행중이어서 더욱 그렇다. 85호 크레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우리는 '김진숙'이라는 삶을 통해 어떤 물음과 답을 듣고 싶었던 것인지 등을 차분히 정리해보고 싶은데, 계속 새로운 상황으로 몸이 밀려가다 보니 아직 마음을 평온한 곳으로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한편, 우리에게 '평지'란 어떤 곳일까도 생각해 본다. 다행히 위험한 고공에서는 이제 내려왔으니 조금은 안도해야겠지만, 저 물리적 고공보다 더 위험하고 가파른 어떤 삶의 고공들에 우리가 닥쳐 있는지를 되새겨보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각자의 고공에 올라 저 멀리 외로운 삶들을 살아가지 않고 이 평지에서 오순도순 어깨 걸고 살 수 있을지를 희망버스 승객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여 찾아 나가 봤으면 좋겠다."

- 건강은 어떤가?
"정신 건강은 환경이 잡아주기도 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데 몸 건강은 썩 좋진 않다. 오늘 사동 교도관분께서 약을 챙겨주며, 안에 들어오면 괜찮던 곳도 아픈가 보다고, 사동 내 한 절반쯤 되는 분들이 약을 먹는다고 한다. 나도 그런 건가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다.

생각해보니 목 디스크는 '용산' 때 재발하고, 발뒤꿈치는 지난해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다친 거다. 사건도 다 병합되었으니, 아픈 것도 다 병합해서 이참에 다 고쳐보고 싶은데 쉽지 않다. 발 다친 후 1년 2개월 동안 한 번도 뛰어보지 못했다. 사는 내내 이러는 건 아니겠지, 고민이다. 가끔 말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꿈을 꿔본다."

- 철창에 갇힌 시인, 갑갑하지는 않나?
"여기서도 역시 갑갑한 것은 내가 갇혀 있는 어떤 '생각의 감옥들', 또는 어떤 과거의 감옥들이다. 담배와 술을 못 먹어서 갑갑한 것이 아니라 그런 중독성 습관 하나를 끊지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이 갑갑하다. 무슨 소식을 빨리, 많이 전하지 못해 갑갑한 것이 아니라, 조용해지고 한없이 단순하고 소박해지는 마음자리를 굳게 하지 못하는 내가 갑갑하다.

튀니지에서, 이집트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혁명의 물결, 그리스와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에서 불어오는 심상치 않은 사회적 저항의 흐름, 급기야 월스트리트를 점거하고, 나비효과처럼 금세 전 세계 1500개 도시로 번져나간 '1%에 맞선 99%'의 저항운동 등에 전혀 민감하지 못한 둔탁한 내 머리가 갑갑하다. 일국적 시야의 틀에 매여 있는 이 게으름과 태평스러움이 갑갑하다. 계급적 적대가 너무나도 분명한 세상에서 도덕적 호소나 하고 있는 나의 설익은 운동이 갑갑하다.

그런 갑갑함으로 똘똘 뭉쳐진 70㎏ 상당의 내 몸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처지라, 0.94평조차 내겐 너무 넓다. 이 마음의 옹졸함 한 점도 잘 걷어내지 못하는 처지인지라 5㎝ 간격 철창 사이도 너무 넓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도 빨리 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피라미 빵잽이, 난 명함도 못 내민다

- 면회객들은 많이 오는가?
"부산과 인근 도시에서 희망버스 탔던 승객들이라며 불쑥 찾아와 주시기도 했다. 희망버스 관련 기고 글을 두 번 써주고 노래를 만들어주기도 했던 정태춘 박은옥 선배는 1년 만에 보는데, 저번엔 병원이고 이번엔 빵이어서 민망했다. 다음엔 또 어디서 봐야 하는지…. 다큐감독 오소영씨 안내로 면회를 온 혼다 요시조씨 일행은 6차 희망의 버스 참석차 왔다 들려주셨다. 가장 멀리에서 온 승객들인 셈이다.

피라미 빵잽이인 셈이라 오히려 면회객들에게 주눅이 든다. 근 20여 년 망명생활을 하신 홍세화 선생님. 대한민국 감옥 절반쯤은 가본 것 같다는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님. 부산구치소 대선배에게 인사가 늦었다고 눙을 치자, 동의대 사태의 주범이었던 아픔을 안고 사는 화물연대 윤창호 동지 옆에서 '어? 내가 더 선배인데' 하면서 웃는 배순덕 동지. 전노협 출범하던 날 들어왔는데, 웃으면서 빵에 들어오던 여인으로 한때 유명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흉악한(?) 면회객들에게 명함도 못 내민다."

- 희망버스를 왜 기획했나?
"나보다는 조남호 회장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왜 몇 년 전부터 필리핀 수비크로 공장을 옮겼는지, 왜 3년여 동안 수주를 모두 수비크로 돌렸는지, 왜 김주익 열사 사망 당시 했던 '정리해고는 노사협의 해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전격적으로 정리해고를 하려고 했는지, 왜 희망버스 전에는 단 한 차례의 진정성 있는 교섭도 없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희망버스를 기획한 과정 역시 지난 역대 정부들과 자본에 물어보아야 한다. 1997년 IMF 구조조정 이후 정부들과 자본은 희망의 버스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왔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안정된 일자리에서 자르고 비정규직화시켰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제3세계로 튀었다. 부동산투기나 금융투기 등으로 삶터를 아작 냈다.

이런 절망이 쌓여 쌍용에서는 현재까지 19명의 노동자, 가족들이 죽어나갔다. 더는 안 된다고 '김진숙'이 목숨을 걸었고, 화가 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륭, 동희오토, 현대자동차, GM대우, 상용차, 재능교육, 뉴코아-이랜드, 홍익대 등 대학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에 연대해 왔던 사람들이 먼저 나섰다. 유성기업, 발레오공조코리아, 콜트·콜텍 등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먼저 나섰다.

희망의 버스는 이런 시대의 불의와 절망이 만든 안타까운 버스다. 죽지 않기 위해 '깔깔깔' 웃어보자 했던 안간힘의 버스였다. 그렇지만 그 모든 절망을 넘어 우리의 연대를 통해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발랄한 상상과 낙관과 기적의 버스이기도 했다."

- 희망버스를 진행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의제의 확장을 통한, 좀 더 대중적인 마당 형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진'과 '김진숙'을 넘어 보편적인 정리해고 문제와 비정규직화에 대한 사회적 저항과 대안의 마련을 위한 범사회적 운동으로 더 터져 나왔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여러 기술적인 문제나 실수들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전체 사회적으로 현재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는 어쩔 수 없다는 패배감들이 광범위하게 깔려있었다. 사회적 대학살은 있었는데 어떤 노조, 단체, 언론, 연구, 학술 기관에서도 구체적인 데이터나 사례들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보수 언론들이 한둘의 정신 나간 논객들의 입을 빌려 '정리해고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고, 사회주의 하자는 거다'라고 공격할 때 담론 싸움에 나설 사람을 찾기도 쉽지가 않았다.

한편, 기존 운동조직들의 무기력함과 누구에게 딱히 화살을 겨눌 수도 없는 관료적 직무유기들과 그리고 작은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전체 연대운동의 흐름을 막거나 탁하게 하는 정파운동들의 폐해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더 넓고 자유로우며 수평적인 대지의 운동을 열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한계들이었다. 보람은 반대로 이런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운 연대의 버스를 지켜낸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초와 다르게 사람들이 '복지'만을 얘기하지 않고 '노동'을 얘기한다는 것, '복지'를 얘기하더라도 그 기본은 '생산과정에서의 민주적 분배'라는 점이 꼭 짚어진다는 것이 희망버스의 최소한의 보람이다."

"진짜 운동권 시인이 되고 싶다"

 희망버스 기획자 송경동 시인이 15일 저녁 부산 영도경찰서에 자진출두했다.
 지난 11월 15일 송경동 시인이 부산 영도경찰서에 자진출두하기 직전의 모습.
ⓒ 유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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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시인에게 시란?
"내게 시란 어떤 태도다. 옳지 않은 어떤 자리에서 내가 침묵하고 있을 때 기어코 말하게 하는. 왠지 부자연스러울 때 끝내 갑갑하다고 터져 말하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권위 놀음을 좇아가면서도 속으로는 계속해서 '아니다, 아니다.' 말하게 하는, 시는 내 것이 아닌 어떤 사회적 DNA다. 한편, 내게 시는 이 지구와 같은 것이다. 모든 게 다 있고, 다 가능한 어떤 세계다. 시가 내게 깃들어 있는 게 아니고, 내가 그런 시의 세계에 잠깐씩 깃들어 있다."

-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송경동 시인을 '운동권 시인'으로 부르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운동권 시인이 되고 싶어서 스무 살 초입부터 구로공단 내에 있던 구로노동자문학회 활동을 했다. 진짜 운동권 시인답게 내 시들이 그들의 간담을 더 서늘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 위험해, 다른 말로 하면 더 아름다워져서 그들조차 '이건 진짜 운동권 시인의 시'라고 할 수 있게 시를 써봤으면 좋겠다. 모든 시는 그 시대의 지배적인 관습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불온한 것이다. 불온하다는 딱지는 새로운 시와 시인들에게 영예로운 것이지 부끄러운 게 아닐 것이다. 그렇게 불리는 더 많은 시인 소설가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혼자 그렇게 불리는 것은 너무 외로운 일일 테니."

- 지금 이 땅의 비정규직들에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면?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를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 자체가 산재인, 이 악독한 시대를 넘어섰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가 올해의 인물로 뽑은 그의 진면목을 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최근 출간된 송경동 시인의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실천문학사) 일독을 권한다.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 오마이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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