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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교수 : "정 전 의원의 주장은 들으셨겠지만 부친 학교에 전교조 교사들이…"
나경원 후보 : "저는 제 선거와 관련해 자꾸 아버님과 관련된 의혹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선 제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선거는 제 선거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는 (아버지가 아니라) 나경원입니다.
- 1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와의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와의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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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와 같이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아버지는 홍신학원(화곡중, 화곡고, 화곡보건경영고 운영) 설립자로 설립 후 28년간 교장을 했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이 학교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나 후보도 2001년 6월부터 현재까지 11년째 이 학교 이사를 맡고 있다. 나 의원의 어머니와 동생, 사촌들과 사촌 남편 등이 행정실장 또는 교사 등으로 관련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홍신학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봉주 전 의원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이 진행중일 때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나를 찾아와 아버지 소유의 학교가 교육부의 감사대상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나경원 후보는 "부친의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제기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 사실과 다르고 교과부 감사대상이 아니라고... 감사에서 빼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사학 전교조 교사들은 이런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가, 남의 일?

하지만 '상관 없다'는 나경원 후보의 이런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특히 아버지가 설립자일 뿐 아니라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학교에 관련된 문제 제기를 어떻게 "아버지 학교에 관한 일"이라며 남의 일 취급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백보양보해도, 최고 권력기관 중 하나인 국회의원이 "'감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했다"고 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일이니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교사들로부터 수년간 정치자금을 받고, 행정실을 통해 연말정산까지 협조해 주도록 하였다는 의혹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그는 일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언급만 하였을 뿐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얼마의 금액을, 몇 년에 걸쳐서 후원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아버지 학교가 아니라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고, 자신이 정치자금을 받은 문제다. 어떻게 이것을 아버지 학교 문제로 치부할 수 있나? 이런 이중잣대가 없다. 나경원 후보 측은 박원순 후보 공격에 대해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라는 비판이 일자 '정당한 검증 과정'이라고 주장하며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가 초등학생 시절인 13살 때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집안 어른들에 의해 이루어진 입양을 문제 삼았다. 또 얼굴도 본 적 없는 작은 할아버지의 호적까지 뒤지고, 아내의 사업 내용도 뒤지는 등의 행위를 정당한 검증이라고 하더니, 나 후보는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학교에 대한 의혹 제기에는 "아버지 일"이라면서 해명하지 않겠단다.

교사들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 정확한 해명해야

적어도 나경원 후보는 홍신학원 관련하여 두 가지는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첫째는 교사들의 정치자금 수수에 관한 부분이다. 이 문제를 "아버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라고 발뺌할 수는 없다.

나 후보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모르겠다", "초창기에 일부 교사가 (후원금을) 냈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은 있지만 집단적으로 냈다는 얘긴 전혀 들은 바 없다", "소액으로 들어왔는지 여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시한이 지나 돌려주지 못 한다"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러나 나 후보의 이런 해명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나 후보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교사들이 200명 정도이고 이름이 모두 공개되어 있는 상황에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변명으로 들린다. 실명으로 후원을 했고, 행정실을 통해 연말 정산까지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누군지 모른다는 말은 전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원순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이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자, 나경원 후보 측 강승규 비서실장은 "이미 다 해명된 일이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을 못하게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전교조 교사들이 민노당 정치후원금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이없는 해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진짜로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확인해서 국민 앞에 해명하면 된다. 말 한마디로 의혹을 뭉갤 것이 아니라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후원자 교사 현황(실명 빼고), 학교의 연말정산 내역, 또는 국세청이나 선관위 자료 등 어느 것이라도 공개하면 된다.

둘째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학교 감사 무마 시도 의혹이다. 이 문제 역시 국정 감사를 앞두고 이루어진 국회의원의 고유 업무에 대한 청탁 의혹이라서, 단순히 아버지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만약, 정봉주 전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면 그에 맞게 대응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중대한 문제를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당한 검증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나 후보의 선거운동본부와 한나라당이 13살 어린이에게 병역 면탈 호적 쪼개기라며 해명을 요구하고, 일면식도 없는 작은 할아버지의 호적까지 공개하면서 책임지라고 한 것에 비하면 나 후보가 이사인 학교의 교사 정치자금과 감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한 자료 공개와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양반으로 보인다.


태그:#나경원, #박원순,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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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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