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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먹어야 산다. 먹는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우리 몸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먹을거리는 늘 불안하다. 수입식품, 식품첨가물, 화학조미료, 유전자조작식품, 환경호르몬, 농약 등 먹을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많은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피해서 먹자니 먹을 게 없는 거 같고, 정보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내가 먹는 모든 것을 농사지어 먹을 수도 없는 현실.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지어진 먹을거리를 믿을 수 있는 유통구조를 통해 내 밥상에 올리는' 먹을거리 주권이 과연 나에게는 있을까? 나에게는 얼마만큼의 먹을거리 선택권이 있을까? 지금 우리 먹을거리 현실을 살펴보고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새롭게 불어오는 착한 먹을거리에 대해 다섯 번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기자주>

2009년, 화학조미료 안먹는 날을 기념해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명동에서 캠페인을 열었다.
▲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찾습니다!" 2009년, 화학조미료 안먹는 날을 기념해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명동에서 캠페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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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조미료는 왜 '더부룩함'을 부르나

10월 16일은 세계소비자연맹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우리 먹을거리 중요성을 생각해 보기 위해 정한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이다.

MSG(L-글루타민산나트륨)로 대표되는 화학조미료는 음식의 맛과 향을 높이는 '향미증진제'로 식품첨가물이다. 이는 자연 그대로의 먹을거리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만들어진 조미료란 뜻으로 '화학조미료' 또는 '인공조미료'라 불린다.

인공조미료는 1908년 일본에서 MSG(글루타민산)를 처음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아지노모드'라는 제품으로 시판된 이후 '감칠맛'이라는 제5의 맛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나 인공조미료를 섭취하고 난 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 혹은 '그렇지 않다'는 논란과는 별개로 무력증, 더부룩함, 답답함, 갈증, 심할 경우 구토 등 MSG의 위해성이 사회적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인공조미료'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맛의 일반화, 획일화다. 인공조미료는 그 자체의 위해성도 있지만 인공 조미료의 맛에 길들여지게 함으로써 점차 고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자연의 맛에서 멀어지게 한다.

최근엔 여기에 더해 MSG의 건강 영향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주목을 끌었다. MSG가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진 비만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은 것이다.
지난 2008년 8월 1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공중보건학부 식품영양학과 제레미아 스탬러 박사팀은 '비만학회지'(Obesity) 최신호에서 음식 감미료로 'MSG'를 사용한 사람들이 이 같은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신체활동과 칼로리 섭취량이 동일함에도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중국 내 3개 지역에서 40~59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752명(48.7% 여성)을 대상으로 가공식품을 섭취하지 않고 가정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을 먹도록 하면서 MSG 섭취와 비만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MSG 섭취량을 기준으로 세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한 실험에서 MSG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과다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MSG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는데, 최근 비만학회나 운동영양학회 등에서 비만에 대한 조사를 위해 사용하는 비만쥐를 MSG로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방법에 비해서 저렴하고 화학물질 투입이라는 쉬운 유도방법 때문이다.(이수천, 2001. 김용운, 2004)

이때 MSG는 피하에 주사하게 되는데 시상하부에 작용해 성장호르몬(GHRH)을 감소시켜 체중과 신장은 적으나 지방축적은 높은 성장호르몬 부족형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수천, 2001. 김용운, 2004)

미원에서 맛나로, 산들에로...인공조미료의 변천사

인공조미료의 위해성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조미료 시장 또한 변화해 왔다. 제1세대 조미료인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99.9% 함유한 '발효 조미료'(미원 등)는 화학조미료의 위해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자 쇠고기, 조개, 멸치 등 자연의 원료를 첨가하여 만든 제 2세대 조미료인 '복합 조미료'(다시다, 맛나)를 탄생시켰다.

복합조미료는 제품 광고 등을 통해 '천연' 조미료인 것처럼 알려져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어왔다. 하지만, 먹을거리 문화가 보다 '건강' 중심으로 발전하며 복합조미료 또한 MSG가 들어간 화학조미료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복합조미료 시장도 점점 축소되었다.

이후 2007년 조미료 시장에는 제3세대 조미료라 불리는 '천연 조미료'(맛선생, 산들에 등)가 등장했다. 천연 조미료는 MSG를 사용하지 않고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쇠고기 등 자연의 재료로만 맛을 낸 조미료로, 가정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소득수준의 증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증가 등 건강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먹을거리 문화가 자리 잡아감에 따라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가정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만들어 먹을 때의 일일뿐, 외식이나 가공식품에는 여전히 인공조미료가 사용되고 있다.

특히 외식은 이미 지난 2005년 기준 52조에 달해(2008. 한국식품유통연감) 가계 식료품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외식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면접조사를 통해 외식업체의 인공조미료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93.3%가 다양한 형태로 인공조미료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몇 년간의 경기침체는 외식업체들의 경기 악화로 이어지며 식재료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조미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

외식업체 중 저렴한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야식 배달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식당의 경우 직접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조리되어 포장 판매되는 '즉석가공식품'을 데워 팔거나, 가공된 소스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가 식재료를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가락시장 일대의  '즉석가공식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즉석가공식품은 대부분 인공조미료(MSG=L-글루타민산나트륨=향미증진제)는 물론이고 복합조미료, 보존료, 산도조절제, 고결방지제, 향료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재료 상가에서는 "원하시는 시간과 필요한 물품을 말하면 언제든 배달해준다. 갈비탕, 설렁탕, 육개장, 삼계탕 등 메인요리에서부터 반찬까지 원하는 모든 것이 배달 가능하다"며 "요즘 메인 요리를 중심으로 한 전문점이 아니면 다 사용한다, 어떻게 그 재료들을 모두 준비해서 만들겠나?"라고 말했다.


위의 표의 식품은 데워서 팔기만 하면 되는 불고기, 해장국, 비지탕 등 주 메뉴나 순두부 양념장, 쇠고기맛 분말 시즈닝과 같이 주메뉴의 맛을 내기 위해 넣기만 하면 되는 소스류, 그리고 물냉면 육수와 같이 즉석에서 그릇에 담기만 하면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식품 안에 포함된 주재료 외에 맛과 향을 내기 위해 들어간 각종 식품첨가물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다.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대표적인 인공조미료다. 5-리보뉴클레오티드이나트륨, 구아닐산나트륨 또한 인공조미료다.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널리 알려지자 차세대 인공조미료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흔히 'MSG 무첨가' 라고 표기되어 있는 가공식품에 이들 조미료가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엑기스, 맛분말 등은 L-글루타민산나트륨 제제다. MSG에 식염이나 다른 맛을 내는 성분을 첨가해 만든, 역시 조미료다. 결국 이들 조미료에는 대표적인 인공조미료인 MSG를 비롯해 이중 삼중의 인공조미료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즉석조리식품 첨가물 현황
 즉석조리식품 첨가물 현황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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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은 조미료 덩어리, 가공식품·반조리 식품도 위험

이는 외식의 식재료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공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가공식품에서도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라는 대표적인 화학조미료를 뺀 제품의 생산 및 홍보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집에서 직접 조리하고자 하는 주부들의 욕구 증대에 따라 쉽게 맛을 낼 수 있는 드레싱류, 장류 등 조미 식품의 생산,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즉석조리식품, 냉장식품 등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가공식품의 생산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0년 식품유통연감에 따르면 "식품을 제조·가공·조리함에 있어 식품의 풍미를 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조미식품"의 시장 규모가 약 5027억 원 정도로 2008년 대비 12.4% 정도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는 식품첨가물 중 MSG 생산량 변동 추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MSG의 최근 3년간 생산량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L-글루타민산나트륨의 생산량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반면 'L-글루타민산나트륨 제제'(MSG제제 = L-글루타민산나트륨과 화학적 합성품인 첨가물을 50% 이상 함유하거나 또는 향신료, 염화나트륨(식염), 전분, 포도당, 설탕 등 중 1종 이상을 혼합, 희석한 제제로 조미료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08년도 식품 및 식품첨가물 생산 실적', 식품의약품안전청).

MSG 제제 생산량 변동 추이 (단위 : ton)
 MSG 제제 생산량 변동 추이 (단위 : ton)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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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생산량 변동 추이 (단위 : ton)
 MSG 생산량 변동 추이 (단위 : ton)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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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요리에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이런 현실은, 나에겐 과연 'MSG 없는 건강한 밥상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가?'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고자 노력해도, 가공식품을 통해, 외식을 통해 다양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식약청, 식품회사들이 MSG가 안전하다는데 왜 난리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설사 그 말이 맞다 하더라도, 그럼 내게는 MSG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선택할 권리조차 없다는 말인가.

나는 외식업체에게 당당하게 묻고 싶다. "혹시 이 집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시나요?" 그리고 또 요구하고 싶다. "제 요리에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가공식품을 만드는 식품업체도 "MSG 무첨가"가 단순히 "MSG"를 넣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즈닝, 복합분말, 맛베이스 등 다양한 조미료를 통해 들어있다면 소비자를 현혹하는 "MSG 무첨가"라는 말을 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들을 관리하는 식약청에 요구하고 싶다. 식품첨가물 완전 표기제가 지난 2006년 도입되어 그나마 소비자들에게 식품원료에 대한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합원료의 재료도 공개해야 한다. 복합원료의 재료를 일일이 가공식품 포장지에 쓰는 것이 어렵다면, 식약청 홈페이지나 식약청이 식품정보를 제공 사이트인 '식품나라' 등에 복합원료의 정보를 공개해 원하는 사람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0월 12일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2011년 화학조미료 안먹는 날을 맞아 명동에서 캠페인을 열었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찾습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매년 반복되는 구호가 아니라, 절실한 소비자의 요구로 받아들여져 소비자들이 마음놓고 외식을 할 수 있는 식당들이 보다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태그:#화학조미료, #MSG,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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