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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라는 말이 한국에 소개된 것이 30년 정도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단어에 퍽 익숙합니다. 그러나 다 제각각의 입장에서 익숙할 뿐입니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것이 아니면 다 슬로푸드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고, 천천히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장 큰 오용은 모든 한국음식은 다 슬로푸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난 1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에 마련된 슬로푸드마당에서는 '지역음식, 어떻게 가꿀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남양주시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슬로푸드문화원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충남발전연구원 허남혁 책임연구원, 평택시 농업기술센터 이우진 계장, 박경숙 농촌진흥청 생활지도관 등 국내 음식 전문가들이 모여 전통 식문화를 지키고 음식공동체를 회복하는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댔다.

10월 1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 슬로푸드마당에서 열린 2011 '지역과 음식 컨퍼런스'
 10월 1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 슬로푸드마당에서 열린 2011 '지역과 음식 컨퍼런스'
ⓒ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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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지역음식의 다른 이름인 '로컬푸드'에 대해 "원거리의 농수축산물과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푸드, 각종 공장제 식품을 두루 일컫는 글로벌푸드에 맞선 개념으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먹을거리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산지에 가면 원재료만 있지 이를 이용한 음식이 없다"

그는 "한국의 생산자들이 지역음식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내세우는 키워드는 건강과 환경이지만, 사실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첫째의 조건은 맛"이라면서 "맛을 파는 지역음식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지에 가면 원재료만 있지 이를 이용한 음식은 보기 어렵다"면서 "광양에 매실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데도 식당에서 매실 절임을 보기가 어렵고, 연천에서 율무 생산량이 그렇게 많아도 율무밥 내는 식당이 드물다. 양주의 부추, 홍천의 단호박, 양구의 곰취도 마찬가지"라고 지역음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칼럼니스트는 1차 가공식품 중에 로컬푸드 운동의 상징으로 만들 수 있는 품목으로 '두부'를 들었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두부는 동네의 작은 가내수공업자들이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몇 개의 포장두부 업체가 전국의 두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보자면 이 포장두부가 바로 글로벌 푸드인 것이다.

식품 대기업에서 너도나도 두부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소비자가 자주 사는 식품이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황 칼럼니스트는 "로컬푸드도 이점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생산한 두부가 지역민의 사랑을 받으면 그 다음으로 두유, 콩나물, 된장, 간장, 고추장, 장아찌, 김치 등 다른 가공식품으로 확장해 나가기 쉬워진다"고 조언했다.

로컬푸드 운동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식품은 '두부'

충남발전연구원 허남혁 책임연구원은 미국산 밀과 호두, 중국산 팥을 넣은 '천안 호두과자', 중국산 붕어로 만든 '화산 붕어찜', 수입산 소라로 만든 바닷가 횟집의 모듬회 등을 지적하며 최근 '향토음식'의 진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것은 식재료를 값싼 먼 곳에서 조달하는 '글로벌 푸드 시스템'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소금, 식초, 장류, 고춧가루 등 가장 기본적인 음식재료들마저 수입재료에 의존하고 있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가정음식, 외식음식의 질이 저하되고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역과음식 컨퍼런스에서 발표 중인 충남발전연구원의 허남혁 책임연구원
 지역과음식 컨퍼런스에서 발표 중인 충남발전연구원의 허남혁 책임연구원
ⓒ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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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연구원은 유럽 농촌개발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해 "거대 식품 유통·가공 자본이 지배하는 음식 제국(Food Empires)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회로를 많이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그 우회로가 바로 로컬푸드라고 말했다.

서로 얼굴이 보이는 생산자-소비자 관계의 신뢰성, 신선하고 건강한 제철 채소·과일의 섭취, 식품의 이동거리를 줄여 지구 환경 살리기, 가족 소농의 판로 보장 등은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소비함으로써 가능해지는 이익들이다.

허 연구원은 "로컬푸드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먹거리의 지역성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라면서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부터 오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전통성, 생태성의 회복과도 직결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산 호두와 중국산 팥으로 만든 '천안 호두과자'

평택시 농업기술센터 이우진 지도기획담당 계장은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해온 평택시의 로컬푸드 정책의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평택시는 2010년 오성면 길음마을을 시범마을로 지정하고 지역에 적합한 다품목 적량생산체계를 세우는 한편, 생산자와 소비자 간 사회적․물리적 거리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교류활동을 장려했다.

영유아들이 지역 농업에 대해 친숙해질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실내외 농원을 조성하고 농장체험을 지원했으며, 어린이집 식단은 지역농산물로 짜고 있다. 또 평택 YWCA 회원들과 길음마을 주민 간에 자발적인 직거래가 시작되어 현재는 두부, 계란, 대파, 콩나물, 버섯 등 제철 채소를 포함한 기본 식료품 다섯 가지를 한 달에 5만 원으로 주 1회 배송 중이다.

평택시는 또 2009년 7월 평택푸드 추진단을 구성해 평택푸드 지원조례 제정, 평택푸드 센터 설립, 농업인 교육, 시민 공청회 개최, 평택푸드 정책의 전략적 홍보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 9월에는 평택시 로컬푸드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 임시회를 통과했다.

1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에 슬로푸드 마당에서 열린 '지역과음식 컨퍼런스'
 1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에 슬로푸드 마당에서 열린 '지역과음식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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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장은 "시범사업을 통한 지속적인 생산자․소비자 교육 실시 결과 생산자와 소비자의 의식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농촌체험 활동 이후 아이들의 식습관이 변화되었다고 참여자들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또, 보육시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에서도 농촌·농업인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시범마을 참여자들도 본 사업이 소비자와의 관계 개선에 유용하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그러나 "지역농산물에 대한 지역 소비구조가 취약하여 다품목 적량생산체계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생산자의 계획과 소비자의 요구가 일치하지 않아 갈등이 유발되기도 했고, 어린이집 지역농산물 식단도 수요에 근거한 구체적인 생산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기존 시장을 통해 식재료를 사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계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농산물에 대한 소비구조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먹을거리는 우리 지역에서, 시범마을 사업 성공한 '평택푸드'

박경숙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 생활지도관은 농촌진흥청의 향토음식자원화 사업과 농가맛집 육성 사업을 소개했다. 박 지도관은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는 절대 식량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영양개선에 중점을 두었다면, 90년대에는 농·식품 가공 사업에, 2000년대에는 체험·웰빙과 연계한 농가맛집, 농업인의 소규모 창업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농촌진흥청의 사업을 설명했다.

향토음식자원화 사업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자재와 지역 문화를 연계하여 이야기가 있는 향토음식을 상품화하고 체험공간을 조성해 전통 식문화를 계승하고 농가소득에도 기여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사업이다.

농가맛집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우선 손님을 다시 찾게 만드는 그 집만의 '독특함'이다. 강원도 강릉의 농가맛집 '서지초가뜰'의 경우 농사일 바라지 음식인 질상과 못밥을 소재로 상부상조 정신 등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을 음식 이야기에 담았다. 손수 농사지은 식재료를 사용한 종가의 음식과, 전통가옥과 전통문화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더덕나물, 돌나물, 김치, 북어찜, 해묵은 짠지, 각종 전과 고기로 한상 가득 차려낸 '질상'은 모 심을 때 일꾼들에게 대접하던 음식이다. '서지초가뜰'의 '질상'은 한류 스타 배용준씨가 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도 소개될 만큼 성공한 농가맛집 메뉴로 자리잡았다.

농촌진흥청의 농가맛집 육성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경숙 농촌진흥청 생활지도관
 농촌진흥청의 농가맛집 육성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경숙 농촌진흥청 생활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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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농가맛집'

경기도 남양주의 '구암 모꼬지터'는 왕실에 진상하던 먹골배로 만든 약고추장, 유기농쌈채소, 양념된장에 재운 돼지고기 숯불구이 "맥적" 등 상차림에 이야기를 더한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가족이 운영하지만, 업무 분장이 정확하고 서로 호칭을 엄격히 구분할 만큼 확고한 경영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도 구암 모꼬지터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이다.

박 지도관은 농가맛집 사업이 "향토음식을 매개로 농가와 도시소비자를 이어주며, 농업 생산에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이라면서 "현재 64개소인 전국의 농가맛집을 2018년까지 300개소로 늘리고, 각 지방 농업기술원 및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한국전통음식학교를 운영하고 향토음식연구회를 육성하는 등 지원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농업의 위기와 건강의 위기, 자연 생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로컬푸드 운동, 슬로푸드 운동, 슬로시티 운동 등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운동들이 진행 중이다. 이날 '지역과 음식 컨퍼런스'는 토론을 통해서 다양한 음식 운동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이 문제에 힘을 합쳐 공동 대응하는 연대의 기초가 마련된 자리로 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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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휩쓸리지 않는 깨어있는 삶을 꿈꿉니다.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농정신문 객원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위원회 국제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식량닷컴 객원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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