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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탁……", "싹둑싹둑", "보글보글……"

부엌에서 나는 소리가 이렇게 다양한 줄 평소에는 미처 몰랐다. 흰 티셔츠에 깔끔한 요리 모자를 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재료를 다듬고, 볶고, 끓인다. 여기는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장.

지난 9월 30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에 마련된 슬로푸드마당에서 열린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에는 전국에서 응모한 275팀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30팀이 본선에 진출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지난 30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 슬로푸드마당에서 열린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지난 30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 슬로푸드마당에서 열린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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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효종갱, 초록산마얼음꽃, 오방색신선전골과 발효소스, 청국장가루와 막걸리를 넣은 몽블랑……. 이름부터 생소한 이 음식들은 모두 각 지역의 특산품을 주재료로 한 약선 요리들이다.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와 함께 열린 2011 슬로푸드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슬로푸드대회의 정신에 맞게,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살린 음식을 기준으로 본선 참가작을 선발했다.

남한산성효종갱, 초록산마얼음꽃……, 지역 문화를 살린 슬로푸드의 향연

이날 오전 11시 반부터 두 시간동안 진행된 요리 경연에는 주부, 학생, 직장인, 출장조리사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참가자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요리 실력을 뽐냈다. 여자 친구와 함께 경연에 참가한 백종호군(19,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3학년)은 "학교 특성상 대회 참가나 수상 실적이 좋은 경력이 되고, 머지않아 졸업이기 때문에 여자 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연소 참가자는 엄마와 함께 '산야초 소스를 곁들인 전복구근조림'을 선보인 유치원생 홍희서양(7,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곱게 담아 심사위원 앞으로 들고 가는 희서양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하기만 하다.

슬로푸드 요리경연이 한창인 가운데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슬로푸드 요리경연이 한창인 가운데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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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이 벌어지는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좌우 양옆에는 참가작들의 대형 사진과 함께 요리가 끝난 작품을 실제로 전시하는 테이블이 마련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스런 요리들이 전시대 위에 차례로 놓여졌다. 이번 슬로푸드대회 참석차 이탈리아에서 온 국제슬로푸드협회 파올로 디 크로체 사무총장은 "전시장의 예술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요리경연의 심사는 정영도 대한민국 요리명장, 김지순 제주도 향토음식명인 1호, 이순옥 한국조리기능장회 회장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요리 명인, 교수, 약선 음식 전문가들이 맡았다.

대상은 태안의 전통 식재료를 이용한 '태안방풍마늘약밥'

두 시간여의 열띤 경합이 끝나고 드디어 수상작 발표 시간. 영예의 대상은 '태안방풍마늘약밥'을 출품한 충남 태안의 신정희씨(62)가 차지했다. 신씨에게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과 함께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태안군우리음식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정희씨는 "방풍은 태안의 해변 절벽 위 바위틈에 자생하는 갯기름 나물인데, 풍을 다스리는 묘약이라고 해서 방풍이라고 불린다"면서 "오늘 요리는 대추와 방풍 뿌리를 진하게 끓여서 시럽으로 쓰고, 찹쌀과 밤과 대추를 함께 찐 약밥에 방풍 가루를 넣고 텁텁한 맛이 없도록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트 모양의 약밥 위에는 방풍즙을 물들인 무와 사과로 꽃장식이 되어 있다. 신씨는 "생일 케이크 대용으로 지인들에게 많이 선물했었다"면서 "인기가 좋아서 여기 저기 해달라는 사람이 많았다. 아마 작년 한 해 동안 쌀 두 가마니는 했을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수상자들.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수상자들.
ⓒ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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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식물 이용한 '동아느르미', 전통 죽 '청산도탕'

지난 두 달간 이번 요리경연을 준비하고 치른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 홍문선 이사는 "각 지역의 특산품을 지역의 문화와 잘 조화시킨 숨어있는 음식들이 이렇게 많다는데 놀랐다"면서 "각 음식의 아이디어도 너무 훌륭하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또 나이 드신 분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좋은 음식들을 선보여서 대체 누구에게 상을 줘야할지 심사위원들도 상당히 고심했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음식은 대구에서 출품한 금상 수상작 '동아느르미'예요. 동아는 생김새가 무등산 수박처럼 길쭉한 외의 일종인데 지금은 거의 멸종 상태지요. 절인 동아에 양념한 재료를 볶아 넣고 말아 쪄서 걸쭉한 꿩 간장국을 끼얹은 전통 음식인데, 사라져가는 고유의 식품을 소재로 해서 이렇게 좋은 음식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청산도탕도 기억에 남아요. 청산도는 우리나라 슬로시티 중 하나로 지정된 곳이지요. 바닷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소라나 고둥을 주재료로 한 것인데, 옛날엔 쌀이 귀하니까 거기다 쌀가루를 엷게 풀어서 끓인 전통 죽이에요. 그게 요즘에는 오히려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죠. 이처럼 우리의 귀한 전통 음식을 이번에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을 전시회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정말 뿌듯합니다."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 슬로푸드마당에서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와 함께 열린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 슬로푸드마당에서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와 함께 열린 2011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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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휩쓸리지 않는 깨어있는 삶을 꿈꿉니다.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농정신문 객원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위원회 국제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식량닷컴 객원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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