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하루 수입 3000원' 할머니에게 떨어진 '전세금 폭탄' 작년 9월, 살던 곳이 재개발되면서 이 곳에 옮겨온 김 아무개 할머니는 입주 이후 생활이 더 고달퍼졌다고 말한다.
ⓒ 오대양

관련영상보기


서울시 한 임대아파트에 살며 폐지 수거로 하루 3000원 남짓을 버는 83세 김아무개 할머니. 작년 9월, 살던 곳이 재개발되면서 이곳에 옮겨왔지만 입주 이후 김 할머니의 생활은 더 고달퍼졌습니다.

임대료 23만 원과 관리비 10여만 원, 그리고 전기세와 수도세까지.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5만 원 수준이었던 한달 주거비용이 입주 이후 40만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입니다.

재개발 임대아파트 거주 83세 김 아무개씨의 주거비는 8배 가량 증가했다.
 재개발 임대아파트 거주 83세 김 아무개씨의 주거비는 8배 가량 증가했다.
ⓒ 오대양

관련사진보기


석 달째 돈을 내지 못하고 있는 김 할머니는 당장 다음 달이면 집을 비워줘야하지만, 옮겨갈 곳이 마땅치 않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살기 힘들어요. 너무 힘들어요. 여기(재개발 임대아파트) 오니까 말도 못해. 관리비, 가스비, 집세. 너무 너무 힘들어요. 10원 하나도 안갚으면 못사는데 집세도 못내고 해서 답답해요. 밥도 못 먹고 배고픈지도 모르겠고." (김아무개(83) 할머니 / 재개발임대아파트 주민)

불편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었던 옛집 대신 감당도 못할 임대아파트를 쥐어준 행정당국이 야속할 뿐입니다. 재개발 임대아파트는 재개발 지역에 살던 서민들에게 공급된 주택입니다.

"그러게 왜 임대아파트를 지어서 없는 사람, 시민들 들여보내 놓고 힘들게 만들어놨어. 이제 갈 데가 없어. 다 개발하고 해서. 저 쪽에 내가 살던 데도 1년만 있으면 다 철거하거든."

보증금과 임대료가 각 5%씩, 전세전환이율이 2.9%하향 된다.
▲ '전세금 폭탄' 전세금 임대료 인상 보증금과 임대료가 각 5%씩, 전세전환이율이 2.9%하향 된다.
ⓒ 오대양

관련사진보기


더구나 지난 5월, SH공사가 올 7월부터 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5%씩 늘리고 전세전환이율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김 할머니같은 재개발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천만원이 넘는 '전세금 폭탄'을 맞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가구당 3400만 원 수준이었던 서울 재개발 임대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4400만 원 수준으로 인상됐습니다.

7월 1일부터 재개발임대아파트의 전세가가 가구당 평균 10,353,758원이 인상된다.
▲ '전세금 폭탄' 전세금 임대료 인상 7월 1일부터 재개발임대아파트의 전세가가 가구당 평균 10,353,758원이 인상된다.
ⓒ 오대양

관련사진보기


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저소득층에게 버거운 임대료 탓에 입주율이 30%에 그치고 있지만 그나마 입주해 있던 30여 세대도 재계약할 돈을 마련하지 못해 아파트를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임대아파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상된 '전세금 폭탄'으로 머지않아 임대아파트 전체가 텅 비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세훈은 억지주장하지말고 시장에서 물러나라!"

27일 임대아파트 주민 10여 명은 시청 앞에서 전세금 인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0일까지 시청 앞에서 농성 시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서울시에게 사업을 위탁받은 SH공사가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악화된 재정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임대료 인상과 전세전환이율 변경안을 철회하고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인상된 전세금을 6년에 걸쳐 3회 분할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이 조차도 의견 수렴없이 이뤄진 조치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임대아파트 실정을 나와보지도 않고 종이서류만 받고 판단한다. 정말 그곳에 사는 실입주민의 얘기도 직접 들어보고 해야지. 그랬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옥 / 서울시 재개발 임대연합 공동대표)

'임대아파트'에 묻힌 서민의 복지. 서울시가 내세워 온 '촘촘한 그물망 복지'의 실상입니다.


태그:#재개발, #임대아파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