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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17일 김해 가야문화축제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4.27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17일 김해 가야문화축제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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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김해5일장을 찾아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김해5일장을 찾아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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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졌다. 대신 라일락 향이 봄바람 따라 살포시 코끝에 앉았다. 지난 17일 경남 김해 풍경은 여느 도심의 주말과 같았다. 마트와 행사 주변은 북적였고 동네 어귀는 한적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선거를 앞둔 지역민의 분주한 마음이었다. 누구를 뽑아야 할까. 딱 한 곳에 마음을 정한 이도 있었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해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도 제법 됐다. 무엇을 이유로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가 적잖이 고민하는 눈치였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김해을 지역의 선거인단은 모두 21만932명. 장유 신도시와 내동, 외동에 거주하는 30~40대 젊은 층 유권자가 전체 선거인수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이 연령대의 투표 참여와 표심이 4.27 재보선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측도 주말 집중 선거운동으로 표심 잡기에 골몰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두 후보를 동행취재하면서 동네주민들의 속마음을 귀동냥했다. 총 7시간 동안 김해 시내를 걸으며 듣고 주운 김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한다.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 "인물 훤칠하마 모델 하지 뭐하로 정치하노?"

"내는 1번이다."
"내는 이봉수다카이."

김해 가야문화축제가 열리는 대성동고분군 특설무대 옆에서는 두 노인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를 놓고 '두분토론'이 열린 것이다. 김해 장유면 신도시에 거주한다는 67세의 윤 할아버지는 '왜 이봉수인가' 열변을 토했다.

"이봉수는 고향사람아이가. 김태호는 거창사람이라카이. 국무총리 할라카다 마 하차해뿌따아이가. 박연차 돈 받아묵고 낙마해씨민 마 고마 들어가야제, 와 또 나와?"

초록 빛깔 플라스틱 병에 담긴 김해 생막걸리를 종이컵에 콸콸 따르면서 잘 익은 김장김치에 두부 한 점을 싸서 입안에 쑥 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평생 한나라당 찍어봐도 변화하는 건 없었다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그 사이 반격이 시작됐다.

"와 이봉수? 내는 1번이다. 고향 사람이라캐도 거는 민주당이라카이. 안다, 그래. 노무현이당인 거 내도 안다. 국민참여당, 그래. 마 그렇게 모이마 뭐 되노? 됐다 마 챠라."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상대 할아버지는 눈을 흘겼다. 가야문화축제 '큰 줄 당기기(줄다리기)' 행사에 나온 두 할아버지는 물러설 수 없는 일대 격전을 치르고 있었다. 그 사이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멀찍이서 걸어오며 90도 각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했다. 가까이 있는 유권자에겐 악수를, 멀리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박근혜 도움받고 싶지만... 지금은 반성의 의미로 묵묵히"

4.27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17일 김해 장유체육공원을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체육공원 찾아 지지 부탁하는 김태호 후보 4.27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해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17일 김해 장유체육공원을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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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명함 돌리는 수행원 달랑 한 명과 그는 하루 종일 '나 홀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두 번의 경남도지사로 지역에 얼굴을 알릴 만큼 알린 그에게 "고생한다" "애쓰신다" "수고하신다" "꼭 승리하세요" 등의 격려가 쏟아졌다.

그 틈새를 뚫고 질문을 던졌다. 직접 발로 뛰어 체험하는 민심현장은 어떠냐고 말이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김해의 얼굴을 뽑는 선거입니다. 정치적 의미도 있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적임자가 누구냐를 놓고 이제 주민들이 막 고민을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누가 이 지역을 위해 진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계시다고 봅니다. 결국 김해를 위해 일할 사람은 단 한 사람 아니겠습니까."

김 후보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나 홀로' 선거운동의 고단함도 내비쳤다. 그는 "박근혜 의원이든 누구든 모두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제가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시켜드렸기 때문에 반성하는 의미로 1 : 1로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소통하는 게 진정성 있는 자세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해 민심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며 "지금은 큰 변화가 없지만 이성적 판단이 서면 그에 따라 유권자들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손금이 닳도록 악수를 하고 다니는 김 후보는 이날 주민들과 만나 "제대로 일시켜묵을라믄 막걸리 한 잔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손가락으로 김치에 두부를 싸 먹었다. 

그의 이 모습을 지켜보던 50대 여성은 "우리 동네는 김해갑이라서 투표권은 없지만 내 친구들 얘기 들으보마 다들 인물이 훤한 김태호 뽑는다카데?"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다른 50대 남성은 "인물 훤칠하마 마 모델 하지 뭐 하러 국회의원이 되라카노"라며 "총리 낙마할 때 다 평가받은 사람이 뭐 하러 또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열린 '김해시민 큰줄 당기기' 행사에서 양측으로 나뉜 김해갑 팀과 김해을 팀에서 각각 줄을 당겼다. 김해갑 팀 주민들이 "이쪽은 투표권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웃으면서 "그래도"라고 외쳤다.

김해을 팀쪽에선 김 후보를 반가이 맞는 유명인사도 있었다. 바로 씨름선수 이만기씨였다. 김해 장유면에 거주하는 유권자라고 밝힌 이만기씨는 김 후보보다 훨씬 큰 인기를 누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 그를 촬영했고, 함께 사진을 찍자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김해시 내동에서 만난 79세의 한 할아버지는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건 중요한 문제인데 동쪽보다 서쪽이 심해서 문제"라며 "서로 안 질라카고 느그도 그러니 나도 그런다는 식으로 쪼그만 나라가 계속 갈라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좀 잘못해도 너그럽게 봐줘야지 그렇게 캐고 꼬투리를 잡아서야 되겠느냐"며 "야당의 반정부투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이봉수가 좋은 게 아이고 김태호 싫어서 찍는다카이"

"학력이 높은 40대 젊은 층은 이봉수 후보를 지지합니다. 60세 이상 노인층은 아직도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하세요.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셨는데도 아직 지역주의는 극복대상이지요."

김해에서 자영업을 하는 양종희(45)씨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선거분석에 들어갔다. 그는 "지역 노인들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도 누가 절더러 죽으라켔나 하는 정서가 있다"고 지역 노인들의 정서를 전했다.

그렇지만 창원으로 출퇴근 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경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죽어갔는지 그 이유를 잘 안다면서 아마도 이번 선거 역시 지난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투표율이 관건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야4당 합동유세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손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민주·민노 지원받는 이봉수 야권단일 후보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야4당 합동유세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손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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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는 "이봉수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됐다"며 "정치라는 건 언제나 견제세력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단일후보로 결정된 뒤에는 별말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올해 44살이 됐다는 여성은 정치불신론자였다. 그는 "유세는 엄청 시끄럽게 하는데 관심은 별로 없다"면서도 "김태호 후보가 혼자 다니면서 열심히 인사는 하지만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출근하기 전에 투표는 꼭 할 것이라는 이 여성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짠한 마음이 있다"고만 말했다.

김해시 내동에 위치한 대형유통할인마트에서 일하는 김미화(41)씨는 "얼마 전 한 꼬맹이가 투표는 하고 국회의원 욕하자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어 한참 웃었다"면서 "그 녀석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입을 뗐다.

그는 "내가 투표를 해서 그들이 국회의원이 된다고 한들 내 삶의 변화는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당장 물가가 너무 올라서 저녁 반찬 준비하기도 벅찬 삶을 그들이 개선해줄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개탄했다.

김씨는 또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바로 김해"라며 "모 APT는 15평짜리 전세가 1억 원을 호가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라 했기 때문에 그분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안 좋다"면서 "이봉수 후보가 너무 노무현 대통령을 강조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창원으로 매일 출퇴근 한다는 한 남성(40)은 "거의 매일 이봉수 후보와 유시민 대표를 보면서 출근했다"며 "나는 바빠서 꼭 투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와이프에게는 반드시 얘기해서 투표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8시가 출근시간이기 때문에 그보다 앞서 투표를 하고 출근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매일 막히는 거리에서 저녁 8시까지 퇴근해 꼭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일 국민참여당의 활동을 잘 보고 있고 그 활동이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전했다.

김해 김수로왕릉 정문 앞 5일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던 안동규(40)씨는 "이봉수가 당선될 것"이라며 "김태호가 미워 이 후보를 선택해야겠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봉수가 좋아서 찍는 게 아이고 김태호가 해온 행태가 싫고 미워서 이봉수를 찍는다카이"라고 민심을 전했다.

이어 안씨는 "이 지역에서는 김 후보가 도지사 시절 부인이 관용차를 쓴 문제, 가사도우미 문제 등에서 완전히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면서 "아무리 인물론을 내세워도 당선까지 되기는 무리한 사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이 후보와 함께 5일장 장터를 누빈 유시민 대표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표를 호소했다. 대구경북 출신인 유 대표는 이날 "꼭 부탁드립니데이"라며 김해 억양과 말투로 고쳐 당부했다. 이 호소에 시장 상인들은 "욕보십니데이" "수고하십니다" "꼭 당선되이소" 등등의 말로 화답했다.

17일 여야 후보 모두 표심잡기에 총력전을 벌인 김해을 지역. 주민들의 표심은 과연 어디로 쏠릴 지 주목된다.
 17일 여야 후보 모두 표심잡기에 총력전을 벌인 김해을 지역. 주민들의 표심은 과연 어디로 쏠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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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좌판을 벌인 한 상인에게 유 대표가 "와 이리 고등어가 말랐노? 실해야 맛있제"하니 상인은 "대표님이 쫌 큰 것 좀 잡아오라 하이소"라고 받아쳐 웃음바다가 됐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부 이덕순(50)씨는 "아무래도 노무현정신을 강조한 국민참여당 쪽에 마음이 가지 싶다"며 "이상하게 노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있어서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씨는 "꼭 투표는 할 것"이지만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반짝 나타나고 평소에는 얼굴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참여당 당원들은 전국에서 약 300여 명이 김해로 원정지원에 나섰다. 유시민 대표의 팬클럽 시민광장 회원들도 관광버스를 대절해 김해로 내려왔다. 노란 점퍼와 노란 우산, 노란 머리수건 등을 착용한 참여당 당원과 시민광장 회원들은 김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봉수 "김해 시민의 뜻과 마음 모아 한나라당 심판하겠다"

이봉수 후보는 그간 선거운동으로 목이 쉬어 살구씨기름을 복용하며 유세와 선거운동을 강행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돌아다녀 보면 주민들이 수고한다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좋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김해 연지공원 길목에서 열린 유세에서 "김해는 대한민국 최고의 난개발지역"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자랑스러운 김해를 만들도록 열심히 일하는 김해의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각 당의 이해관계와 자존심 때문에 힘을 합치지 못했는데 이봉수가 먼저 마음을 열고 김해의 이익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손을 내밀겠다"며 "김해 시민의 뜻과 마음을 모아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대표는 "이봉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보다 스펙이 약한 건 사실이지만 국무총리 공무원으로서 수많은 의혹 때문에 결격사유가 됐다면 그것은 국회의원 공무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사람을 또 공천한 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신차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유 대표는 "한번 떨어진 사람을 또 공천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우습게 알기 때문"이라며 "형님동네에만 예산을 퍼주고 4대강 사업으로 다수 국민의 미적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이 대통령은 제발 정치 좀 똑바로 하시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와 관련해서는 "집이 가난해서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나중에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나이 오십에 아들과 함께 대학을 다니며 공부하는 이봉수 후보야말로 대단한 것"이라며 "성공한 농민에 농민운동가,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 한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까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승리"라고 추켜세웠다.

무엇보다 유 대표는 "김태호 후보를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며 "그가 일을 못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올바른 권력문화와 민주주의 역사를 위해 반드시 낙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4.27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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