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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와 서귀포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속도를 내면서 '평화의 섬' 포기 논란에 이어 사법부 불신으로 까지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지원협의회는 11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첫 회의를 갖고, 제주도가 오는 10월까지 해군기지 주변지역 발전계획안을 제출할 경우 올해 말까지 지역발전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특히 일부 사업은 이른 시일 내에 계획을 확정해 가능한 범위에서 내년도 예산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은 해군기지 건설공사도 강행된다.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이외에도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건설계획이 포함됐고, 민항 건설을 위해 크루즈터미널과 함상공원이 내년 초에 착공할 예정이다. 제주도가 10월까지 관련 실시설계를 마무리하면 국토해양부가 11월에 이 지역을 항만시설로 지정할 방침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가 건설현장 입구.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가 건설현장 입구.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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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강행에 마을주민·시민단체회원들 반발

그동안 비교적 조심스럽게 진행돼온 해군기지 건설도 12일을 기점으로 달라지는 모습이다. 대규모 동시다발 공사로 진행되는 것이다. 지난 연말 본 공사를 시작한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오전 7시 이전에 작업을 시작해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쪽 작업장을 막아서면 다른 쪽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해안 바위를 깨부수는 등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종교·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귀포경찰서 소속 사복경찰들이 양윤모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과 최성희 평화운동가 등 2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양씨의 얼굴과 배를 가격하는 폭행사건이 발생한 이후 분노한 마을주민들이 현장으로 진입하던 공사차량을 돌려보내는 등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제주군사기지범대위를 비롯한 정당·시민사회단체들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포함된 제주해군기지 조항 삭제를 촉구했으며, 광주·전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광주 기독교교회협의회 등도 13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씨의 석방을 요구할 예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설정된 강정마을 해안가에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파괴되고 있는 절대보전지역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설정된 강정마을 해안가에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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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등 "사법부, 정권 눈치보기" 성토

그렇다면 이들은 왜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을까. 답은 간단하다. 제주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해군기지 절대보존지역 해제 취소 청구소송이 광주고법 제주재판부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창조한국당과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그리고 강정마을회 등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과정의 중요 결격사유 중 하나로 사법부의 '정권 눈치보기'를 꼽고 있을 정도다.

강정마을 해안은 생물권보전지역(유네스코, 2002년 12월), 생물권보전지역(제주특별자치도, 2002년 12월), 천연기념물 442호(문화재청, 2004년 12월), 생태계보전지역(환경부, 2002년 11월), 해양보호구역(해양수산부, 2002년 11월)지정 등 5개의 보호지역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특히 해군기지 예정지는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설정된 곳이다.

제주도는 2009년 12월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강정마을 해안의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했고, 주민들은 "법과 절차를 무시했다"며 2010년 1월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원고적격이 없다'며 소 각하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절대보전지역 관련 특별법과 도 조례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조그마한 사거리에서 강정포구로 향하는 길목에 걸린 '해군출입금지' 팻말. 담벼락에는 "강정 생명 평화 마을"이라는 문정현 신부의 친필이 적혀 있다.
▲ 강정마을에 걸린 '해군출입금지' 조그마한 사거리에서 강정포구로 향하는 길목에 걸린 '해군출입금지' 팻말. 담벼락에는 "강정 생명 평화 마을"이라는 문정현 신부의 친필이 적혀 있다.
ⓒ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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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4대강 때문에 예산 마련도 어려울 것"

신용인 제주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판결에 따르면 절대보전지역 변경과 관련해 누구도 원고적격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며 "제멋대로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해도 법적으로는 통제를 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일부 판사들이 아직도 독재정권 시절의 의식과 타성을 과감하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 예산을 마련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지에서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총장은 "사실 올해 4·3 기념행사의 중앙정부 예산 10억원도 삭감됐고, 서민복지예산도 다 줄여서 4대강에 올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반대여론까지 고조되면 이명박 정부도 쉽게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15일 임시회를 열고 2009년 한나라당 다수당 시절 통과된 절대보전지역 해제안에 대한 취소안을 의결시켰다. 김태환 당시 도지사가 제출한 해제안이 절대보전지역해제를 위한 전제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했고, 주민 의견청취 절차도 밟지 않은 등 중대한 절차상의 잘못을 범했다는 것이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페이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주해군기지, #서귀포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사법부 불신, #문정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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