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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하고 있던 일과 제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제도적으로 마련된 공간들이 없어진다는 게 좀 아쉽죠."

인천대의 한 교양강좌를 5년 동안 맡아온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의 말이다. 그런데 그는 올해부터 강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근 인천대에서 하 소장을 강사직에서 해촉했기 때문이다.

"노동문제와 관련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 소장이 강사직에서 해촉된 이유와 관련해 인천대에서는 새 학기부터 강사 위촉을 위한 학교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하 소장이 박사학위를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해촉했다는 설명이다.

인천대 총학생회측은 "교육의 질이 박사학위 하나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소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사학위가 있다고 하는 것은 최소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라면서도 "(강사직 해촉에) 크게 낙담했다거나 제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담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다만 하 소장은 "우리나라는 대학생들이 노동문제와 관련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며 "(그런 문제로) 대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없어진다는 게 좀 아쉽다"며 고 말했다.

하 소장은 "요즘 청년실업이 심각해서 대학생들에게도 노동문제는 심각하게 다가오는 문제"라며 "그런 점에서 그런 대학생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문제 강의에 관한 한 '인기강사'에 속하는 하 소장의 강의는 인천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 소장도 "한 학기당 보통 80명의 제자들이 수업을 듣는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6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하 소장은 "제도권 교육에서 별로 듣지 못한 내용이고 강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니까 집중력이 높다"며 "특히 제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강의가 굉장히 새롭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강의의 장점을 강조했다.

"왜 노동문제를 인사노무관리로 생각하는가?"

하 소장의 후임 강사로는 ○○전기의 이사를 만고 있는 김아무개씨로 정해졌다. 김씨는 하 소장의 '한국사회와 노동문제'라는 과목과 동일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하 소장은 "우리나라는 대학에서 노동문제를 노사관계론으로 접근한다"며 "노동문제를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회사의 인사노무관리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사노무관리 경력이 있으신 분이 강의하러 오신다니까 그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 소장은 "독일 같은 경우 초등학교에서 1년에 6번 가량 모의 단체교섭을 하는 교육과정이 있다"며 "내가 하는 강의는 사실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거의 초등학교 수준밖에 안 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하 소장은 "프랑스 고등학교 1학년 사회과목 교과서를 보면 거의 3분의 1 정도가 단체교섭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왜냐하면 대학생들 중에 90% 이상은 노동자가 되거나 노동자의 가족이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하 소장은 "극소수만 제외하고 당연히 노동문제와 관련한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데 우린 가르치지 않는다"며 "이것은 단순히 단순한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사회와 역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하 소장은 "제 강의를 듣고 나서 '어머니가 18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다는 걸 강의를 듣고 처음 알았다'고 시험지에 써서 낸 경우도 있었고, '부모님이 모두 노동자인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20여 년 동안 노동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게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그것은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하 소장은 "(강사직에서 해촉된다고 해도) 제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하고 있는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업무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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