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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이라는 민영의료보험 광고 카피가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케이블 TV를 켜면 프로그램 사이마다 민영의료보험 광고가 판친다. 몸이 아프면 병보다 병원비가 걱정인 사람들에게 민영의료보험은 진실로 위안을 삼을만할까? <오마이뉴스>와 <진보신당>은 공동기획을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민영의료보험의 실체를 해부해봤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한다. [편집자말]
 병원에서의 딸과 엄마
 영화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 오죠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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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료보험의 가계부담이 심각하다. 우리 국민들은 의료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민영의료보험에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다. 2008년 한국의료패널 자료에 의하면 전체 가구당 평균 21만 4662원에 이르는 민영의료보험료를 지출하고 있다. 2008년 당시 가구당 건강보험료가 6만 60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무려 3배 이상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어찌되었든 전체 의료비의 62%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를 보완하기 위해 건강보험료의 3배 이상의 민영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가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100원 내면 30원 돌려받는 민영보험,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민영의료보험에 이렇듯 쏟아 붓고 있는데, 그만한 가치가 과연 있을까? 즉 그만큼 혜택으로 다시 되돌아 올 것인가라는 점이다. 대체로 건강보험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보험회사는 보통 민영보험의 지급률을 생명보험사의 경우 60% 대로, 손해보험사의 경우 70% 대 후반으로 발표한다. 보통 80% 안팎인 외국에 비해 그럭저럭 수용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 민영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 대비 지급률을 분석해보면 그보다 훨씬 낮게 나온다. 고작 30% 대 정도에 불과하다. 내가 민영의료보험에 100원을 내면 고작 30원 정도밖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실제로 분석을 해보자. 여기 홈쇼핑이나 라디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L생명보험사의 암보험 상품이 있다. 이 보험 상품에 40세 남성이 가입한다고 했을 때 지급률을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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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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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암보험은 만기환급액이 없는 10년납 10년 만기 순수 보장형 암보험 상품이다. 만일 40세 남성 1000명이 동시에 주계약에 가입해서 만기까지 보험을 유지한다고 해보자. 보험회사의 총 보험료 수입은 다음과 같다.

1000명×1만6200원×12개월×10년 = 19억 4400만 원.

보험회사는 총 19억4400만 원의 보험료 수입을 거둘 것이고, 이 중 얼마나 지급되는지만 알면 지급률은 손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이 암보험은 일반암 진단 시 4000만 원을, 갑상샘암 등 기타암은 그중 10%인 400만 원을 보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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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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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얼마나 지급될 것인지를 알려면 40세 남성 1000명 중 몇 명이 암을 진단받을 것인지를 알면 된다. 이 자료는 손쉽게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자료로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은 매년 암환자 등록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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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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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기준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40세 남성의 경우, 10만 명 당 191명이다. 40대 남성은 매년 1000명당 1.91명이 암진단을 받는 셈이므로, 10년 동안에는 총 19.1명 정도 될 것이다.

즉, L 생명보험회사의 암상품에 가입한 1000명 중 10년간 총 19.1명이 실제 암 진단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지급률을 계산할 수 있다. 보험회사가 10년간 지급해야 할 총 보험료는 다음과 같다.

19.1명×4000만 원 = 7억 6400만 원.
지급률 = 7억 6400만 원/19억 4400만 원 = 39.3%.

이 암보험 상품의 지급률은 간단히 계산해도 39.3%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지급률은 이보다 더 낮다. 여기에서는 모든 암에 대해 일률적으로 4000만 원을 보장해 준다고 하였지만, 위 주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암중에서도 갑상선암이나 기타피부암 등은 10%인 400만 원만 보장해 준다. 또한 첫 2년 동안에는 50%만 지급해준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급률은 30% 대 중반으로 떨어진다.

보험회사는 19억 원의 보험료 수입으로 7억 원 정도만을 지출하고 12억 원은 고스란히 남겨 먹는다. 더불어 남은 몫으로 투자를 하여 투자수익까지 챙길 것이다.

로또복권 50%, 카지노 75%, 그런데 암보험 지급률은 30%대

이와 같이 민영의료보험 상품의 지급률이 매우 낮은 것은 이 상품이 특히 예외라서 그렇지는 않다. 암보험 상품은 현재 많은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다. 그 보험상품들의 지급률을 분석해 봐도, 한결같이 30~40% 사이로 나온다.
 
민영의료보험의 지급률은 도박보다 못하다. 대표적인 도박상품인 로또를 보자. 로또와 같은 복권의 지급률은 법적으로 5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400억 원 어치 로또가 판매되었다면 최소 200억 원은 당첨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카지노 배당률은 어떤가. 카지노 슬롯머신의 배당률은 75%를 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물론 도박의 원리상 지급률과는 다르게 당첨확률은 매우 낮게 설계되어 있어 대다수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암보험도 원리는 다르지 않다. 10년 동안 1000명 당 암에 걸릴 확률은 19.1명에 불과하다. 암보험의 당첨금을 받을 확률은 10년 동안 1.9%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의 지급률은 얼마일까? 국민건강보험이 매년 발표하는 보험료 대비 지급률을 보면 2008년 기준 직장가입자는 178%, 지역가입자는 132%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의 지급률이 높은 이유는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는 사회연대적인 방법에 따라 기업과 국고가 함께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보험료로 100원을 내게 되면 그 가치는 누구에게 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민영의료보험에 내면 30~40원밖에 돌아오지 않지만, 건강보험료로 내게 되면 178원이 되어 돌아온다.

민영의료보험 대신에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게 되면 의료비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뿐만 아니라, 가구당 21만 원에 이르는 민영의료보험 지출을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어 의료비 뿐 아니라 가계 부담이 함께 사라질 수 있다.

민영보험회사는 '폭리'를 어떻게 은폐하는가

그런데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민영의료보험의 지급률이 30~40%에 불과하다면 민영보험회사가 발표하는 70% 내외의 지급률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민영보험회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지급률(손해보험사의 경우 '손해율'로 표현함)은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2008년 기준 64.6%이며, 손해보험사는 74.8%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지급률을 의미할 뿐 개별 민영의료보험의 지급률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개별상품별로 지급률을 발표하고 있진 않다는 말이다.

 <보험동향> 2010년 봄호
 <보험동향>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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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동향> 2010년 봄호
 <보험동향>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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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암보험 상품의 예측 지급률을 분석한 것보다는 훨씬 높다는 것이 사뭇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민영의료보험의 상품이 주로 몰려있는 손해보험사의 장기손해보험의 지급률은 79.4%에 이른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암보험으로 돌아가 보자. 앞에서 분석한 것은 사실 순수보장형 암보험 상품이다. 이 보험상품은 만기 환급액이 '0'원이다.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1000명이 암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10년 동안 그중 단지 19명만이 4000만 원의 '당첨금'을 돌려받는다.

그렇다 보니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때로는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보험 소비자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상품이 '만기 환급형' 상품이다. 20년, 30년간 보험에 가입한 이후에 보장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전액 돌려준다는 것으로 보장성+저축성을 결합한 상품을 개발해낸 것이다. 보통 민영의료보험 상품은 다수가 이렇게 만기 환급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다른 암보험 상품인 A생명회사의 보험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의 암보험은 순수보장형, 만기환급형(50% 혹은 100%)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30세 남성이 각각 ①순수보장형(20년납 20년만기), ②50% 만기환급형(30년납 30년만기), ③100% 만기환급형(30년납 30년만기)로 나누어서 지급률을 계산해보자. 암진단 시 보장금액은 4000만 원이다. 각기 책정된 월 보험료는 순수보장형은 1만2000원, 50% 만기환급형은 2만9200원, 100% 만기환급형은 6만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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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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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순수보장형(20년납 20년만기)의 경우, 30세 남성 1000명이 이 보험의 주계약에 가입했다고 가정할 때, 보험회사의 총 보험료 수입은 다음과 같다.

1000명×월 보험료 1만2000원×12월×20년 = 28.80억.

국가 암등록자료에 의하면 30대 남성은 매년 10만 명 당 63명, 40대는 191명, 50대 254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 즉 30세 남성 1000명은 초기 10년 동안에는 6.3명의 암환자가, 이후 10년간에는 19.1명의 암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총 25.4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 따라서 지급액은

25.4명×4000만 원 = 10.16억
지급률 : 10.16억/28.80억 = 35.3%

앞의 L보험회사의 암보험 상품의 지급률과 별반 차이가 없다.

② 50% 만기환급형(30년납 30년만기)의 경우
보험료 수입 = 1000명×2만9200원×12×30년=105억 1200만 원

30세 남성은 향후 30년간 총 1000명당 78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
보험료 지급 = 암진단 지급액(78명×4000만 원=31억2000만 원)+만기 환급액(보험료의 50% = 52억 5600만 원) = 83.76억. 즉 지급률 = 79.7%

③ 100% 만기환급형(30년납 30년만기)
보험료수입 = 1000명 * 6만8000원*12*30년=244억 8000만 원
보험료 지급 = 암진단 지급액(78명*4000만 원=31억2000만 원)+만기 환급액(보험료의 100% = 244억 8000만 원) = 276억 6000만 원. 즉 지급률 = 112.7%

위와 같이 순수보장형 상품의 지급률은 35%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저축성을 끼워 넣는다면 최종 지급률은 100%가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단가와 규모 대비 따져봤을 때, 3가지 형태의 총 지급률은 98%정도가 된다.

지급률 은폐하기 위한 방법, 저축성 끼워 넣기

민영보험회사들이 보험료 지급률은 매우 낮게 책정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저축성을 끼워 넣어 지급률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지급률이 높으니 그런대로 만족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100% 만기 환급형의 경우, 가입자 한명이 30년 동안 내야할 총 보험료는 2448만 원이다. 암 진단을 받지 않을 경우, 30년 후에 2448만 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무려 30년 후에! 30년 후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그 금액은 현재의 가치로 얼마나 될까? 매년 3%씩 물가가 인상된다고 가정할 경우, 2448만 원의 30년 후의 가치는 982만 원으로 추락하게 된다.

만일 100% 만기환급형 상품에서 보장성과 저축성을 나누고 순수보장형만 가입하고 저축성은 고스란히 4% 복리로 은행에 저축한다고 치자. 월 보험료 6만8000원 중 순수보장형 보험료인 1만7200원(30년만기 30년납 순수보장형일 경우 보험료)을 빼면 저축성 보험료는 5만800원이다. 1년이면 61만 원이다. 이것을 30년간 연 복리 4%인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한다고 하면 30년 후에는 얼마가 될까?

액수로는 6053만 원이다. 수익률은 무려 231%에 이른다. 그런데 민영의료보험에 넣어두면 원금인 1828만 원만 돌려받는다. 1828만 원/6053만 원 = 30.2%다. 결국 저축성도 순수보장형 지급률 정도밖에 안 되는 셈이다. 저축성 부문도 사실 상당한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추악하디 추악한 민영의료보험의 실체

이것이 민영의료보험상품의 실체다. 만기 시에 한 푼도 못 돌려받는 것보단 전액 돌려준다는 상품은 마치 보장률이 높고 손해를 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입자는 이중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가장 쉽게 이해하고자 하면 다음과 같다. 순수보장형이 100원을 내면 40원을 돌려주도록 설계한다고 치자. 여기에 저축성으로 100원을 덧붙인다. 100원을 더 내게 하고 그것은 고스란히 돌려준다. 그럼 가입자는 총 보험료로 200원을 내고, 대략 140원을 돌려받는다. 순수보장형으로만 할 경우에는 지급률 40%가 저축성으로 인해 지급률 70%인 상품으로 둔갑된다. 보험사는 저축성 100원으로 온갖 투자수익을 거둔 후, 수십 년 후에 원금 100원을 그대로 돌려준다.

민영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의 취약함을 보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중의 가계 부담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만일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면 민영의료보험에 의지할 아무런 이유도 없을 것이다.

민영보험회사는 국민들의 의료비 '불안'을 마케팅하며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낸다. 그것으로 민영보험사는 2009년 현재 400조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자산을 운용하여 거둬들인 투자수익만 매년 14조에 이른다.

건강보험료의 2~3배에 이르는 돈을 막대하게 쏟아 부어봐야, 민영의료보험은 우리의 건강을 책임져 줄 수 없다. 그러니, 민영의료보험 대신에 건강보험 하나로 우리의 건강을 해결하자.

덧붙이는 글 | 김종명 기자는 진보신당 건강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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