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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주최 전국사무금융연맹)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이정희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데 잘 하시는것 같다" "이런 자리에서 말을 길게하면 꼬투리를 잡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치 승리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신년대토론회'(주최 전국사무금융연맹)에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이정희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데 잘 하시는것 같다" "이런 자리에서 말을 길게하면 꼬투리를 잡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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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나홀로 계속'이 겨우 10.4%?
'국민참여당까지 포함해 진보대통합하자'는 것이 24.2%나? 
그건 그렇다 치고, '민주당까지 포함해 야권통합하자'는 것이 16.8%나 된다고?

충격적인 진보신당 당원 여론조사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진보신당의 부대표를 맡고 있는 나를 포함해 간부든 평당원이든 당내의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당내 여론조사 때문이었다. 지난 1월 9일 실시한 이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씨엔씨가 진보신당 당원 50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4.4%p). 진보신당이 3월 27일로 예정된 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이른바 야권통합론에 대한 당원들의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진보신당 당원의 대다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보다 광범위한 정치세력을 포괄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은 10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진보정당 건설에 함께해야 할 정치세력
 진보정당 건설에 함께해야 할 정치세력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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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새로운 진보신당 건설에 함께 해야 할 정치세력'에 대해 함께 할 정당이 없다며 독자 노선을 선택한 응답은 10.4%, 사회당까지만 하자는 의견이 18.2%, 사회당과 민주노동당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응답이 26.6%로 가장 많았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새 진보정당 건설에서 '국민참여당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응답이 24.2%, 게다가 민주당까지 같이 가야 한다는 응답이 16.8%로 나타난 것이다.

진보신당이 어떤 정당인가? 지난 20년 동안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한길을 꿋꿋하게 걸어온 당원들의 정당이다. 그런 정당의 당원들이 통합대상을 사회당으로만 한정짓는 의견이 소수인데 반해 크게 가자는 의견이 67.6%로 다수를 점할 뿐 아니라, 무려 41%가 지난 정권에서 격렬하게 대립해 왔던 구집권세력인 민주당, 참여당과도 당을 같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결과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지난 10월 진보정당의 당대표단 선거 당시 이른바 통합파의 대표주자로 지도부에 진입했다. 당시 통합파는 독자파에 비해 소수였기에 나는 그 선거에서 소수파 부대표가 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만에 이제는 당내 다수파의 부대표가 된 거 아니냐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당내 분위기가 달라져 있다.

물론 당원들과는 달리 당간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독자노선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원 여론조사는 당원들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단일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보신당 안에 '현실정치파'가 등장했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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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짧은 기간에 왜 이런 변화들이 일어났을까? 지금 야권에서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야권연대와 정치질서 재편이 화두다. 그것의 이름이 선거연합이든, 야권단일정당이든, 비민주대통합정당이든 간에 국민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정치지형에 대한 불만이고 변화의 욕구다. 대중정당이라는 형태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세력들은 누구든 이 국민 불만을 해소하고 욕구를 만족시켜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국민 주문에 대해 진보신당 당원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 안에서 등장하게 된 소위 '통합파'란 본질적으로 '정치파'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당활동을 사회운동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승리하는 정치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현실정치의 우선성을 체득한 이 '정치파'는 국민들의 바람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이른바 '반MB-묻지마연대'나 '도로민노당-양당통합'을 지지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위 여론조사의 다른 항목에서도 보이듯 "보편적 복지와 신자유주의 극복, 한반도 평화"를 중심으로 내용이 분명한 연대연합이어야 한다는 것이 진보신당 당원들의 압도적 의견(94.6%)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보수와 진보가 총체적인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맞닥뜨리게 된다. 이 때문에 단순한 반MB를 넘어 구체적인 대안과 국가비전을 담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선거승리도 불가능하고 야권단일정당은커녕 선거연합조차도 불가능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반MB라는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야권연대를 부분적으로 경험했다면 2012년에는 더 알찬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 상태에서 더 크게 이뤄져야 한다. 복지국가 건설을 당면과제로 하는 정치동맹이 구축되어야 한다. 각 당이 자신이 쥐고 갈 가치를 분명하게 밝히고 이를 중심으로 선거연합에서 단일정당까지 추진한다면 그 가능성이 보이지만 세력연합을 통한 양적재편에만 머물거나 감동없는 정치공학만 존재하는 연합에는 국민들이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노무현의 실패가 진보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지금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야권재편과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다. 야5당 중 가장 역동적인 논쟁과 논의를 하고 있는 곳은 단연 진보신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논쟁과 논의의 폭은 소수파로 남더라도 자기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워야 한다는 "소금정당론"에서부터 집권가능한 진보를 위해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는 '중도진보정당구축론'까지 매우 넓다. 그런데 그 연대연합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타 야당들에 대해 진보신당이 내걸고 있는 조건은 '반성과 성찰'이다. 특히 구 집궙세력인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에 대해서 그 날이 더욱 날카롭다.

그런데 돌아보자. 진보신당은 오늘 국민들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진보신당은 반성하고 돌아볼 것이 없을까? 아니다. 이른바 자유주의정치세력인 구 집권세력이 역사적 과제에 대해 무지했다면, 진보정치 세력은, 지금의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역사적 책임에 대해 오만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의 대승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영역에서의 진보적 전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지만 그들은 주어진 권력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오히려 반노동자정책과 친재벌노선으로 '좌파신자유주의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역사적 과제에 대해 무지했다.

진보정치세력도 마찬가지다. 진보정치세력은 무엇보다 역사적 책임에 대해 오만했다. 예컨대 2004년 열린우리당에 의해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론이 제기되었을 때 진보정당은 국가보안법 '개정'은 사이비 개혁이며 국보법 '폐지'만이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구속자의 90% 가까이가 국가보안법 7조의 이적표현물 조항이었다. 2004년 당시에 7조의 개정은 한나라당도 찬성할 정도였다.

진보정치세력이 '역사적 책임'에 대해 진정성이 있었다면 7조의 개정에서 여야가 대타협을 하자고 공세적 타협안을 제안했어야 했다.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은 노무현 정부가 개혁을 이야기하면 '더 급진적 개혁안'을 통해 차별화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가짜 진보'가 실패하면 국민들이 '진짜 진보'에 대한 기회를 주지 않을까 하는 그릇된 환상을 가졌던 것이다. 마치 진보정치세력이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소수화시키고 성장한 영국 노동당 모델을 암묵적으로 가정했던 셈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기대하던 것이 아니었다. 보수는 확장되었고 개혁과 진보는 동시에 위축되었다. 민노당(현 진보신당 세력 포함)은 2004년 총선에서의 10석이라는 의석과 한때 22%를 넘어선 지지도에 담긴 국민들의 기대로 표현된 역사적 책임에 대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오만했다.

진정한 야권연합을 원한다면 각자 반성부터

노무현 정권이 설익고 준비가 안 된 정권이었던 것도 사실이고,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앞세운 것도 사실이지만, 진보정당 세력은 노무현 정권이나 한나라당 정권이나 뭐가 다르냐는 인식으로 2007년 대선을 바라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지금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하에서 온갖 고통과 시름을 겪고 있는 것은 민주당(지금의 국민참여당 세력 포함)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민노당(지금의 진보신당 포함)으로 대변되는 진보정당 세력이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나는 2007년 이명박 정권 탄생 당시 민노당에 몸담고 있던 사람으로서 오만과 무능과 무책임을 반성한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지금, 야당들이 연대연합을 꿈꾼다면, 그 세력들은 서로 자신부터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하면 미래에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부끄러운 것은 과거의 실수와 잘못이 아니라 성찰없이 미래를 얻으려는 정치적 불성실이다. 그것은 국민들에 대한 불량한 태도일 뿐이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명령했다 "통크게 합하라"

국민의명령 주최로 지난 1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제1차 백만민란 '아고라 국/민/野/단' 토론회에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백만민란의 성공을 위한 전략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국민의명령 주최로 지난 1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제1차 백만민란 '아고라 국/민/野/단' 토론회에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백만민란의 성공을 위한 전략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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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진보정당이 한국정치에서 꼭 필요한 존재임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을 집권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진보정당이 그만한 실력도 보이지 못했고, 비전과 계획 제시도 약했기 때문이다.

최근 "복지행보, 진보자임"의 길을 걷고 있는 민주당의 이른바 좌클릭에 대해서도 진보정치 진영이 적대하거나 폄하할 이유는 없다. 진보정치진영이 주장하던 사회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겠다면 그것은 환영할 일이고 안고 가야할 일이지 배제하거나 비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말로만 진보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이미지만 진보적인 것으로 치장해 이익을 얻는 것으로 그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고,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면 그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고통을 가져온 법안을 만들었던 구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잘못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시정하고자 한다면 만시지탄을 이야기할지언정 걷어차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진보정치하자는 것이 진보정치인을 자임하는 사람들의 자기만족이 아니라 국민들의 평안과 노동자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면 진보정치의 의무는 지금의 국면을 더욱 활짝 열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이런 명령을 당 지도부에 앞장서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진보의 본성은 확장과 단결에 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를 뒤집어 보면 진보가 흥할 길은 단결에 있다. 군사정권과 보수정권은 진보가 대학 캠퍼스를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 했고, 이명박 정권은 진보가 광장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 했다. 그래서 학교 정문에서 전경을 동원해 교문 진출을 막았고, 광장에는 명박산성을 쌓아 놓았다. 진보가 대중을 만날 때 역사의 흐름이 달라졌던, 진보의 확장성에 대한 저들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진보의 확장을 가로막는 우리안의 전투경찰과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는 과연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왜 우리는 진보의 확장성이라는 본성을 발휘하고 있지 못할까? 언제까지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하면서 진보정치세력의 소심함을 안타까워하게 만들어야 하나?

지난 18일 나는 문성근씨가 주도하는 국민의명령의 정책토론회 <왜 야권단일정당인가>에 참여해 다른 야당의 책임있는 지도부들과 토론을 했다. 당장은 어렵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야권단일정당이 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두세달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진보신당 당원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진보정치가 가져야 할 역동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그 역동성 때문에 나는 진보의 폭넓은 연대와 집권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박용진 기자는 진보신당 부대표입니다.



태그:#야권연합, #진보신당, #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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