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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쪽에 있는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에는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인 붉은발 말똥게가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붉은발 말똥게는 법을 무시한 공권력의 행사로 그야말로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붉은발 말똥게의 기막한 사연의 내막은 다음과 같다.

강정마을 일대에는 해군기지가 건설될 예정인데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면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을 매립해야 한다. 그런데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고, 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에서는 매립행위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매립이 불가능하여 해군기지를 건설할 수가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특별법은 절대보전지역의 지정 및 변경에 관하여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을 규정하고 그 구체적인 기준을 도조례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도조례)는 지하수자원·생태계·경관보전지구 1등급지역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은 경관미가 매우 높다는 이유로 2004년 10월 27일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받은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이다. 따라서 그 지역에 대하여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하고자 한다면 현장조사를 해서 환경 여건이 변화되어 이제는 1등급 지역이 아니라는 판정이 나온 다음 이를 해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절대보전지역 지정 당시와 환경여건이 변화되지 않았다"고 기재되어 있다. 한편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09년 9월 22일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붉은발 말똥게가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에 두루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여 이를 공표하였고, 해군도 전문가 감정을 거쳐 이를 인정하였다.

한편 특별법과 도조례에 의하면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는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 해당된다. 따라서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은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일 뿐 아니라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도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은 법상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국책사업인 해군기지건설사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 23일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처분(이하 본건 처분)을 하여 특별법과 도조례를 정면으로 위반하였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본건 처분은 특별법과 도조례가 정한 기준을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주민의견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도의회의 동의 역시 날치기로 처리하였으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올해 초 제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5일 본건 처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본건 처분의 근거법규가 보호하는 이익은 인근주민의 주거 및 생활환경 등이 아니라 제주의 지하수·생태계·경관 그 자체이므로 원고적격이 없다고 하며 각하판결을 하였다.

그러자 해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사를 강행하였고 경찰은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신부와 목사, 시민단체 회원, 강정마을 주민 등 34명을 무차별 체포하고 강제 연행했다.

이제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의 매립은 시간문제이고 붉은발 말똥게는 서식지를 잃어버리고 떼죽음을 당하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지금 강정마을 해안변 지역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붉은발 말똥게는 앞으로 닥칠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알고 있을까.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관점에서 보면 붉은발 말똥게에게도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생존 및 종족보존의 권리가 있다. 또한 법원은 본건 처분의 근거법규가 생태계 자체를 보호하고 있다고 판시하여 붉은발 말똥게의 종족보존은 법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붉은발 말똥게는 법을 무시하는 행정부와 이를 묵인하는 사법부로 인해 법이 보호하고 있는 자신의 권리가 부당하게 박탈당하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

붉은발 말똥게의 떼죽음과 함께 이 땅에서 법치는 무너져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강자의 불법이 용인되면서 힘없는 서민들만 계속 고통을 당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다. 이에 필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묻는다. 도대체 누가 불은발 말똥게의 권리를 지켜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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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헌법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