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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
ⓒ (주)CPN문화재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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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 용문사가 주 목적지였음에도 아침부터 내리는 가을비와 우중충한 날씨가 나의 발을 집안에 묶어 놓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무심한 하늘은 내 발목을 붙잡아 놓고도 12시가 지나자 서서히 해를 밝혀 주셨고, 날씨 탓을 하며 목적지로 이동하지 않은 나 스스로를 타박하게 만드셨다.

어떻게든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문화재 관련 행사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책상 앞 한숨은 하나둘씩 늘어만 나고 있었다. 그러다 동료가 환전을 위해 남대문 시장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뒤를 따라 남대문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념 화폐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념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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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역에서 내려 남대문 시장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가장 먼저 환전소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조그만 환전소를 찾게 되었다. 옛날 돈도 판매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정말 다양한 동전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중 '대전 엑스포 동전'이 나의 뇌와 입술을 자극했다. 오늘 우리가 찾을 문화재는 바로 한국은행의 화폐금융박물관이다.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외관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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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화폐금융박물관 건물은 1907년 일본 제일은행이 사용하기 위하여 착공되었지만 이후 1909년 '한국중앙은행 조례에 관한 협정'에 의해 구 한국은행이 인수하여 공사를 완료하여 조선은행 본점 건물로 사용하다 1950년 한국은행 본점 건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전쟁으로 파손된 건물을 1958년 다시 복구했고, 1981년 국가중요문화재 사적 제280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조선총독부청사나 경성우체국, 경성역사, 조선호텔 등과 더불러 일제강점기의 전반부를 대표하는 건물로 손꼽히는 이 건물은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절충식 기법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원형 복원시 건물 외벽은 이전과 동일하게 복원하였으나, 내부는 현대적 건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다소 변경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한 시대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화폐금융박물관은 어쩌면 우리가 가장 잘 알아야 할 문화재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이 문화재인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그냥 스쳐가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게다가 화폐라는 이름으로 서울 유형문화재 제 259-6호로 지정된 상평통보(소재지: 도선사)가 전부인 것 같다. 이도 그런 것이 남대문 시장이나 인사동만 가도 '엽전(상평통보)'이라 이름 붙여진 옛날 돈들이 널리고 깔렸기 때문이다. 분명 그 중에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들도 있을 텐데도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짧은 소견이 화폐의 역사적 가치를 판단해 판매하거나 버리거나 함부로 굴리는 일이 파다하니 이를 통제하는 방법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옛날 돈은 모두 다 문화재!"라고 지정하는 것도 우습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화폐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은 조상들의 피와 땀이 가장 많이 서려 있고, 우리의 역사나 문화를 가장 먼저 알리고, 가장 오래 알리는 최고의 외교사절단이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남대문에서 화폐박물관까지 그리 멀지 않은 길이기에 발품을 팔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우리가 만난 외국인, 내국인은 누가 더 많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등하게 각자의 일을 보며 명동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그 많은 관광객들은 모두 명동의 쇼핑문화만을 즐길 뿐 화폐박물관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거나 발품을 팔지 않았다. 나 또한 명동을 약속 장소로 많이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일부러 찾은 적이 거의 없으니 할 말은 없다.

내년이면 벌써 개관 10주년을 맞는 화폐 박물관. 그동안 무심하게 문화재를 지나쳤던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화폐박물관의 속을 들여다보고 알리고자 한다.

 박물관 내부 전시품
 박물관 내부 전시품
ⓒ (주)CPN문화재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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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순서를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해 놓은 팸플릿을 받아 박물관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 우리를 맞이한 것은 한국은행의 탄생과 하는 일이었고, 이뿐 아니라 각 세계의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프로젝트를 통해 쉽고 재미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관람객의 이목을 끄는데 한몫했다. 하다못해 한국은행의 설립배경과 설립목적 그리고 돈의 안정을 찾기 위해 애쓰는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설명이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즐거웠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박물관 내부 전시품
 박물관 내부 전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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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폐금융박물관의 진정한 재미는 화폐의 제조부터 시작하여 화폐의 순환과정, 화폐 식별법, 그리고 화폐의 재활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면섬유와 형광실사를 이용하여 화폐를 만든다는 점도 신기했지만, 환수된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분류하여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을 폐기 처리한다는 것도 새로웠다. 당연히 그냥 불로 태워버린다고 생각했던 화폐를 잘게 썰어 건물 바닥재나 차량용 방진패드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흔히 말하는 돈방석에 우리가 실지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폐기되는 돈이 연간 10억장이나 되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돈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매년 화폐를 깨끗이 쓰자는 운동이 끊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외에도 화폐 식별법, 세계의 시대별 화폐 등이 전시되었지만, 2층으로 향하는 복도에 일렬로 전시된 상평통보의 이야기는 실제 전시품목보다 재미를 더하고 있어 나의 발길을 묶어놓았다.

 박물관 내부 전시품
 박물관 내부 전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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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평통보는 조선시대에 200년 이상을 국가의 공식 화폐로 사용되었는데, 상평이라는 말자체가 상시평준(常時平準)의 줄인 말이라고 한다. 이렇게 널리 사용하게 된 상평통보는 주전소에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거푸집에 쇳물을 넣어 찍어낸 돈의 모양틀이 마치 나뭇잎에 잎사귀가 붙어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돈나무'라고 불리게 되었고, 그 때문에 엽전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땡전 한 푼"이라는 말이 고종 3년(1866년) 흥선대원군이 상평통보의 일종으로 발행한 당백전이 너무 많이 시중에 나오게 되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후 사람들이 가치가 낮은 돈을 '당전(당백전 줄인 말)'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다가 이것을 세게 발음하여 '땅전'이 되고, '땡전'이 되어 '땡전 한 푼'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렇듯 화폐 역사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화폐 박물관은 그 자체의 문화재적 품격도 고풍스러웠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옛날이야기 그 가치적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것 같았다.

화폐의 중요성은 우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고, 쉽게 보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의 역사적 산물이며,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돈"이라는 녀석들은 다른 그 어떤 유형문화재보다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매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화폐 박물관의 절반은 수집가들이 모은 화폐로 즐비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먼저 화폐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 생각되고, 그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할 좋은 생각이기도 하다. 문화재로 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문화재이겠는가.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유물이라면 모두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기에, 삶을 좌지우지하는 "돈"이기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돈"이기에 소중히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알리는 또 하나의 문화재이기에 소중히 다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CPN문화재방송국 뉴스와 동시제공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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