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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스스로 '기록자'라 부른다. 그의 지난 이력들은 그런 평가가 결코 틀리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김 전 관장은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던 시대에 '또 하나의 언론'이었던 <민주전선>과 <평민신문>, <민주당보> 등에서 기자로, 편집장으로 펜을 들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의 주필로도 활동했다. 그는 기록자의 한 부류인 '저널리스트'이기도 했다.

"불의한 시대에 인물평전을 쓰는 것은 참 소중하다"

 26일 오후 서울 인사동에서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을 지낸 정운현 언론재단 이사와 최근 오마이뉴스에 <안중근 평전> 연재를 마친 뒤 <장준하 편정>을 준비중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사진)이 역사인물의 평전 집필을 둘러싼 얘기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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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관장이 최근까지 줄기차게 '인물평전'을 써온 것도 기록자로서 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는 지난 2004년 <백범 김구 평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0권의 인물평전을 펴냈다. 1년에 1권 이상의 인물평전을 써온 셈이다. 특히 '언론계 3대 원시인'으로 통하는 그가 <오마이뉴스>에 블로그까지 개설해 평전을 연재하고 있다.

김 전 관장이 인물평전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은 주로 독립운동가와 혁명가, 민주화운동가다. 김구(2004년)와 신채호(2005년), 김창숙(2006년), 한용운(2006년), 전봉준(2007년), 김원봉(2008년), 안중근(2009년), 장준하(2009년), 조봉암(2010년), 김대중(2010년) 등이 그의 탐구대상이었다. 

김 전 관장은 17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불의한 시대에 살면서 인물평전을 쓰는 것은 참 소중하다"며 "40대 초반부터 1년에 한 권, 총 20권의 평전을 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민주전선>을 만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방이 됐는데 왜 지금도 친일파들이 저렇게 설칠까?' '풍찬노숙하면서 나라를 되찾으려고 했던 독립운동가들은 왜 누대에 걸쳐 저 모양인가?' 독립운동가는 3.1절이나 광복절에 반짝하는 반면, 나머지 350일 동안 문학상이나 기념사업 등을 통해 친일파들의 업적을 기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독립운동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분들, 분단 속에서 통일을 위해 살다가 사법살인 당한 분들 등 불의한 시대에 의롭게 살았던 사람을 조명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김 전 관장이 인물평전의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지행일치(知行一致)'로 요약할 수 있다. 앎(이론)과 행동(실천)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 그도 "투철한 역사관, 철학, 사상, 신념, 이론과 더불어 행동하는 지성, 양심을 평전 대상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애국지사와 반독재 민주인사 중에서 확고한 자기 철학과 사상을 갖고 행동으로 싸운 분들을 골랐다. 신념을 굽히지 않고 싸우다가 고난을 겪거나 생명을 바친 분들을 우선했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은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식인(知識人)의 글자에 화살 시(矢) 자와 창 과(戈) 자가 들어 있음을 알고난 뒤부터의 일이다.

중국에 홀로 독, 지아비 부로 이루어진 '독부'(獨夫)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뜻과 전혀 반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을 '독부'라고 했다. 심산 김창숙은 이승만 대통령을 '독부'라고 표현하면서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비슷한데 힘찬 논설을 구경하기 어려워 아쉽다."

"어떻게 쿠데타 주역한테 20억원을 받을 수 있나?"

인물평전을 쓰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감정이입을 얼마나 절제하느냐'다. 김 전 관장은 "감정이입을 최대한 억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선오(善惡)의 의식과 감정을 배제하기란 쉽지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존경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렇다.

김 전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한테 20억 받은 사실이 있는데 이것이 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해온 부분들에 비해 큰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쿠데타 주역한테 20억원을 받을 수 있나?"라며 "비판할 것은 과감하게 비판했다"고 말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김대중 평전 집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김대중 평전 집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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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과(功過)'를 균형있게 서술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전 관장은 <만해 한용운 평전>을 쓸 때 일반인들이 인정하기 힘든 '사실'을 포함시켜 '불경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의 부친이 동학농민혁명군이었다는 주장을 깨고 오히려 동학을 탄압하는 쪽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님의 침묵>을 강원도 오세암에서 쓸 때에 미모의 젊은 보살이 시중을 들었다고 하는데 그때 만해 선사의 속령 47세, 깊은 산속 암자의 정열적인 승려와 미모의 보살, 여기에 '님'의 정체, 이런 사정을 평전에 썼더니 '불경'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만해는 어느 측면에서 부친의 동학군 토벌에 평생 동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갖게 되고 오히려 더욱 정진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미 결혼을 한 전력이 있고 승려 대처론을 주장했던 만해에게 젊은 보살이 곁에 있었다고 하여 욕될 것도 불경스러운 일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 보통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만해가 일반인들이 더 존경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김 전 관장이 제일 닮고 싶은 인물은 단채 신채호. 그는 "저처럼 조만한 사람이 역사와 언론, 문학, 독립운동, 아나키즘 등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연구하면 할수록 마르지 않는 그분의 지성, 지식, 행동, 실천 등 때문에 그분을 배우고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명과 실을 일치시키는 작업들을 훼손해"

김 전 관장의 '인물평전론'은 자연스럽게 '시대비평'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 우리 사회가 온통 불의의 시대가 돼 버렸다"며 "정의의 가치보다 불의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청문회를 보면 우리 사회 상류층, 보수계 인사들이 하나같이 타락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장전입과 병역기피는 '필수과목'이고, 탈세'는 '선택과목'이라고 할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불법과 탈법으로 타락한 사람들을 위정자로 뽑을 수 있나? 이제는 어지간한 사람은 장관이나 총리를 안 하겠다고 한단다.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불법, 탈법 등이) 들통날까봐 그런다고 한다."

김 전 관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내세운 것과 관련, '정명론(正名論)'을 들어 비판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재상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정명야(正名也)'라고 답했다. 이름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동양 정치철학의 일번지다. 정명이란 명(名)과 실(實)이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과 실을 일치시키는 작업들이 최근에 와서 많이 훼손됐다. 남북관계 단절, 민주주의와 국민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을 어찌 실용이라고 할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 등 권력자는 정명이나 공정과 거리가 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최근 한국에서 30만부 이상 팔린 것도 이러한 사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김 전 관장의 해석이다.    
  
한편 김 전 관장은 조만간 <리영희 평전>도 출간한다. 이후에는 김상덕, 송건호, 노무현, 박현채, 여운형뿐만 아니라 대상을 조선시대로 넓혀 김시습, 정인홍, 허균, 정약용 등 시대와 불화한 지식인들의 평전들도 준비하고 있다.

 간경화로 투병중인 리영희 선생과 <오마이뉴스>에 리영희 평전을 연재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8월 27일 연희동 아들집에서)
 간경화로 투병 중인 리영희 선생과 <오마이뉴스>에 리영희 평전을 연재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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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