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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하는 고민도 여러 갈래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을 시작한다. 진보에서 자유주의까지 함께하는 '무지개 정치'의 길을 묻는다. [편집자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2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민주주의, 시민의 일상에서 시작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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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변'은 이제 끝났어. 그에게 어떤 리더십도 기대할 순 없다고 봐."

지난 봄,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꼽혔던 '박변', 즉 박원순(54)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돌연 영국행을 결심했을 때 저잣거리 사람들은 쑥덕대기 시작했다. 전국의 시민운동가들이 한데 모여 지방선거 대응까지 모색한 판에,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치에 나서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늘 뜻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정치권은 마치 그가 어떤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냄새를 풍겼다. 솔직히 그가 나서주기를 바란 건 정치권뿐 아니다. 야권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그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꾸준히 그를 밀었다.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그는 끝내 응수치 않고, 훌쩍 떠났다.

영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는 한나라당 태백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고 비난을 받았다.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리곤 한동안 뉴스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지난 2일 희망제작소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의 정치적 행보가 궁금했다. 진보진영의 무지개 정치 모색을 하던 중인데, 그의 고민은 무엇인지 다시 묻고 따지고 싶었다.

진보... 집권만 욕심 낸다고 될까

"자신 있어요? 도덕성이나 전문성…. 진보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봐요. 이명박 정부가 워낙 형편없으니까. 그러나 그걸로 되나요? 집권만 한다고 될까요? 나는 진보가 훨씬 더 뼈저린 성찰과 학습, 대안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땅!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뒷골이 당겼다. 역시 근본을 고민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전환 앞에서 이명박 정부가 땅을 파는 굴뚝공장 논리만 앞세우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진보가 미래세상에 대해 어떤 통찰력으로 접근하고 있는가 묻고 있었다.

집권을 목표로 연합정치와 진보대통합, 야권단일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앙꼬'에 해당하는 콘텐츠는 무엇이냐고 말이다. 얼마 전 다람살라 티벳 망명정부에서 달라이 라마를 2시간 동안 단독으로 인터뷰했다는 박 변호사를 만나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과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 인터뷰를 하셨다고 들었다. 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여수에서 '하얀 연꽃'이라는 노인복지회관을 운영하시는 진옥 스님과 함께 갔었다. 법회할 때 그냥 뒤에 서 있으면 되는 줄 알고 따라갔었는데 단독으로 2시간이나 인터뷰할 기회를 주셨다. 다람살라는 굉장히 허름한데 뭐랄까 정신적 영감이랄까 그런 걸 많이 주는 도시였다. 평화를 기반으로 한 기다림의 철학이랄까.

그들은 고난을 고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미션이나 운명을 긴 호흡으로 바라본다고 해야 할까. 그런 식으로 세상을 접하면 정말 두려울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하지 않으니, 중국정부도 대응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 오는 11일(토)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 강연회를 한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굉장히 심각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자. 삼성전자? 공무원? PD? 기자? 모두 레드오션이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일자리는 굉장히 많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찾아보면 말이다.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 농촌 등 새로운 시대에 남들이 가지 않는 부분은 그야말로 지금 금만 그으면 내 땅이 되는 직업이 부지기수인데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레드오션에서 눈을 돌리면 블루오션이...

- 레드오션이라고 하셨지만, 모두 그 분야가 잘 나가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인생의 목표여야 할까? 영혼을 팔며 줏대 없이 살아도 되는 건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생각을 돌리면 얼마든지 해볼 만한 일들을 많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말하는 건가.
"이번 강연은 새로운 직업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실제로 1000개의 직업을 만들었다. 공정무역만 해도 아름다운커피가 작년 매출 21억 원에 이어 올해 매출목표는 60억 원이다. 벌써 30~40명의 일자리가 늘었다.

내 생각에는 앞으로 공정무역만 해도 10만 명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영국은 이미 공정무역 상품의 종류도 너무 많다. 이미 '윤리적 소비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세상의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소비라면 그 상품을 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면서 일자리도 만드는 일석이조의 프로젝트인 셈이다.

아름다운 커피도 네팔, 페루, 나이지리아산 커피를 비롯 초콜릿, 인스턴트커피까지 다양한 상품개발에 나선다. 세상에 큰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할까 안타깝다. 조금만 그 변화를 따라가면 돈도 벌고 일자리도 생길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융합과 해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청년들이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도 그 안에 많이 있을 것이다."

- 88만원세대를 위한 기획인가.
"청년에 초점이 가 있긴 하다. 그러나 새로운 직업을 찾는 주부나 은퇴자들도 다 해당된다. 청년들이 하기 어려운 직업도 있다. 따라서 청년의 열정과 어른들의 지혜, 네트워크가 한 데 어우러지면 참 좋은 프로젝트로 변모할 것이라고 본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아이디어와 어른들의 지혜와 경험, 네트워크가 만나면 일이 될 것이다."

- 어떤 종류의 직업들인지 궁금하다.
"녹색산업 내지는 녹색운동,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 사회적 기업, 국제관계, 인문학이나 교육 등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민박집도 그린투어리즘에 맞춰 시골농가를 싸게 구입해 로컬푸드로 된 아주 특별한 식사를 대접하는 등 다양한 일거리를 만들어볼 수 있다.

또, 한옥관리사나 한옥문화코디네이터. 이건 전통문화상품을 연결한 직업이다. 또 서울 아이들 시골로 유학 보내는 '산촌유학' 프로젝트, 이걸로 아이들의 정신질환이나 아토피 같은 도시병들을 고칠 수 있게 될 것이다.

폐가 콘도미니엄, 워터카페, 소믈리에만도 수십 종의 직업이 나올 수 있다. 건강식품을 체계적으로 안내하는 전문가들은 정말 무궁무진할 수 있다. 일본은 굉장히 개발이 많이 돼 있는 반면 우리는 거의 없다. 또 그린빌딩인증전문가, 그린주택설계사, 그린거리 컨설턴트, 바다환경미화원, 에너지 자립농장 설계사 등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이명박 정부 굴뚝공장 논리만... 미래세상 통찰력 없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서울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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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행사는 취업박람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건가.
"원래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청년들과 2박 3일간 숙식을 함께 하면서 밤새워 토론도 하고 싶었으나 그건 너무 과격한 방식이라는 의견이 있어 철회됐다. 하하. 그런데 이번 일은 꼭 대학생만 대상은 아니다. 직장인인데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모두 참여할 수 있다."

- 굉장히 독특하긴 한데 이런 일들이 어떤 청년이 홀로 한다고 될까 싶다. 정부지원이나 일종의 사회적 필요나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은데.
"이명박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일자리 창출은 잘 안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의 일자리는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비전과 대안적 고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니까 이런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않는 게다. 영국에서는 공정무역 한 분야에서만도 엄청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땅을 파거나 굴뚝공장 논리만 세우면서 미래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없으니 이런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

- NGO 차원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정치권력을 바꿔서 이런 일들을 추진하는 게 훨씬 빠르지 않겠나.
"그것도 필요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 재래시장 활성화 주장은 많이 하는데 현재 상태로 가면 해법이 없다. SSM 입점규제도 한시적이라고 생각한다. 골목에 막 진입하는 SSM 업체들을 막을 길이 없다. 핵심은 구멍가게와 SSM이 다른 물건을 파는 데 있다고 본다.

생각해보자. 똑같은 물건을 파는데 왜 구멍가겔 가겠나. 방긋 웃는 아가씨, 시원한 에어컨 바람, 당연히 소비자는 SSM 업체로 향하게 돼 있다. 단, 재래시장에는 SSM 업체가 팔지 않는 홈 메이드, 핸드 메이드 상품들, 지역 특산품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걸 사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발상의 전환,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과 관련된 일자리도 부지기수로 늘릴 수 있다. 대법원에 가면 우린 무슨 기념품을 살 수 있나. 하다못해 역대 대법원장 이름이 적힌 자나 공책이라고 팔아야 하는 게 아닐까. 견학을 다녀간 학생들도 뭔가 기억에 남을 상품을 말이다. 미국에 가면 온갖 걸 다 판다. 우리도 공공기관 기념상품만 기획하는 회사가 창업되면 대박 난다고 본다. 이건 사회운동적 관점도 있지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고부갈등해결사, 배우자학교, 내 아이 잘 키우는 학교, 실연자 학교, 이혼플래너, 사람 잘 사귀는 학교, 말벗 전문가, 홀로 남은 노인을 위한 해우소, 가족대행서비스-시골영감 모시기 프로젝트 등등 찾아보면 일자리는 넘쳐난다."

- 최근 배우 문성근씨가 시작한 '민란프로젝트'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합칠 수 있을까? 한국의 모든 야당이 하나로 합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일정한 보수성이 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초록정당은 늘 대안적이다. 당장 집권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보다 더 자유로운 정책을 주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굳이 합쳐야 하나."

"정권장악이 목표? 결국 좋은 세상 만드는 콘텐츠가 있어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깃발'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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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합치면 찍어준다는 것이었다. 야권이 연합하면 2012년 권력교체기에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 건 아닐까.
"그건 국민들이 정리해주실 것으로 본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여러 가지로 정치권에 해준 게 많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의사는 연합하면 찍어준다는 것이었고 그건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그러나 정당을 다 통합하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정권을 장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어떤 정책과 콘텐츠로 승부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방선거에선 야권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지만 7.28 재보선에선 야권이 졌다. 국민이 연합정치에 고정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나는 국민들이 하도 이명박 정권이 일을 못하니까 반대급부로 야권에 힘을 실어줬지만 야권에 대한 신뢰가 큰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존재하기 보다는 좋은 사회, 미래의 정말 좋은 대한민국을 어떻게든 만들려고 노력하고 준비하는 정당이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허심탄회한 자세와 열정, 전문성이 합쳐져야 국민들이 정말 그들을 대안정당으로 인식하고 확실히 정권을 쥘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본다. 압도적 우위의 국민적 지지를 받는 정당, 도덕성이나 정책적 전문성, 성실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정당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정치적 갈등이 너무 심각해서 시민운동이 어느 한편이 되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형식적인 정치중립성이 지켜질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돼야 하는데,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의 정책 전반이 동의할 수 없으니 그 정당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이 참 괴롭긴 하나, 시민운동가들이 몽땅 정치해버리면 시민사회는 누가 지키나. 하하. 정치로 갈 분들은 가시고, 운동하실 분들은 남아서 서로 분담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 2012년 총-대선 전망은 어떻게 하시는지.
"도덕성이나 전문성에서 진보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의 비전과 철학이 기본적으로 잘못돼 있고 또 정책적 전문성이나 합리성도 없으니까. 그러나 조금 더 상대적 우위에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훨씬 더 뼈저린 성찰과 학습, 대안능력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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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입니다. <장윤선의 팟짱> 진행자이기도 해요. 지은 책으로는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 <소셜테이너> 등이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기자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모든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