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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날은 거제도 바다로 피서를 간 날이었습니다. 7월 23일, 텐트를 치고 바닷가 언덕에서 하룻밤을 잔 뒤에 거제도에서 배를 타고 진해로 온 뒤, 낙동강 개벼리길을 걸었습니다. 개벼리길은 두 동네에 사는 개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길이지요. 이제는 개가 아닌 사람이 사랑을 속삭이기에 참 좋은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차가 다니는 큰길로 바뀔 예정이라고 하네요.

개벼리길을 걷는 도중에 환경운동연합활동가들이 고공농성에 들어갔다는 연락은 받은 일행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다음 여행지를 함안보로 선택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피서 겸 여행이었고, 또한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었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함안보 현장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환경운동활동가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공사장 출입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먼발치에서조차 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하는 수없이 합천보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왕에 이렇게 된거 낙동강 유역 공사 현장을 답사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뀐 것이지요.

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위치며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함안보에 보인 시민들
 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위치며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함안보에 보인 시민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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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구조물이 들어선 강은 마치 전쟁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전쟁 영화를 보면 몸에 칼을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그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보를 만든다는 이유로 강에 들어선 구조물이 마치 강에 칼을 꽂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못 보게 막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현장 직원은 안전을 핑계로 접근조차 못하게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사진조차 찍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함안보 현장의 수자원공사 홍보관을 방문하려는데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수자원공사에 문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방문하라고 하더군요. 수자원공사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처음에 전화를 했을 때는 일반 개인의 방문 전화가 처음이어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다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를 하였더니 그제서야 탐방 시간을 잡아 주더군요. 그렇게 하여 8월 2일(월) 오후 1시에 탐방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으로 연기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정말 연기를 하더군요.  2일 오후 3시에 수자원공사 함안보 공사 현장에 있는 홍보관을 찾았습니다.

지난 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와 크레인 고공농성 중인 환경활동가를 응원하는 시민들
 지난 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와 크레인 고공농성 중인 환경활동가를 응원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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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로 빔까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 한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무려 세 명이나 설명을 해 주더군요. 수자원공사의 친절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설명을 듣는 동안 크레인 고공농성중인 두 명의 활동가를 응원하는 함성이 들렸습니다.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본 뒤에 농지리모델링 사업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직원의 설명은 마치 교과서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직원 : 농지리모델링 사업은 보의 건설로 인하여 수위가 높아지게 되어 침수 우려가 있는 농지를 흙으로 메워 주는 것입니다. 표토를 걷어내고 모래를 채운 뒤에 다시 표토를 덮어 농지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홍수시에 침수되었던 농지들은 침수의 걱정을 덜게 되는 것이지요.

질문 : 강바닥의 모래를 긁어내어 모래를 파 낸 만큼의 수량을 늘리는데, 왜 강의 수위가 높아져서 침수가 되는 것이지요?

직원 : 홍수 때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질문 : 모래땅이 되면 물빠짐이 너무 좋아서 농사가 더 어려운 작물도 있는데요.

직원 : 그 부분은 농어촌 공사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어 보와 댐에 관해 질문을 하였습니다.

질문 : 홍보 영상을 보면 갈수기에 대비하여 보를 만들어 홍수시에 물을 모아 두었다가 방류하는 방식으로 연중 물이 흐르는 강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럼 그게 댐이지 어떻게 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직원 : 댐은 물을 흐르지 않게 막지만 우리는 수량이 적을 때도 물이 흐르게 수문을 아래쪽에도 만드는 것입니다.

질문 : 저렇게 크고 넓은 강에 보를 만들어 물길을 막는데, 어떻게 물이 썩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지요?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 아닌가요?

직원 : 실험을 통해서 물이 지속적으로 흐르게 설계를 했습니다.

질문 : 시골에서 자라서 본 것인데, 계곡의 웅덩이에도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이 있는데, 이렇게 넓은 면적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인가요?

직원 : 보가 막고 있는 곳의 물은 아래에서 위로 회전을 하며 물이 흐르고, 수문이 있는 곳을 기본으로 해서 강의 가장자리에 있는 물은 크게 원을 그리며 마치 대류현상처럼 순환을 해서 물이 흐르게 되어 고인물은 없게 됩니다.

경남 함양의 하천에 설치된 보의 모습. 가운데 어도가 보이고 사진의 오른쪽에 농업용으로 쓰기 위한 수로가 보인다. 정면에는 자연스레 만들어진 섬에 풀이 무성하다.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논리라면 이런 보 역시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경남 함양의 하천에 설치된 보의 모습. 가운데 어도가 보이고 사진의 오른쪽에 농업용으로 쓰기 위한 수로가 보인다. 정면에는 자연스레 만들어진 섬에 풀이 무성하다.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논리라면 이런 보 역시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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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대하여 공부를 했다는 말고 함께, 실험을 했다는 직원의 말에 과학적인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더 이상 물을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보와 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洑) :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수리 시설의 하나. 둑을 쌓아 흐르는 냇물을 막고 그 물을 담아 두는 곳이다.

댐(dam) : 발전(發電), 수리(水利) 따위의 목적(식용, 관개용, 공업용 따위로 물을 이용하는 일)으로 강이나 바닷물을 막아 두기 위하여 쌓은 둑

사전에 의하면 4대강에 설치하는 시설물은 분명히 '댐'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입니다. 4대강에 설치한다는 '보'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수리시설은 전혀 아니지요. 하지만 발전을 하고 식수로 사용하며 공업용수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끝까지 '보'라고 우긴다면 국어사전을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엄청난 공사비에 비하여 효율은 극히 낮은 전시용의 수력발전을 한다며 친환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보관의 직원은 환경단체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는 들어주지를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이나 대통령의 말만 들으려고 하고, 주민설명회나 기타 홍보물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불만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어 홍보관을 찾는 주요 방문객은 이장단협의회 유치원 등이며, 4대강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은 거의 없다며, 왜 지역 주민이 찬성하는 사업을 4대강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이곳까지 와서 반대를 하냐고 반대 단체에 대하여 노골적인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치며 함안보에 모인 시민들 가운데, 한 아이가 망원경으로 크레인을 보고 있다.
 지난 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치며 함안보에 모인 시민들 가운데, 한 아이가 망원경으로 크레인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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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치는 펼침막을 뒤로하고 국삭기는 여전히 작업 중이다.
 7월 31일.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치는 펼침막을 뒤로하고 국삭기는 여전히 작업 중이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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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보 크레인 고공농성중인 두 명의 환경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상황실.
 함안보 크레인 고공농성중인 두 명의 환경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상황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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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4대강에 공사중인 현장 방문은 수장원공사로 연락을 하면 각 지역 공사 현장의 연락처를 알려 줍니다. 하지만 홍보관에서 영상자료에 의한 설명뿐 현장 답사 등을 없습니다.



태그:#4대강, #함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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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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