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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천주교 신부들의 삭발식, 기독교 목사들의 단식기도, 환경운동가들의 고공농성 등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사회각계각층의 행동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전하는 매체는 많지 않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방송 3사 가운데 MBC만 주요하게 보도했을 뿐 SBS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고 KBS는 단신뉴스로 처리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관하고 5000여 시민이 광장에 모여 진행한 문수 스님의 장례식과 추모식에 대한 보도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다섯 명의 환경운동가들이 경기도 이포보와 경남 함안보에서 외부와 고립된 채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벌써 13일째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외면하는 것은 정부나 언론이나 마찬가지다.

 

"감시 기능 포기하면 사회적, 역사적 책임 져야 할 것"

 

KBS는 고공농성을 시작한 7월 22일, <뉴스9> 중 '간추린 단신'에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 3명이 오늘 새벽 경기도 여주군 한강사업구간의 이포보에 올라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에 나섰다"며 "영남지역 환경운동연합 간부 2명도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는 데 그쳤다. 그 후로도 지난 29일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현장을 방문한 소식만 전했고 이렇다 할 후속보도는 없었다.

 

그나마 SBS와 MBC는 22일 이포보를 점거한 당일 주요 뉴스로 비중있게 다뤄 KBS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두 방송사도 이후 보도에는 소홀했다. 특히 농성자들의 요구 사안인 '법정홍수기 공사 중단', '정부차원 협의기구 구성',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 등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고 방송사들은 고공농성 자체에만 주목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농성 시작 바로 다음 날인 23일 사설에서 "환경운동연합은 비이성적이고 반생태적인 4대강 사업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공사장 점거농성이 더 비이성적으로 보인다"라며 비판에 날을 세웠지만 정작 당일 농성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보도는 하지 않고 비판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서 지난 2일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농성 지원 상황실을 방문한 이창현 KBS 이사는 "지금의 공영방송과 보수신문들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4대강 사업과 같은 국가적 사안에 대해 언론은 정책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언론의 상태를 "공영방송과 거대신문이 가질 수 있는 '환경감시', '권력감시'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덧붙여 이 이사는 언론의 이러한 감시 포기는 결국엔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이 추후에 재정파탄, 환경파괴 등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재 언론들은 그들의 책무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상황실에서 이포보 농성자들과 무전기를 통해 대화를 나눈 이 이사는 "농성자들이 국민들과 그리고 정부를 향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성 초기 스마트폰을 이용해 트위터로 현장 상황을 알리기도 했던 농성자들은 지난주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떨어지고 다시 충전할 수 있는 발전기도 고장이나 외부와 교신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30일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공사 측이 합의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시 외부와 교신을 할 수 있도록 무전기 한 대를 올려 보냈지만 같은 무전기를 경찰과 시공사측이 가지고 있어 상황실과 농성장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이 이사는 "경찰이 농성자들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올려 보내지 않고 경찰이 엿들을 수 있는 무전기 하나만 허락한 것은 농성자들의 국민과의 소통을 봉쇄하는 것"이라며 "개별적인 표현의 자유도 보장되어 있지 않고, 대중매체라고 할 수 있는 방송과 신문에서조차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재 상황이 얼마나 불통의 시대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KBS 한국방송의 야당 추천 이사로 최근 여당 쪽 이사들의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KBS수신료 인상에 대해 "정부여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국민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비서' KBS, 비서실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

 

현재 4대강 사업에 대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언론사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KBS의  박중석 탐사보도기자는 지난달 14일 <미디어스> 인터뷰에서 "KBS 내 많은 젊은 기자들이 취재부서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취재를 해봐야 과연 방송에 나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과 같은 주요국책 사업을 다 못하게 하는데 누가 취재를 하고 싶어 하겠느냐"라고 개탄했다.

 

이러한 KBS 보도 태도에 대해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누리꾼들은 KBS를 '김비서'라는 말로 풍자해 왔다. KBS가 이명박 정부를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은 까맣게 잊고 오히려 정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KBS를 '김비서'의 이니셜로 사용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KBS의 수신료 인상건에 대해 '일도 제대로 못하는 김비서에게 월급 올려줄 수 없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현장의 환경운동가들은 언론보도에 대해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영방송인 KBS의 보도태도가 가장 지적을 받고있지만 다른 언론사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포보 농성 지원 상황실의 한숙영 홍보담당 간사는 "5명의 활동가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절박한 심정으로 13일째 농성 중인데, 방송사와 보수언론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보도조차 않는다"며 "농성에 대해 비판을 하든 동조를 하든 보도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포보 고공농성이 13일째 접어든 3일, 이날도 현장을 찾은 언론사는 상황실의 음식물 쓰레기 매립 논란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지역언론사를 제외하면 단 한 곳뿐이었다.


태그:#4대강, #이창현, #KBS, #동아일보, #이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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