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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동해 바다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끝났다. 하지만 9월 중순 이후 서해상에서 또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하니 영 불안하고 뒤숭숭하기만 하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촉발된 남·북한 긴장상황은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와 '해·공군 전력으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규모'라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까지 불러왔다. 당연히 북한은 '적들의 억제력 과시에 더 크고 더 무서운 억제력으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예의 강도높고 자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은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실따위엔 관심이 없는 듯, 신속하고 주저없이 대북한 강경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는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지역에 다시 군사 냉전체제를 불러올 위험을 안고 있다. 대통령이 부시도 아닌 노벨 평화상까지 탄 오바마인데 왜 한반도와 그 주변의 군사 긴장을 높이는 강경 일변도의 외교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걸까? 

 

도덕 불감증에 걸린 월스트리트 금융회사 CEO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도 중도 포기한 국민건강의료보험제도를 통과시킬 때만 해도 '역시 오바마구나' 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대북한 강경 드라이브와 이라크 주둔 군대 증원 파병 등 대외정책에서는 부시정권 때와 별다를 게 없어 보이니 참 당황스럽고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미국'과 '미국외교'는 다르다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 마이클 H. 헌트 지음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이제 뭔가 바뀌겠구나' 기대를 했던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마이클 H 헌트 저, 산지니 펴냄)의 저자인 마이클 헌트는 그것은 '미국과 미국 외교를 구별하지 않은데서 오는 착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18세기 미국의 탄생에서부터 축적된 미국 외교의 바탕이 되는 역사와 정치학를 전공한 사람으로, 미국의 현상적인 오만과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책들과 달리 미국 외교의 전통과 본성을 탐색하는 책들을 저술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의 책들에서 등장하는 나쁜 미국의 배후는 주로 거대기업과 다국적 금융회사들이다. 이들이 자기들의 끝없는 이익을 위해 막후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건국시기인 18세기 이후 전쟁과 침략으로 가득한 미국의 역사와 외교 정치사를 분석하면서 변하지 않는 미국 외교의 바탕을 좀 더 근본적이고 예리하게 일러주고 있다.   

 

우리가 평화주의자로 알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도 CIA 특공대를 조직해서 사회주의 국가를 선언한 쿠바에 침공했다는 역사적 사실(피그만 침공사건)을 볼 때, 오바마 정권의 이라크 추가 파병이나 대북 강경책 등이 그리 놀라울 것도 아닌 듯 하다.   

 

미국 외교의 근본적인 이데올로기 3가지  

 

"건국 이후 미국 외교를 지배해온 세 가지 이데올로기는 '미국은 항상 위대하다'는 국민적 자의식, '인종 간에는 위계적 서열이 있다'는 인종주의, '급진주의와 혁명은 위험하다'는 반급진주의가 그것이다." - 본문 중

 

여기서 이데올로기(이념)의 본질적 특성을 전제해야겠다. 한 나라에 통용되는 이념은 일반 대중들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지배층이 만들어낸 이념이라는 것이다. 위 세가지의 이데올로기는 미국 동부지역 기독교 가문 엘리트 지배층들의 이데올로기이다.

 

'위대한 미국'을 부르짖는 이들 지배층이 다른 나라를 분석할 때 상투적으로 쓰는 구분법이 있다. 한편에 무지몽매하거나 사악한 통치자를 배치하고, 다른 한편에 이런 통치자들이 잘못 인도한 백성이나 순진무구한 백성들을 배치한 후, 후자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으며 그 열망에 미국이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기본구도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떠올리면 수긍이 가고 북한을 갖다놔도 시나리오가 바로 나온다.  

 

소련의 압제에 신음하는 동유럽의 인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옹호하던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콩고, 소말리아 같은 내전통에 죽어가는 아프리카 국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놀라우리만치 침묵하고 있는 등 외교정책도 그러한 이데올로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집권 여부와 무관한 것으로 이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또 이 이데올로기들이 얼마나 서로 다른 견해들을 종합해서 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현대 미국 외교의 딜레마'

 

"인간은 역사를 스스로 창조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창조할 수는 없다. 스스로 선택한 조건 하에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연하고도 어쩔 수 없는, 그리고 과거가 물려준 조건 하에서 역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칼 마르크스(1852)

 

18세기 이후 지난한 역사속에서 경험과 검증의 과정을 거쳐 미국 민족주의의 바탕으로 녹아든 미국의 외교정책 이데올로기가 현재의 미국을 복잡다단한 국제정치와 해외전쟁의 덤불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외교정책 이데올로기가 현실과의 접점을 찾게끔 하려면 미국 외교의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낳은 불행한 결과들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불행한 일로 멀리는 베트남 전쟁이 있고 가까이는 이라크 침공이 있다. 어차피 실패할 운명을 지닌 이런 십자군 전쟁으로 미국 정치 지도자들과 미국 정부는 국민들과 멀어져 갔고, 미국의 국가적 신화는 공허해졌다.   

 

또한, 변함없이 공격적이고 오지랖 넓은 외교정책은 정작 도움이 필요한 미국내 공공의 이슈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많은 예산을 과거, 현재, 미래의 군사작전에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 건강, 교육, 환경, 예술 등 각 분야에서 미국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앗아가고 있으니 스스로 대가를 치르며 미국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성전 (holy war for democracy)이라는 위선적인 외교 용어를 써가며 제국주의적 군사력을 남발하던 게 불과 얼마 전까지의 미국이었다. 노벨 평화상을 받고 대화를 통한 파트너십과 금융개혁을 말하던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듯 보이는 시대착오적인 미국의 외교정책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직시해야 한다. 미국과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가 없다면 그 희생자는 우리가 될지도 모른다.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

마이클 헌트 지음, 권용립.이현휘 옮김, 산지니(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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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