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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랭이는 함께 사는 소가 영화에 출연하면서 같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촬영 중인 공효진과 누랭이 누랭이는 함께 사는 소가 영화에 출연하면서 같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 임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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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는 우리의 시골 마을을 다니다보면 복날 잡아 먹기 위해 한 마리씩 키우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누런 개다. 워리가 원래 살던 곳은 강원도 영월의 산골이었다. 워리를 키우시던 할아버지는 매년 강아지 한 마리를 5만 원에 사다가 키워서 다음 해 복날장에 15만 원에 내다 팔아 용돈을 하셨다.

더 키워 봐야 먹는 짬밥에 비해 체중이 늘지 않기 때문에 딱 일년만 키웠다. 워리는 작년 복날 키우고 있던 개를 장에 내다 팔고 사온 개다. 색이 누래서 '누랭이'라고 불렀다. 누랭이도 그의 일생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아마도 올해 복날에 장에 팔려 나가 보신탕이 되어 올 여름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공효진과 영화 찍고 목숨 건진 누랭이 '워리'

그렇게 보신탕이 되어 올해 복날을 넘기지 못했을 누랭이에게 삶을 변화 시킬 큰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임순례 감독이 촬영한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김도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소를 팔러 나갔다가 허탕을 친 한 남자가 자신의 친구와 결혼한 옛사랑이 남편의 장례식에 와달라는 전화 연락을 받고 소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배우 공효진과 김영필이 출연했고 지금은 촬영을 끝내고 10월 말이나 11월 초 개봉을 예정으로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누랭이는 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집에 소와 함께 살고 있었고 그 인연으로 영화에도 함께 출연하게 됐다. 임순례 감독은 연기를 잘하는 개를 출연 시킬까도 고려했지만 시골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랭이를 출연 시켰다. 처음 촬영을 할 때에는 과연 누랭이가 많은 촬영진과 밝은 조명이 비춰지는 낯선 상황에서 주어진 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의외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한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누랭이를 그곳에 두면 올해 복날을 넘기지 못할 것이 걱정이 됐다. 영화를 찍는 동안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고 정이 쌓인 누랭이가 복날 보신탕이 되는 것을 방치하면 앞으로 영화를 볼 때마다 두고두고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 누랭이를 사서 음성에 있는 유기견보호소에 맡겼다.

보호소에는 한 달 정도만 맡아주면 그 동안 키울 곳을 찾아보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사실 진돗개도 아니고 진돗개만한 누렁이를 어디로 입양 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호소 소장도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말은 한 달이라고 하지만 평생 데리고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맡아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 분의 도움으로 다행이도 누랭이를 임시 보호해 주실 분을 찾을 수 있어 누랭이는 한 달 전 부터 임시보호처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한달 만에 임순례 감독을 다시 만난 워리는 임순례 감독을 알아보고 친밀감을 표시한다.
 한달 만에 임순례 감독을 다시 만난 워리는 임순례 감독을 알아보고 친밀감을 표시한다.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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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11일) 임순례 감독과 함께 누랭이를 임시 보호해 주고 있는 집을 찾았다. 누랭이는 이 집에서 워리로 불리고 있었다. 워리는 한 달 만에 보는 임순례 감독을 알아보고 너무나 반갑게 맞이했다. 워리는 임시로 보호해 주고 있는 식구들과도 잘 적응해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보호해 주시는 분들도 아주 즐거워하신다.

하는 사람도 지겹습니다, 개고기 찬반 논란

임순례 감독이 대표로 있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올 여름 개 식용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7월 18~19일에는 개 식용반대 광고가 랩핑된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며 홍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한 달간 지하철광고도 할 예정이다. 또 거리의 현수막 홍보도 준비 중이다.

바로 이 광고에 워리가 모델로 참가할 예정이다. 이것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보신탕 신세를 면한 워리가 일 년에 보신탕과 개소주가 되고 있는 이백만 마리의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이면 진부하게 반복되는 것이 개고기 찬반 논란이다. 한쪽에서는 개에 대한 인식이 애완동물을 넘어 반려동물로 바뀌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여전히 개고기에 대한 찬반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개고기를 식용으로 삼게 된 기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그럴 듯 한 것은 먹을 것이 없던 시절 키우던 개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원이었다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체력이 떨어질 때 체력을 보충할 단백질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던 것이 키우던 개였다는 것이다. 집안의 큰 기둥인 소를 몸보신하겠다고 잡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서 쇠고기를 비롯한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원은 마트에 가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먹는 보신탕 문화는 바뀌지를 않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영양결핍을 걱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영양결핍보다 더 심각한 영양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 체내에는 평상시 과도하게 섭취한 육식으로 인하여 지방이 곳곳에 축적되어 비만이 질병을 일으키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못 먹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영양과잉으로 많은 성인들이 당뇨병을 비롯한 고혈압, 동맥경화, 지방간 등 성인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불어난 몸을 힘겨워 하며 더위를 이기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 보양식이라고 고단백인 보신탕을 먹는 것이다. 이 얼마나 난센스인가. 지나친 육식과 과다한 영양섭취로 인해 불어나 둔해진 몸을 해결하는 방법은 개고기가 아니라 과다한 육식과 자극적인 식습관을 줄여나가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 것은 잡식동물의 딜레마

잡식동물은 진화적 선택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선택했다. 잡식동물은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먹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잡식동물은 어느 환경에서든 뛰어난 적응력을 갖추었다. 반면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 한 가지만 먹는다. 한 가지 먹이만 먹는 것의 장점은 자기가 먹는 것이 몸에 해로운 것인지 유익한 것인지 매번 고민할 필요 없이 열심히 먹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유전적 선택의 문제는 유칼립투스 자생지가 넓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인간의 주거지가 넓어지면서 유칼립투스 자생지가 줄어들어 극심한 먹이 부족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반면 잡식동물은 가리지 않고 먹기 때문에 그런 먹이 고갈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잡식동물은 다른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자기가 먹는 음식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잡식동물의 딜레마다.

이런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음식이 기업들의 이윤 추구의 수단이 되면서 더욱 깊어졌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먹어도 그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모른 채 먹게 되었다. 우리는 마트에 가면 그것이 원래 어떤 형태였는지 알아볼 수 없게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는 오래 전 인간이 먹던 그런 고기들이 아니다. 움직이면 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겨 고기가 질겨진다고 좁은 닭장에 4, 5마리의 닭을 넣어 꼼짝도 못하게 하여 50일 만에 도축한다. 이 닭들은 열악한 환경과 좁은 닭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항생제를 수시로 먹여서 키운다.

또 풀을 뜯어 먹고 살아야 할 소는 석유를 기반으로 화학비료와 제초제로 키운 유전자 변형 옥수수와 대두를 먹여서 키워진다. 모양은 소고기지만 사실은 옥수수나 콩의 형태를 거쳐 소고기로 변화시킨 석유의 다른 모습이다. 또 원가 절감과 성장을 빠르게 할 목적으로 축산폐기물인 동물성 단백질을 먹여서 키운다. 우리는 마트에서 먹기 좋게 다듬어진 포장육을 사오면서 그 소고기나 닭고기가 옛날 시골에 본 소나 닭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동물이다.

당신이 맛나게 먹는 보신탕, 전기로 지져 만든 겁니다

보신탕용 육견은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뜬장에서 키워진다. 어린 강아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편하게 앉아 있다. 먹이는 인근 식당에서 구해온 음식 쓰레기를 먹여서 키운다.
 보신탕용 육견은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뜬장에서 키워진다. 어린 강아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편하게 앉아 있다. 먹이는 인근 식당에서 구해온 음식 쓰레기를 먹여서 키운다.
ⓒ KARA 엘로우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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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온갖 양념이 된 보신탕을 먹으면서도 그 개고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먹는다. 워리와 같이 용돈을 벌기 위해 한두 마리 키우거나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포메라니언, 코카스파니엘 등 애완견으로 키우다 버려진 개도 보신탕이 되기도 한다. 또 유기견 보호소에서 말라뮤트나 시베리안 허스키, 챠우챠우, 포인터, 진돗개 등 덩치가 큰 유기견들을 입양한다고 데려다 보신탕집에 파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양은 보신탕 전체 시장으로 보면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은 대규모로 보신탕용 육견을 키우는 곳에서 나온다. 보신탕용 육견은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키우기 때문에 투자하는 경비를 최소로 한다. 그러다보니 키우는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육견들은 '뜬장'이라고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철망으로 만든 싸구려 개장에서 키워진다. 먹이는 인근에서 음식쓰레기를 얻어다가 먹인다. 사료는 돈도 들어가지만 싸구려 사료를 먹여서 키운 개는 개고기가 맛이 없다고 개고기업자가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 먹이로는 온갖 음식 쓰레기를 다 먹이는데, 개를 잡아서 고기 팔고 남은 내장도 넣어서 끓여 먹인다. 개에게 개 내장을 먹여서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키워진 개들을 죽이는 과정은 더 참혹하다. 나무에 목매달아 두들겨 죽이거나, 산 채로 불에 태우거나, 전기로 지져서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하며 죽인다. 그렇게 고통을 많이 느낀 개가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분비되어 더 맛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동물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렇게 참혹한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는 것이 개고기다. 하지만 개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된 것인지 모르고 각종 양념을 한 보신탕을 맛있게 먹는 것이 바로 잡식동물의 딜레마다.

개는 인간의 문명과 함께 했다. 그 함께 한 오랜 시간만큼이나 개는 인간과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어린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산책을 할 때 벗이 되어 주고, 적적한 노인의 말동무가 되어 준다. 또 앞을 보지 못하는 이의 눈이 되어 주기도 한다. 여기에는 백인과 흑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차이가 없듯이 반려견과 누렁이의 차이 또한 없다. 말티스나 시츄 같은 조그만 개가 사람들과 감정의 교감을 하듯이 워리와 같은 누렁이도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위리 또한 사람의 친구가 되기에 충분하게 태어났다.

워리는 한달 만에 만난 임순례 감독과 한참을 뛰어 놀았다. 덩치는 컸지만 하는 짓은 어린 강아지다. 한 시간 가량 같이 놀고 집을 나서는데 아쉬운 눈길로 나오는 발걸음을 잡는다. 워리에게도 마음이 있다.

초복부터 서울 곳곳에서 워리가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마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개는 인간의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생명을 그렇게 잔혹하게 다루어 꼭 먹어서 배를 채워야만 만족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7월 18일부터 국제광고제 수상경력으로 유명한 광고인 이제석씨가 디자인한 광고를 부착한 버스가 시내를 운행한다.
 7월 18일부터 국제광고제 수상경력으로 유명한 광고인 이제석씨가 디자인한 광고를 부착한 버스가 시내를 운행한다.
ⓒ 박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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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http://withanimal.net/)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식용반대캠페인은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작은 손길 조차 큰 힘이 됩니다.



태그:#KARA, #보신탕, #동물보호법, #동물학대, #잡식동물의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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