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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국민행동본부 사무실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300여명의 보수단체회원이 "일본 극우단체에 대한민국 보수단체가 놀아나선 안 된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국민행동본부 사무실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300여명의 보수단체회원이 "일본 극우단체에 대한민국 보수단체가 놀아나선 안 된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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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본부는 한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놈과 손을 잡았다. '김정일 타도'라는 목적만 같으면 독도도 넘길 썩어빠진 보수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이하 '어버이연합회') 추선희 사무총장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역시 같은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와 함께 거리에서, 또는 진보단체의 사무실 앞에서 한 목소리로 "좌파 척결"을 외치던 그가 아니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친일파, 매국노가 아니다"며 "잘못된 역사관은 바로 세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정갑 본부장 역시 이날 보수성향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 대해 "위장탈북의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 본부장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장에게 (박상학 대표에 대해) 위장탈북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보수단체들 사이에 이상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버이연합회가 국민행동본수 앞에서 시위한 까닭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지난달 28일, 군가 '전우야 잘 있거라'가 흐르는 가운데 강남구 역삼동 국민행동본부 사무실 앞에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사과 안 하면 죽일 거야!" 과격하게 언성을 높이는 분도 눈에 띄었다. 어버이연합회를 비롯해 자유북한운동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 명은 "국민행동본부의 잘못된 행동을 대신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기도 했다.

2주 전, 유엔안보리에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사무실 앞으로 몰려가 "친북선동에 미쳐있다"며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위협했던 과격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지난달 28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국민행동본부 사무실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300여명의 보수단체회원이 "국민행동본부의 잘못된 행동을 대신 사죄한다"며 절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국민행동본부 사무실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300여명의 보수단체회원이 "국민행동본부의 잘못된 행동을 대신 사죄한다"며 절을 하고 있다.
ⓒ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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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갑 "일본 사람이라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하지 않겠나?"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이 같은 보수단체를 찾아가 거세게 항의하는 한편 대신 속죄까지 한 사연은 이렇다.

국민행동본부 등 몇몇 보수단체는 지난달 23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일본 납북피해자 단체인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이하 '구출회')와 함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그런데 이 구출회의 회장 니시오카 츠토무(西岡 力)가 문제였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2일 "니시오카는 일본 역사왜곡교과서인 후소샤의 역사교과서 채택을 강력히 요구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논객"이라며 "국민행동본부는 한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놈과 손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후소샤는 일본 우익교과서 운동단체이자 위안부를 부정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과 한솥밥을 먹는 우익출판사이다. 니시오카 츠토무가 '새역모'의 회원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 같은 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현재 '새역모'가 분열해 생긴 교육재생기구의 대표위원이며, 이 기구는 우익성향의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교과서 바로잡기 운동을 하고 있는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허미선 사무국장은 "대북강경파인 니시오카는 어찌 보면 우리나라 보수와 맞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들에게 동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추선희 사무총장도 국민행동본부가 니시오카 츠토무의 '구출회'와 함께 대북선전 살포를 한 것에 대해 "확실히 잘못된 행동이다. 목적만 같다면 아무나 손잡을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김정일 타도'라는 목적만 같으면 독도도 넘길 썩어빠진 보수"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역사왜곡교과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일본대사관에 우리가 제일 먼저 나가 불 질렀다"며 "우리는 친일파, 매국노가 아니다. 잘못된 역사관은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다른 보수단체들의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 본부장은 니시오카 츠토무에 대해 "극우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 본부장은 '니시오카가 일본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인물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일본사람은 일본 정책에 따라야지 한국이 뭐라고 할 수 없다"며 "기자도 일본 사람이라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북한인권 말하며 위안부피해자 인권은 어디에?

하지만 서 본부장이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말하는 니시오카 츠토무는 대표적인 극우 인사일뿐 아니라 위안부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막말을 서슴치 않았던 인사다. 그는 1992년 4월 극우월간지 <정론>에 쓴 '위안부냐 정신대냐'는 글을 통해 당시 일본법정에 소송을 제기한 박말자, 김순자, 김영순 등 세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고 "모두 포주 등에게 끌려가 팔린 케이스"라고 주장, 물의를 빚었다.

1997년 5월에는 "현재까지 한․일 간의 외교에 부질없는 장애가 되어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애초에 언론의 오보, 허위의 저술, 자료의 오독 등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군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은 커녕 군이나 경찰은 민간업자가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것을 단속했다"고 강변했다. 그렇다면 북한 인권을 위해 니시오카 회장과 대북전단 살포를 했다는 국민행동본부에게 위안부피해자들의 인권은 어떤 의미일까?

이와 관련 서정갑 본부장은 "인류의 적 김정일을 응징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니시오카 츠토무와 함께한 것은 좋은 국제공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천안함 침몰 사건을 언급한 뒤, "지금은 반일이 아니라 반북을 할 때인데 (어버이연합 등이) 왜 방향을 자꾸 일본으로 돌리느냐"고 반박했다.


태그:#어버이연합회, #국민행동본부, #자유북한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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